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법원 선고 핵심은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유무
이재용 대법원 선고 핵심은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유무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08.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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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승계작업' 존재 인정 안해...대법원 최종 판단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가 뇌물 혐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주어진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의 핵심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여부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특검 측 공소사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청와대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로 하여금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도록 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봤다.

특검은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삼성SDS·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네 가지 개별현안을 해결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 등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개별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의미하며, 이는 이 사건 뇌물죄 성립의 요건인 공여자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가 부정된다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특검 측 공소사실의 논리는 무너지게 된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에서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사실은 인정된다”며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보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배척했다. 심지어 앞서 언급했던 개별 현안들의 추진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곧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닌 단지 대통령에게 불특정한 도움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함이었다는 의미였다.

"경영권 승계는 있었지만 승계작업은 없었다"

29일 예정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역시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있었지만, ‘경영권 승계작업’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은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경영권 승계는 한 기업의 경영권 또는 그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공정거래법상 지위가 동일한 상태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다음 세대가 전 세대로부터 재산과 기업 지분, 경영권 등을 상속 또는 이전 받을 때 이뤄지게 된다. 회사의 주요 현안이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지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영권 승계작업은 앞선 승계 과정에 ‘인위성’을 덧붙인다. 다음 세대가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 내에서의 ‘부족한 지배력’을 인위적으로 보완·강화시키기 위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작업이다. 쉽게 말해 다음 세대가 경영권 등을 물려받기에 경영능력이 부족하거나, 신체 또는 정신적으로 큰 결함이 있거나, 계열사 내 지배력 확보가 미미하거나,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시 주주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승계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경영권 승계를 하게 되지만, 다음 세대가 앞서 언급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승계작업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검 측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이 부회장에 대한 개별현안들이 계열사 내 지배력 확보를 위한 경영권 승계작업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미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었던 만큼 이것은 승계작업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삼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삼성그룹 총수자리를 물려받는 사람은 ‘당연히’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여겼다. 특히 당시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일가 등의 내부 지분율은 18%에 달했고,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가 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분구조상 외국인들의 지분율이 당시 약 54%로 이는 제 아무리 회장 아들이라고 한들 근본적 변경이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내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향후 경영성과를 통해 외국인 주주들의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또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총수일가 등 내부 지분율이 52%로 ‘확고한 지배’에 해당했고, 52% 중 20.7%가 이건희 회장 지분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여기서 20%의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여전히 30% 이상의 내부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대치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다.

때문에 삼성 측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내 지배력은 인위적 작업이 필요하거나 부족할 정도가 아닌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완료된 사실상 그룹 총수

특검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최종 목표가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그리고 이것의 전제가 되는 ‘삼성전자의 일반지주회사 전환’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을 중단해 왔고, 삼성전자의 일반지주회사 전환 역시 잠잠해진지 오래다.

특검의 공소사실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면, 이는 아직 완료가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반도체 제조공정을 위한 불화수소 수급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에 출장을 나가 3개 핵심소재 긴급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 전자 계열사 사장단 소집 등 비상대책회의를 수차례 개최하며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비상대책 마련을 지시하거나, 대법원 선고 직전까지 현장 경영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특검 주장대로라면 이는 경영권 승계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룹 총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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