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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8 11:0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프리랜서 마켓 개척하는 박현호 크몽 대표
프리랜서 마켓 개척하는 박현호 크몽 대표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20.06.01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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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은 옛말, 워라밸 즐기는 ‘백수’가 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프리랜서 마켓’을 표방하는 크몽의 박현호 대표는 “프리랜서 서비스 등록 요청 건수가 늘어나 지난 4월 이후 평소의 2배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탓에 원격으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서인지 프리랜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크몽은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가가 하는 일을 상품화 했다. 고객은 이들 서비스를 마치 생수 주문하듯 온라인 플랫폼 크몽에서 쇼핑한다.

박 대표는 “우버, 카카오택시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운전 서비스라는 일반적 노동을 중개하지만 크몽은 전문적 스킬의 거래를 중개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콘텐츠 제작, 마케팅, 통·번역, 비즈니스 컨설팅, 레슨 등 크몽에 등록된 서비스는 23만여 종에 이른다. 운세·상담도 있다. 월 거래 건수는 4만 건 이상, 거래를 마치면 의뢰인이 5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긴다. 의뢰인들의 이용 만족도는 평균 98% 수준이다.

박현호 대표는 “전문적인 스킬을 판매하는 프리랜서들의 만족도는 플랫폼 상에서 평가를 하게 돼 있지는 않지만 이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에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기업 내부에 둘 수는 없습니다. 이런 기능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의뢰인과 전문가를 우리가 연결해 주는 거죠.”

그는 이 점에서 크몽은 비즈니스 성공의 파트너이고, 이 회사가 전문가로 호칭하는 프리랜서들 역시 크몽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고객인 프리랜서와의 파트너십이 크몽의 비즈니스 원칙이다. 

의뢰인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이다. 이들이 반대로 전문 스킬의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크몽의 의뢰인은 수요자이자 동시에 공급자이기도 한 인력 풀이라는 이야기다. 

플랫폼 이용 수수료는 5~20%다. 서비스 공급 계약액이 크면 요율이 내려간다. 용역료는 의뢰인이 선불로, 크몽 측에 예탁하게 돼 있다. 의뢰인이 용역료를 결제하면 해당 전문가가 일에 착수하고, 서비스의 거래가 끝나는 날 전문가에게 출금된다. 

지난 1년여 새 크몽을 통한 거래량은 50% 이상 늘었다. 입찰 방식의 맞춤 견적, 기업 고객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내놓아 업 마켓으로 진출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크몽을 통해 한번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판매한 프리랜서들은 이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의뢰인과 판매자가 직거래를 할 수도 있다. 이런 거래에 대처해 크몽은 이들이 플랫폼에 ‘잔류’하도록 결제에 대한 안전 장치를 강화하는 등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 한다.

거래가 많은 전문가에 대해서는 플랫폼 노출을 늘리는 등 마케팅 지원도 한다.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크몽을 통한 거래가 더 편리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로서는 크몽을 통해 거래하는 게 낫다고 판단되면 이 플랫폼을 떠날 이유가 없다.

크몽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 90%는 투잡 맨

 크몽은 긱 경제(Gig Economy) 플랫폼이다. 긱(gig)은 일시적인 일을 뜻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들이 단기적으로 무대에 세우려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당초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를 가리켰지만 온디맨드 경제(기업이 수요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서비스·제품을 공급하는 경제) 시대가 열리며 의미가 확장됐다. 그 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스마트폰과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긱 경제가 만개하고 있다.

맥킨지는 긱을 아예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했다. 한국은행은 2017년 국내 플랫폼 산업의 규모가 820억 달러로 전년보다 65% 성장했다고 밝혔다.

크몽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의 약 90%는 투잡 맨이다. 명실상부한 프리랜서는 10%에 불과한 셈이다. 박 대표는 크몽을 통해 얻은 일을 해 스킬을 익힌 후 창업을 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귀띔했다. 

“미국의 경우 프리랜서가 아닌 사람들의 82%가 장차 프리랜서를 하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젊은 세대일수록 삶의 질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해 프리랜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로 표상되는 젊은 세대는 직장에 얽매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들은 회사인간이 되기보다는 투 잡, 쓰리 잡을 하는 N잡러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긱 경제를 통해 프리랜서들은 1인 기업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몇 년 안에 미국에서 전 직업의 43%가 ‘프리랜서’나 ‘독립형 경제 활동’ 형태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프리랜서로 ‘전향’하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 쪽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프리랜서가 되면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긱 경제가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1980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퀵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는 긱 경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대리운전, 퀵 서비스는 물론 이제 반려견 관리, 튜터 서비스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플랫폼 산업이 활성화하면 전국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프리랜서가 굳이 서울살이를 하지 않아도 일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고향인 지리산 자락을 떠나 서울의 강남에서 일하는 것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다.

“프리랜서 시장이 플랫폼 덕에 커지면 사람들이 굳이 집값 비싼 서울에 살지 않아도 돼요. 지방에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워라밸 높은 삶을 살 수 있죠.”

지리산 자락서 여름 한철 팥빙수 팔기도

그는 20대부터 줄곧 창업을 했다. 1998년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학교 친구들과 재미 삼아 게임 CD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차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용산전자상가에서 CD를 사 우체국 택배로 배송했다. 투자도 받고 큰 상도 받았다. 자신보다 연장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세 번 회사를 차려 열두 개의 아이템을 시도한 후 그는 나이 서른셋에 2억 원의 빚을 안고 지리산 집으로 내려갔다. 대학은 졸업을 못해 중퇴자가 됐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서 여름 한철 팥빙수를 팔기도 했다. 휘발유 값, 휴대폰 요금이라도 벌어 볼 생각이었다. 계곡 앞에 있던 집에서 몇 만원 주고 이태원에서 산 기계로 빙수를 만들어 먹다 피서객에게 한 컵에 5000원씩 받고 팔았다. 장사는 꽤 잘 됐다. 지방에선 눈꽃빙수를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부모들은 개발자 출신인 그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길 바랐다. 사람들은 빚을 지고 있는 대학 중퇴자가 하는 이야기를 잘 믿으려 들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삼시 세 끼 라면만 먹고도 살 수는 있었지만 마음이 힘들었다. 2011년 봄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파이버(Fiverr)’를 벤치마킹해 크몽의 베타 사이트를 오픈했다. 2010년 탄생한 파이버는 긱 경제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단돈 5달러에 각종 심부름, 디자인, 문서 번역 등의 재능을 판매했다. 뒤이어 미국에서 잡무, 심부름을 대행해 주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영국에서 음식 주문을 대행하는 ‘딜리버루(Deliveroo)’가 출현했다.

크몽의 비즈니스 모델은 긱 경제에 잘 맞는다. 전문직인 변호사도 일감이 줄어 고민이 깊은 시대다. 이 흐름을 타고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 게 주효했다.

긱 경제 일자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긱 워커로 변신하면 일반적으로 수입이 줄뿐더러 수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고 건강보험료도 오른다. 조직을 떠나면 소외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엔 프리랜서를 ‘백수’로 보는 부정적 인식도 있다. 크몽은 이들과 함께 프리랜서 시장을 키우려 한다.

박 대표는 “이들 프리랜서를 모두 채용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됐지만, 이들에 대한 기업의 니즈는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겁니다. 회사 다니던 디자이너 중에 경단녀(결혼과 육아를 위해 퇴직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가 됐다가 크몽을 통해 일을 다시 시작해 잘 된 분도 있어요.”

무엇보다 인건비, 임차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이 긱 워커의 활용을 부추기고 있다.

크몽은 2019년 여름 ‘뉴크몽’을 론칭했다. 크몽이 인정하는 전문가에게 프라임 등급을 부여한 크몽 프라임도 선보였다. 고액의 용역비를 받는 고급 인력 풀이다. 고가에 높은 퀄리티로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현재는 건 당 5000원~20만 원인 일감이 대부분이다. 의뢰인이 가격을 밝히고 프로젝트를 등록하면 프리랜서가 입찰하는 거래 방식도 내놓았다. 의뢰인이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하고 필요할 때 발주하는 방식도 나왔다.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의 크몽은 할인 매장 ‘다이소’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높은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것이다.

“장차 프리랜서별로 실적, 실적에 대한 리뷰는 물론 세금계산서, 계약서, 보증보험 등을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전문가들에게 일종의 가상 오피스를 제공하는 거죠.”

크몽의 캐치 프레이즈는 ‘행복하게 일하라’

크몽의 매출액은 2016년 이래 해마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크몽의 캐치 프레이즈는 ‘행복하게 일하라’(Work happy)이다. 전문가들이 성공하게 만들려면 우리부터 행복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조직 문화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이다.

“팀원(구성원)을 뽑을 때 자기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사람을 고릅니다. 대표가 지시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사람이죠. 전문성 있는 일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우리가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평소 생각을 많이들 해요.”

이 회사는 격주로 전 구성원이 모여 회사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토론한다. 이렇게 의견을 모아 출근 시간을 아침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늦췄다. 당일 아침에 얘기해 그날 휴가를 쓸 수도 있다. 점심은 앱을 이용해 회사 근처 아무데서나 먹는다. 수요일은 점심 식사 후 한 시간 동안 취미 활동을 한다.  

“개성이 강한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끼리는 서로 ‘평범해지지 말자’고 얘기해요.”

크몽은 컴온(come on)을 장난스럽게 발음한 것이다. 크몽은 스타트업 치고는 이직률이 낮다. 1년여 전엔 퇴사율이 0%였다고 한다.

창업 초엔 시행착오도 겪었다. 박 대표가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었다. 마케팅도 거의 안 했다. 서비스를 잘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찾을 거라는 생각이 패착이었다. 기술 창업을 한 엔지니어·개발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개발자 출신이라 좋은 서비스를 재빨리 만들 수는 있었지만 개발에 몰두하느라 대표로서 정작 비즈니스를 제대로 못 챙겼죠.”

플랫폼도 80 대 20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크몽도 전체 프리랜서의 20%에 해당하는 전문가에게서 8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수익을 분산시켜 다수의 전문가들에게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도록 하려 알고리즘을 개선 중이죠. 구매가 많이 일어나지 않는 분들에게는 수수료를 할인해 주거나 쿠폰을 드리고, 기획전도 엽니다.”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단적으로 노동의 유연성이 결과적으로 노동자보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다.

박 대표는 “플랫폼 산업은 아직 수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기 시장입니다. 수 조원의 적자를 낸 ‘우버’를 비롯해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이 적자 상태죠. 이들 기업이 수익을 다 가져 가느라 플랫폼 노동자를 쥐어짜는 게 아니에요.”

크몽도 매출액이 최근 3년 간 두 배 이상 성장했지만 막대한 출혈을 감수 중이다.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고 프리랜서 전문가들을 알리느라 꾸준히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결국 규모의 경제가 게임 룰인 시장이다. 분야마다 최후의 승자가 이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크몽은 손익분기점을 2021년으로 잡고 있다. 그때까지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모른다. 크몽이 해외 진출을 미루는 까닭이다. 크몽을 ‘미투’한 업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도태됐다. 그 중엔 대기업도 있다.

규제 문제도 있다. 법제와 규제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걸 막는 것이다. 일례로 변호사 상담 같은 카테고리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지만 변호사법에 따라 만들 수 없다.

박 대표는 “플랫폼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시장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단일 시장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하이퍼커넥트’의 화상 채팅 앱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데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려요. 글로벌 경제 시대에 국내 시장만 보고 정부가 규제하면 국내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할 소지가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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