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코로나19 쇼크...정부는 중소기업만 임대료 '생색내기'
인천공항 면세점 코로나19 쇼크...정부는 중소기업만 임대료 '생색내기'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3.03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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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대기업은 인하 혜택 제외...업계 "국가적 재앙에 차등 지원은 역차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업계가 침체기에 빠졌다. 지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최근 정부가 밝힌 인천공항공사 내 입점 면세업체에 대한 임대료 인하 방침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중견기업 면세업체들은 인천공항 전체 임대료 가운데 약 1%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 면세점 업체의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나고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공항 면세점 매출이 60%나 급감한 것은 모든 면세 사업자의 공통된 어려움인데, 기업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파악하지 않고 규모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월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코레일 등 임대시설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103곳에 입점한 업체에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제외됐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임대료 지원방안’에 따라 임대료 지원대상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중소기업 기본법’ 상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임차인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료 인하를 적용받는 면세점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두 곳이다. 대기업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과 중견기업인 SM면세점·엔타스듀티프리는 임대료를 감면받을 수 없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총 1조761억원 가운데 대기업이 낸 임대료 비중은 91.5%(9846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중소·중견 면세점 임대료가 915억원으로 전체의 8.5%에 불과한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정부 지침에 따라 임대료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의 임대료는 전체의 1%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중소업체 임대료, 전체 임대료 중 1% 불과...'생색내기용'"

코로나19 확산 후 인천공항 여객은 크게 줄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인천국제공항 여행객 수는 7만1666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날 여행객 20만8241명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2월 셋째 주 국내 면세점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4% 급감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셋째 주엔 전년 동기 대비 14.3%, 1월 넷째 주엔 23.4%, 2월 첫째 주엔 42% 줄었다. 그중 인천공항의 경우 면세점 매출이 약 60%까지 줄어들었다.

지난 2월 11일 한국면세점협회는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외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각 지역의 공항들이 임대료 감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 명분이 됐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지난 2월부터 임대료를 6개월간 50% 할인해주기로 했고, 태국공항공사 역시 내년 1월까지 6개 공항의 월 임대료를 20% 낮춰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달 17일 인천공항은 “영업시간을 조정하라”며 사실상 임대료 인하 요구를 거절했다. 20일 열린 공항과 입점면세점 간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임대료 인하를 재차 요청했으나 공항 측은 “정부의 특별한 지침이 없다”며 거부했다.

업계가 수차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자 정부는 중소기업 면세점만 감면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선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재앙인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견·대기업도 너무 힘들다. 면세업 특성상 정말 소규모 업체는 아예 발을 들이기조차 힘든데, 그걸 기업 규모로 나눠서 어디가 더 힘들고 어디는 안 힘든 것처럼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 임대료 전체 중 1%의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은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면세업체들이 생사기로에 서 있는데 중소기업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다 죽으라는 것 같다”며 “싱가포르·태국·홍콩공항은 코로나19 확산 후 임대료를 완화해주기로 했는데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공항 관계자는 “우리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차등 적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 내부에선 신종인플루엔자가 불거진 2009년 당시, 인천공항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에게 임대료를 10% 인하했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2009년의 ‘일괄 적용’과 지금의 ‘차등 적용’이 결정된 배경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2009년엔 입찰 시 제시했던 고정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었고, 최근 들어선 여객 증감률 등에 따라 연동되도록 임대료 납부 방식을 개선했기 때문에 배경의 차이가 있다”며 “이러한 지침은 국토부뿐만 아니라 기재부 등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외의 사안은 얘기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공항·시내면세점 매출 동반 추락..."불지옥과 다름없다"

업계는 인천공항의 임대료 납부 방식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시내면세점까지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을 정부가 감안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천공항 임대료 납부는 낙찰 받은 임대료(최소보장금)와 영업 요율 중 더 높은 것으로 정해진다. 최소보장금은 1차년도 임대료를 기준으로 매년 여객증감률에 연동해 조정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6개월마다 매출에 품목별 영업요율을 곱했을 때 이 금액이 최소보장금보다 높으면 최소보장금액에 차액을 더해 납부하고, 이 금액이 최소보장금보다 적으면 최소보장금만 납부한다.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면세점의 매출과는 상관없이 고정된 금액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면세협회는 최소보장금을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매출과 임대료를 아예 연동시키는 등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품목별 영업요율 임대료 책정방식은 한국공항공사가 최근 김포공항에 도입한 방식이다.

코로사19 사태 이전의 면세업계는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시내면세점이 메우는 구조로 운영됐다. 통상적으로 공항면세점은 10~15% 적자, 시내면세점은 15~20% 흑자여서 대략 0~5% 수준의 이익률을 보였다.

시내면세점이 흑자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임대료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럼에도 공항면세점 진출을 감행했던 것은 국제공항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시내면세점 매출을 견인한 중국 보따리상들이 사라지면서 시내면세점 매출이 공항면세점 매출을 매우긴 힘들어졌다.

지난달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 입찰에선 대기업 대상 구역 5곳 가운데 2곳이 유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임대료 인하건과 관련된 면세업체-공항 간 대립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짜배기인 화장품·향수 사업권이 유찰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핵심 구역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아예 업체들이 입찰을 접었다는 얘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건 결국 불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도 인천공항에 약 4000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25일 지난해 당기순이익 8905억원 가운데 배당금으로 45%인 400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 주식 100%를 갖고 있으며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배당금 2조1817억원을 챙겼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면세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를 고려해 배당금의 일부라도 임대료 인하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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