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아모레퍼시픽이 ‘CES’에서 보여준 희한한 세상
현대차‧아모레퍼시픽이 ‘CES’에서 보여준 희한한 세상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20.02.0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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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화장품에 디지털 기술을 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지난 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린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로 1967년부터 시작해 53년의 역사 속에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다. CES는 소비자(Consumer) 지향 ‘혁신을 위한 글로벌 무대’로 차기 시장에서 차세대 혁신가와 획기적인 기술의 시험장으로 갈수록 참여 기업과 참관인이 늘어나고 있다. 

CES는 본래 전자제품 위주의 전시회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한 때는 소비재 전자제품 박람회 정도로 인식되는, 지금의 ICT 제품과 기술이 총 망라되는 CES와는 다소 격차가 있는 개념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CES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세빗(CeBit : Centrum der Bro-und Informationstechnik)이나 컴덱스(Comdex : Computer Dealers Exposition)와 비교해서도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1987년부터 이동통신분야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개최되기 시작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 Mobile World Congress)에 비교해도 위상이 떨어졌다.

그러나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가전협회(CEA :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가 지난 60년간 사용하던 전통의 협회 이름까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로 바꾸면서 까지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와 드론, 인공지능, 로봇 등 ICT 분야의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 유치한 혁신으로 매년 초 그 해의 최첨단 기술과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전시회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2015년 1월에는 총 5명의 기조 연설자 중 2명을 자동차 업체 CEO로 유치해 자동차를 끌어 들였으며 2019년에는 5G, 인공지능 시스템(AI) 등 최첨단 테크놀로지 소개를, 올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의 장으로 유도해 세계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우버의 역발상

현대자동차와 우버가 공동으로 선보인 PAV(Personal Air Vehicle :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은 자동차 주행 길의 개념을 도로에서 하늘 길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CES는 세계 소비자 시장에 있어 매년 초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는 혁신의 전시회가 되어 가고 있다. 

S-A1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 택시로 도로가 필요 없으며 8개의 작은 로터(헬리콥터의 머리 위에 돌아가는 것을 프로펠러라고 하지만 전문용어로는 로터. 프로펠러는 앞으로 향해 추진력을 만들지만 로터는 위쪽을 향해 마치 날개처럼 양력을 만든다)를 활용해 소음을 줄였다.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고 최대 290km/h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이동 가능한 모빌리티와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설계에 따라 카페, 병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이동 중 자유롭게 이용하는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UAM과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PBV와 결합으로 새로운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얼마 전 행사에서 코스메틱 분야의 작은 중소기업 사장님을 만났다가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회사에는 CDO라는 직책이 있다는 것이었다. 화장품 분야이니 당연히 Chief Design Officer겠지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그럼 요즘 대세인 Chief Data Officer인가? 역시 아니란다.

그럼 어떤 건지 의문을 가졌는데 ‘Chief Digital Officer’라고 했다.

설명인즉슨 코스메틱 분야에도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회사는 수년 전부터 국제적인 코스메틱 전시회에 나가지 않고 전자관련 전시회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벌써 모든 산업에서 CES처럼 기존 분야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기존의 마스크 팩들은 가격경쟁이 높고 부가가치가 낮아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고 LED 마스크 팩 개발로 기존 마스크 팩보다 피부를 더 촉촉하게 하고 피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도 죽이고 피부 세포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그런 팩을 연구하고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CES 2020에도 아모레퍼시픽이 ‘3D 프린팅 마스크 팩’과 ‘LED 플랙시블 패치’를 전시해 관심을 받았다. 소비자를 위한 전시회니 당연하겠지만 코스메틱이 ICT 전시회에 나온다는 사실은 발상의 전환이다. 거꾸로 글로벌 코스메틱 전시회에 ICT 산업의 참여도 이제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3D 프린팅 마스크 팩은 사람마다 자기의 특성이 얼굴을 실시간으로 스캔해 맞춤형 마스크 팩을 디자인하는 기술이다. 마스크 팩 모양뿐만 아니라 스캔한 사람의 피부 상태를 고려한 마스크 팩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마스크 팩들은 할 수 없는 기능이다.

또한 ‘LED 플랙시블 패치’는 LED 마스크와 LED 케어를 융합한 개념으로 피부 관리가 필요한 위치 어느 곳에나 부착할 수 있는 플렉시블 패치 형태로 만들어진 디바이스다. 피부에 좀 더 밀접하게 밀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 케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건희 회장 “자동차는 전자산업”

옛날 직장생활 할 때의 잊지 못할 기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세탁기 개발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세탁기 개발팀에 의류(섬유)분야 박사를 합류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개발 TF팀은 세탁기 개발에 왠 섬유박사인가 라며 모두 의아해 했다.

엔지니어링 분야나 기계분야 전문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업종 분야가 들어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 때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세탁기라는 본질을 이해하면 섬유분야 전문가 참여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마치 피부보호라는 마스크팩의 본질을 이해하면 코스메틱 분야의 ICT 기술의 융합처럼. 지금에 와서야 이런 개념이 상식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혁신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또 하나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할 때의 일화다.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매니아라는 사실은 다 알려진 바 있어 직원들은 삼성이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그러나 당시 이 회장은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자동차산업이 지금처럼 계속 철강이나 기계산업일 것인가? 이 질문에 즉답한 사람은 없었다. 글쓴이 역시 그럼 기계나 철강산업이 아니면 뭐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 회장은 기계나 철강산업이면 우리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동차는 전자산업이기 때문에 삼성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전자산업이라는 생각은 당시에는 실로 이해가 가지 않는 엄청난 발상이었다.

미국에 수출을 하고자 할 때도 안전을 위한 강판 두께가 얼마이니 연비가 얼마이니를 따지고 있을 시기에 자동차가 전자산업이라는 것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개념이 되었지만 그때는 가히 혁명적인 논리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2020년 1월 소비자 가전업체 소니가 자동차, 콘셉트카 ‘비전-S’를 선보였다. 소니가 자동차를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모빌리티 경쟁이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을 넘어 ICT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어떤 분야의 산업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에 등장할까?    

CES 2019에 이어 CES 2020에서도 등장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적 제품과 상상을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비롯해 블록체인과 보안기술 등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현대자동차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삼성전자의 홈오토메이션 로봇 볼리 등은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으로 출퇴근하고, 로봇이 다 관리해 주는 첨단주택에 살고, 미용도 다 기계가 알아서 관리해 주는 일상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모든 산업이 크로스(cross), 연결(connect)하는 ‘Beyond itself’ 세상이 됐다.

이제 한 산업의 본질과 존재 가치는 기업 혼자 만들고 규정하지 못하는 시대다. 그림에서, 음악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미천하다고 여기는 식물과 생물에서도 인간을 찾아주고 또 그 가치만큼의 대가를 지불해 주는 무서운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앞서가는 것에서 존재하거나 망하는 복잡한 시대가 오고 있다. 먼저 크로스화 하고, 끼리끼리 뭉치고, 끼리끼리 컨텐츠를 공유하며 나누는 개념이 없이 존재하는 ‘이기적 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점점 더 빠르고 무섭게 ‘3B less’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경계도 없어지고(boundaryless), 국경도 없어지고(borderless), 장벽도 없어지는(barrierless) 예측 불허의 세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크로스를 뛰어 넘어 더 발전한 트랜스(trans)라는 개념도 생각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들을 따라 가느냐, 앞서 가느냐의 문제는 이미 지난 이야기이고 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키고, 기절시키는 전략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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