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풍납토성 유적지에 레미콘 공장 '알박기'?
삼표산업, 풍납토성 유적지에 레미콘 공장 '알박기'?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9.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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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도 이전 미온적...법 무시하는 행태에 비판 쏟아져
삼표산업은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인근에 위치한 풍납공장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송파구청 등 관계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시스
삼표산업은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인근에 위치한 풍납공장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송파구청 등 관계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서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레미콘 생산업체 삼표산업의 풍납공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삼표산업은 풍납토성 일부인 서성벽 구간 발굴 작업을 위해 공장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삼표산업은 2016년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인정고시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러나 삼표산업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난 2월 이후 송파구의 보상문제 협의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 법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 10일 “삼표산업이 협의기간 만료일인 지난 9일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풍납공장에 대한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수용재결은 토지·물건에 대한 적정 보상가격을 정하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정비·개발 등의 사업이 진행될 때 보상을 놓고 사업 시행자와 소유주 간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이 방법을 택한다.

삼표산업은 왜 돌연 입장을 바꿨나

삼표산업은 지난 2003년부터 국토부·서울시·송파구 등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 참가자들과 풍납공장 이전에 따른 보상 절차를 연차적으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2014년부터 갑자기 공장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2016년에는 대전지방법원에 사업인정고시취하 소송을 재기했다.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결국 대법원은 해당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문(2016구합 100965)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소송 당시 해당 사업 자체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공익사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서성벽(풍납공장 아래 존재할 것으로 추정) 복원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역사적 고증이 부족해 문화재의 진정성과 가치를 유지하는 사업이 될 수 없고 백제시대의 강바닥 부분이나 유실된 성벽 부분을 인위적으로 복원하는 것은 과잉복원에 해당된다”고 적시했다. 또 “원고(삼표산업)의 공장부지만을 이 사건 사업대상으로 한정하는 표적수용의 성격을 띠고 있어 특정 토지소유자를 축출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탈법적인 사업인정방식”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업 참가자와 전문가들의 수용대상 부지에 성벽 등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이라며 “성벽 등이 수용대상 부지를 관통하지 않았더라도 풍납토성의 전체 형태 등에 비추어 성벽 등 시설에 매우 근접한 위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벽 등의 복원·정비를 위해서는 수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고 등에게 발생하는 사익 침해의 정도가 문화재 등의 가치를 보호하는 공익에 비춰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삼표산업이 문화재·유적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풍납공장 철수하면 회사 흔들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삼표산업은 보상 논의에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편에서는 그 이유를 풍납공장과 비슷한 조건의 대체부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삼표산업은 서울 성수동과 풍납동 공장을 비롯한 전국 29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골재는 전국 6개 석산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삼표산업의 풍납공장·성수공장, 신일CM과 천마콘크리트공업의 레미콘 공장 등 총 4곳의 레미콘 공장이 있다. 삼표산업은 성수공장도 2022년까지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레미콘의 특성상 운반거리가 중요한데 풍납공장과 유사한 조건의 대체부지를 찾기 힘들다는 게 삼표산업 측 입장이다. 그동안 입지적 조건 때문에 서울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었는데 이전하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표산업 풍납공장은 풍납토성 서쪽 끝자락 서성벽이 있을 것을 추정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다음지도 캡쳐
삼표산업 풍납공장은 풍납토성 서쪽 끝자락 서성벽이 있을 것을 추정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알파벳 A로 표시된 곳이 풍납공장 위치. <다음지도 캡처>

업계에서도 적당한 대체부지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수도권에도 이미 경쟁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표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려면 주민들의 반대와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 대체부지 선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지 이전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부지 선정에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표산업의 무응답에 따라 송파구청이 수용재결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삼표풍납공장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고 비대위의 시위로 인해 송파구의 보상협의회 테이블에 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체부지 찾기 정말 어려운 것인가

풍납토성 복원사업 갈등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삼표산업은 이 긴 시간 동안 대체부지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전 보상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별안간 삼표산업이 입장을 바꾼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삼표산업 측은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청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총 보상금액은 1140억원으로 그 중 보상 완료된 금액은 435억원, 미보상 금액은 705억원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송파구는 감정평가 등의 방법을 통해 540억의 보상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표산업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풍납공장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확한 손실 금액이 나와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삼표산업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삼표산업이 풍납공장에서 직선거리로 5km 내외에 위치한 삼성동 GBC 부지의 수요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GBC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즈니스센터로 아직 착공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사돈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성수공장도 버티기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풍납공장 대체부지를 찾지 못하면 성수공장 이전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삼표산업이 토지수용위원회 재결 결정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 행정소송 등을 재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3~4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삼표산업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가의 예산이 소요되고 문화재·유적지 문제도 얽혀있고 레미콘 기사들의 생존권도 달려있는 중대한 문제인데도 삼표산업의 미온적인 태도로 일이 꼬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풍납토성은 1925년 홍수로 중요 유물들이 출토된 후 1997년 발굴조사에서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다. 더불어 너비 43m, 높이 11m 규모의 성벽이 확인돼 학계에서는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백제 왕성으로 공인했다.

cjroh@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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