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은 왜 주총장을 황급히 떠났나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은 왜 주총장을 황급히 떠났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3.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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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만에 싱겁게 끝난 주총⋯정 사장, 현대중공업과 합병에 묵묵부답
29일 서울 다동 본사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제19기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의장으로서 역할을 마친 정성립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짧은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주총장을 떠났다. 사진은 2016년 주주총회 당시 정성립 사장. 뉴시스
29일 서울 다동 본사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제19기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정성립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짧은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주총장을 떠났다. 사진은 2016년 주주총회 당시 정성립 사장.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29일 서울 다동 본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가 열렸다. 정성립 사장은 이날 주총을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떠나게 됐다. 주총장을 나서는 정 사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새 사장이 잘 맡아 줄 거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황급히 주총장을 떠났다.

이날 주총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흡수합병에 대한 이슈가 많은 가운데 열렸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20분 만에 싱겁게 마무리됐다. 이성근 부사장(옥포조선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을 맡게 됐다. 제19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성립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인수합병 논의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산업은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정부)가 정 사장을 논의에서 배제시켰다는 의혹이다.

정 사장을 직접 면담한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한다는 전언과 함께 계약 체결 시까지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당부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때문에 면담하러 간 노조원에게 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그때부터 주주총회 때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40년 경력의 ‘대우맨’ 조선 전문가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측과 정치적으로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배제’가 아닌 ‘비밀유지’에 무게를 싣는 입장이다. 어떤 인수합병을 보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절차상으로만 따지면 보안 유지가 중요할 수 있지만 인수할 대상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대우조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정성립 사장”이라며 “아무리 보안유지가 중요하더라도 핵심 인물을 논의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수그러들지 않는 매각 반대 목소리⋯거제시의회 “인수합병 명분 없다”

실제로 이번 인수합병은 이례적으로 계약을 먼저하고 대우조선 실사를 나중에 한다. 이를 두고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대로 실사가 좌절된 게 트라우마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신상기 대우조선 노조 지회장은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주총장에서도 정 사장을 만나지 못했다”며 “초기에 한 번 면담하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이유에 대해선 “저도 알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오는 4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실사가 예정돼 있지만, 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지난 28일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대우조선의 일방적 매각 협상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결의문이 발표됐다.

거제시의회는 “이번 인수합병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협상 중단과 함께 매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 ‘대우조선 주인 찾기’ 등은 허울뿐인 명분임 ▲산업은행·현대중공업 공동발표문 내용은 지켜지지 않을 것 ▲25만 거제시민·노동자·이해당사자 배제 ▲후속 조치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음(이동걸 회장도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 50% 예상) 등의 이유를 들었다.

신 지회장도 주총장에서 주주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 대우조선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매각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시길 바란다”며 “대우조선 현장에서도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주주가 목소리를 내야 주식 가치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지회장의 이러한 일성에 많은 주주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지회장은 “그만큼 많은 주주들이 매각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는 주주들도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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