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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핀테크]동남아에서 '우버'는 왜 ‘그랩’에 먹혔나
[핀테크]동남아에서 '우버'는 왜 ‘그랩’에 먹혔나
  • 최광일 주식회사핑거비나(베트남) 신사업추진부 매니저
  • 승인 2019.06.0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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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원조 뛰어넘어 ‘동남아 우버’ 우뚝

베트남에서 작년 3월 그랩(Grab)이 우버(Uber)의 동남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는 공식발표 소식을 들었을 때, 소식에 대한 반응은 언론과 주변인들간에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줬다. 한국과 주변 동남아 소식지들은 앞다퉈 원조인 우버가 후발주자인 그랩에 패배한 것을 아주 새롭고 놀라운 내용으로 전했다. 하지만 사실 동남아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주변인들과 필자의 경우에는 크게 놀랄 사실은 아니었다. 매일 사무실을 출퇴근하는 필자 또한 운전자를 주변에서 더욱 쉽게 찾을 수 있고, 비용이 더욱 저렴한 그랩을 우버 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버의 경우에는 신용카드 등록을 통해 결제를 진행해야 했지만, 그랩의 경우 현금으로 지불할수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조금이라도 생활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곳은 아직까지도 카드보다 현금이 편리한 생활권이라는 것을.(동남아시아 현금 사용률은 80%에 육박한다. 자료 : Asia Briefing Ltd.)

그리고 이러한 점은 오랫동안 생활하고 지내온 이곳 현지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국 대륙을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려 했던 우버의 야심은 결국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후발주자인 그랩과의 경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그랩은 더이상 동남아시아의 우버가 아닌, 그랩은 그랩이라는 독자적인 동남아 시장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기업가치 130억 달러 ‘데카콘’

그랩이 2012년 6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서비스 지역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곳, 등록 차량은 40여 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6년여 만에 서비스 지역은 동남아 8국 336도시, 등록 기사는 260만 명으로 늘었다.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랩이 2017년 10월 운행 10억 건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5년 4개월이었다. 그러나 20억 건 돌파까지는 9개월, 30억 건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6억4000만 동남아 인구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매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 세계 차량 공유 기업 가운데 그랩 보다 많은 운행 실적을 낸 곳은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디디추싱(연간 약 100억 건)과 세계 1위 업체 미국 우버(누적 100억 건) 뿐이다. 여느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업체들처럼 그랩 또한 창립 이래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소프트뱅크, 도요타, 중국의 디디추싱,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미 68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의 현대차와 SK도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의 기업가치는 약 13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로 세계에 몇 없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의 반열에 올랐다. 창립 이래 흑자 한번 없는 단순 차량 공유서비스가 7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이 되고 전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이 서비스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방대한 데이터 활용한 방대한 서비스

“그랩푸드로 음식을 시켜 먹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택배를 그랩딜리버리로 받는다. 그랩택시를 불러 쇼핑을 가고, 이 모든 결제를 그랩페이로 한다.”

현재 그랩은 일반 택시뿐 아니라 개인 차량을 중개하는 그랩카, 카풀 서비스인 그랩히치, 오토바이를 공유하는 그랩바이크, 음식을 포함한 기타 물건들을 전달해주는 그랩딜리버리 등 통합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모든 서비스엔 결제가 뒤따르고, 결제가 가능해야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그랩페이를 내세워 모바일 결제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포함한 8개국에서 제휴와 협력사를 늘리면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그랩페이 가맹점을 늘렸다. 최근엔 온라인 여행사 부킹닷컴과 제휴를 맺고 그랩페이를 통한 숙소 예약·결제 서비스 시행에 나섰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대출 서비스와 소액 보험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공격적인 행보에 힘입어 최근 그랩페이는 동남아 권역 최대 결제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랩은 앞으로도 동남아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구의 70%는 은행 계좌가 없어 은행을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런 환경이 오히려 모바일 결제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4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남아에는 계좌가 없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고객이 많다”며 시장 성장성을 강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랩은 고객을 30억 번 이상 태워주면서 210억6500만㎞ 운행 데이터를 얻었다. 지구를 52만 번 이상 돈 거리다.

그랩은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패턴을 파악한 뒤 더욱 정교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5G 네트워크 세상이 시작됨에 따라 이런 방대한 양의 데이터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적인가, 아군인가?

최신 IT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혁신은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기업이 IT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거나 생산과 유통 방식을 혁신하는 것을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IT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과 이에 따르는 디지털 파괴는 금융 산업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금융 서비스, 특히 소비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도 이제는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상시연결된(hyper-connected)’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으며, 소비자의 금융 행위도 ‘상시연결된 시간’ 중에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의 금융행위가 온라인화 된 일상 생활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12월부터 모든 금융결제망을 오픈하겠다는 오픈뱅킹을 시행하고 그에 따른 규제가 완화될 거라 했다. 기존 핀테크 기업들과 플랫폼사업자들에게는 금융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며,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금융기업들 외에도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규제로 인해 그랩과 같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는 없지만,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거세지는 만큼 규제 또한 유연하게 변화될 것은 시간문제다. 금융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변곡의 시기가 온 지금, 기존 금융기업들과 핀테크 기업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전쟁의 서막을 감지하고 있다. 각 역할군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될 것이고, 그 사이에서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은 아군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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