제주항공은 3월부터 이스타항공에 405명 구조조정, 셧다운 요구했다
제주항공은 3월부터 이스타항공에 405명 구조조정, 셧다운 요구했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7.06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가 최종구 이스타 대표에게 요구...희망퇴직 규모·보상비용 구체적 언급
이스타항공 노조가 확보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자료.<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제주항공이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의 규모를 제시하고 셧다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 자료를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정리해고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각 직군에 따른 인원과 보상금액을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료는 지난 3월 9일과 10일 이틀간의 회의록이다. 3월 9일 회의엔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포함해 두 회사 경영진 총 9명이 참여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이 급여체납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행 시점이 늦어지고 있음을 전달하자, 제주항공은 50억원을 추가 지급할 테니 이를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하라고 언급하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메일을 통해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이튿날인 3월 10일 열린 실무 임원진 회의에선 제주항공의 인력 구조조정 요구를 확인하고 양사 인사팀이 조속히 관련 실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제주항공은 비용 통제를 이유로 이스타항공의 전노선 운항 중단을 요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난 3월 모든 국제선·국내선 노선을 운항 중단했으며, 지난 4월 1차 정리해고 규모를 전체의 45%에 달하는 750명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350명으로 줄여 발표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이후 경영난이 더욱 극심해졌고,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직원들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현재까지 체불임금 규모는 250억원에 달한다.

녹취파일 공개...제주항공 "지금 셧다운하고 희망퇴직 받아야 한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확보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자료.<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노조가 확보한 또 다른 문서에는, 이스타항공의 직군별 구조조정 목표인원과 보상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운항승무원 90명(21억원) ▲객실승무직 109명(9억7000만원) ▲정비직 17명(1억8000만원) ▲일반직 189명(20억원) 등으로 총 405명, 52억5000만원이 산정됐다.

제주항공이 구조조정 비용으로 추가 지급하기로 한 50억원과 목표 보상비용 52억5000만원이 엇비슷한 것으로 봐서 구체적인 구조조정 목표를 제주항공이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제주항공이 딜 클로징(거래종료) 전에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인수 후보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노사 문제에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한다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결국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애초부터 그들이 주장한 구조조정 인원이 405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항공이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돈 50억원에 맞춘 인원이 405명이란 얘기”라며 “제주항공이 인수에 유리하게 이러한 것들을 종용해놓고는 이제 와서 인수에 발을 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도 공개했다. 지난 3월 20일에 녹취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이 대표는 최 대표에게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후 희망퇴직 등의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한다” “셧다운 하는 것이 나중에 관으로 가게 되더라도 낫다” “딜클로징을 빨리 끝내면 미납된 것 중 제일 우선순위인 체불 임금을 해결하겠다” 등의 언급을 통해 셧다운을 설득한다.

제주항공은 이르면 오는 7일 해당 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0일 이내 선결 조건 이행하라”는 취지의 답변서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낸 답변서에는 이스타항공이 해당 기간 내에 약 1000억원의 부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지난 3월 이스타항공 M&A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류를 발송한 이유는 지난 6월 30일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에 대해 재차 설명하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제주항공에 촉구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