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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싸이월드는 ‘휴먼 네트워크’ 무시하다 몰락했다
싸이월드는 ‘휴먼 네트워크’ 무시하다 몰락했다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19.11.03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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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 아닌 ‘뚝배기보다 장 맛’ 교훈 새겨야

 

‘싸이월드’ 안 하는 사람은 간첩, 컴퓨터를 켜면 제일 처음 미니홈피에 접속을 해야 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일촌, 도토리, 담벼락 꾸미기 등 이 말을 모르면 바보 취급받을 정도로 싸이월드는 사랑받는 대국민 서비스였다. 이런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지난 10월 11일 접속불가로 한 때 이용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1999년 이후로 미니홈피 등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가꾸어 왔는데 하루 아침에 잃게 되니 멘붕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사이트의 폐쇄로 인해 개인 자료를 잃는 이용자를 ‘디지털 수몰민’이라고 부른다. 댐 조성으로 살던 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생활하던 집, 가재도구 등 짐을 챙기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수몰민과 같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수몰민의 경우 사전에 고지를 하고 짐을 쌀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디지털 수목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길게는 20년에서 짧게는 몇 년간 자신이 기록했던 자료들을 백업 받을 수 있게 해야만 한다. 말 그대로 인생기록이기 때문이다. 이용 약관에도 나와 있는데 통상 1~2개월 전에 공지해 자료를 내려 받게 하고 있다.

예전에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나우누리 이용자인 임 모씨는 나우누리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자 나우누리를 상대로 ‘서비스 이용종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임씨는 1996년경부터 유료로 목록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칼럼 등 다수의 글을 게재해 왔다. 이런 저작물을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로 모두 잃게 된 것이다. 나우누리가 서비스 종료 전에 두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저작물을 모두 백업받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며 서비스 종료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과는 원고측 주장대로 재판부가 충분한 시간을 주라는 판결로 마무리 되었다.

‘컬처 쇼크’

글쓴이도 2005년부터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글과 사진 등 귀한 나만의 자료가 방대하게 쌓여 있다. 이런 자료들을 하루 아침에 잃는다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다행히 싸이월드는 다시 문을 열고 1년의 시간을 주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백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싸이월드는 cyworld.com 인터넷 주소를 2020년 11월 12일까지 1년 연장했다)

한 때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원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SNS 모델로 불리며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주커버그도 배우러 왔던 싸이월드가 왜 이렇게 몰락한 걸까?

싸이월드 뿐만 아니다. 아이러브 스쿨, 버디버디 등과 같은 소셜 서비스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또 있다. 1998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세빗(CeBIT)’에서 새한정보시스템(지금의 엠피맨닷컴)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MP3 플레이어(MP3P) ‘엠피맨F10’은 후발주자 미국 애플의 아이팟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1999년 9월 ㈜싸이월드로 출발한 싸이월드는 대한민국의 절반의 이용자가 사용할 정도였다. 글쓴이도 미니홈피를 개설하자 20년 전 친구가 찾아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위력을 느꼈었다.

2003년 8월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합병해 운영했다. 그 후 2014년 4월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리해 사원주주벤처로 새 출발해 옛날 서비스인 방명록, 내 미니미, 미니홈피, 다이어리 등을 부활시키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 듯 했으나 끝내 서비스 중지를 결정한 것이다.

싸이월드는 SK컴즈가 합병한 후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타이완, 베트남 등 해외에도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현지 SNS 서비스들과의 경쟁, 현지 정서에 맞지 않는 유료 아이템 등으로 외면 받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에도 이런 실패를 경험삼아 ‘글로벌 싸이월드’로 재도전해 현지화 전략으로 언어만 현지화한 플랫폼으로 서비스했지만 이 역시 실패하고 3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SK컴즈로부터 지금의 싸이월드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글쓴이의 경험에 의하면 기업의 인수 합병에 성공하려면 신규, 신생조직이 아니라 성공한 그대로의, 그 기업의 기업문화와 경영문화를 유지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 현업에서 조직생활을 할 때 우리 회사가 당시 세계 제일의 메일 기업(영국기업)을 인수 했었다. 글로벌 전략도 가지고 있었고 런던에 현지 법인도 있었기에 인력도, 조직도 그대로 유지했었다. 하지만 경영마인드는 그렇지 못했다. 한국적인 경영 마인드와 경영 지표가 그들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몇 년의 조정과정을 거쳐 유지하려고 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한 개발자들도 떠나고 세계적 기업이 사라지는 어리석음을 겪었다. 잘못된 대기업 문화로 유망한 중소기업을 망친 것이다.

컬처 쇼크(culture shock, 문화 충격)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문화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불안한 감정, 판단 오류 등을 말한다. 문화 충격은 상호 의사소통의 한 분야라고 한다. 구성원 간의 소통, 조직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기업, 서비스, 개발, 신규 사업이 잘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언어, 다른 환경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합병 효과 못 살려

싸이월드 창업자는 훗날 회고를 통해 이 컬처 쇼크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말을 했다. 첫 번째가 나라별로 상호 다른 서비스를 하려고 한 것이고 두 번째가 한국 서비스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했다.

글로벌 소셜 네트워트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전 세계에 동일한 서비스로 세계 어느 나라 친구들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데 싸이월드는 나라별로 만들어 글로벌 소통에 불편을 초래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싸이월드가 몰락한 이유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사람을 꼽는다. SNS 서비스는 초기에 개발한 사람들이 서비스의 마인드를 지속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데 싸이월드는 SK 합병 후 창업자와 창업 개발자들이 모두 떠났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자 다시 컴백해 재기를 했으며 페이스북의 전신인 마이스페이스 창업자도 대기업에 인수된 후 떠나 망한 것처럼 싸이월드도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 창업개발팀원들이 합병 직후 네이버로 옮겨가 블로그 커뮤니티를 만들고 밴드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유명한 이야기다. 싸이월드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SK적인 문화, 즉 새로운 서비스인 페이퍼, 싸이마켓 등도 어찌 보면 창업 문화에서 벗어난 쇼크였다. 당연히 환영을 못 받은 것이다.

SSO(Single Sign-On)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여러 개의 사이트에서 한 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가지 다른 사이트들을 자동적으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시스템 및 사이트에서 각각의 사용자 정보를 관리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서 사용자 정보를 연동해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때 하나의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여러 시스템을 하나의 통합 인증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로그인을 네이트온 계정으로만 제한해 사용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싸이월드 회원이었지만 네이트온 회원이 아니었던 사람들은 친구들과의 교류를 끊어버린 것이다. 이는 사용자의 권리와 의사를 무시한 지극히 대기업적인 문화에 젖은 생각이다. 과거 싸이월드 서비스 시절에는 사용자가 우선이었던 문화에 역행한 것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이용자 로그인으로 페이스북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용자들의 문화는 상관없다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2008년 싸이월드는 중국 등 해외 진출 시 한국 싸이월드와 중국 싸이월드를 분리 운영하는 서비스를 택했다. 대단히 폐쇄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수 천 만명의 이용자가 있는 한국 사용자의 휴먼 네트워크의 초대로 쉽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무시하고 중국 독립 운용 전략을 추구하며 회원 제로에서 출발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기본 조차 무시한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합병은 초기에 엄청난 성과도 있었다. 그 당시 라이벌인 MSN 메신저를 압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인스턴트 메신저와 연동된 개인용 홈페이지의 신규 개설이 급증했고 개인용 홈페이지와 인스턴트 메신저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엄청난 시너지효과로 MSN 메신저 사용자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 탔다. 하지만 네이트온은 시너지 효과를 본 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싸이월드의 본질과 이용자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서비스를 운영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SK의 싸이월드 합병은 시너지가 아니라 네이트온 메신저의 일시적 일방 성과로 끝난 것이었고 이미 합병 초기부터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휴먼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본질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생각보다는 ‘뚝배기보다 장 맛’이라는 교훈을 세겨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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