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신간]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2.17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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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감별하기 위해 끌려간 여자들 이야기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Le assaggiatrici)’ 표지.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문예출판사는 이탈리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캄피엘로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유수의 문학상 8개를 휩쓴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장편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Le assaggiatrici)’을 출간한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소설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를 감별하기 위해 끌려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로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했다. 마고 뵐크는 1941년 24세의 나이에 자신을 포함한 총 15명의 여성과 친위대원에게 끌려가 독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는 일을 맡게 된다.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마고 뵐크는 2013년에서야 독일 언론 ‘슈피겔’을 통해 지난 일을 고백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치에 순응하며 독이 든 음식을 먹어야만 했던 이들의 상황은 공포 속에서도 살고자 했던 인간의 생존 욕구와 더불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했고, 신문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포스토리노는 이 사건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단면과 이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인간의 모순적 욕망에 주목한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1개월간 3만부 이상, 현재까지는 50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4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모든 시대의 인류는 모순적이다. 나는 언제나 인간의 모호함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말했던 작가 포스토리노. 그는 이 소설에서도 전쟁이라는 위기상황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모순된 인간의 욕망과 선악을 알 수 없는 모호한 행동을 묘사하며 인간의 본성과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아흔여섯이 되어서야 자신의 지난날을 고백했던 마고 뵐크는 평생 엄청난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고통과 죄의식, 공포 때문에 생긴 현기증에 늘 시달렸다고 한다. 나치가 아니었으나 나치가 되어야만 했고, 죽음의 위험이 내재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광기의 시대 안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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