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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3 19: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멀티미디어아티스트 김태호ᆢ그리고 다시 움트는 생령의 거룩함
멀티미디어아티스트 김태호ᆢ그리고 다시 움트는 생령의 거룩함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2.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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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실재의 반영이다. 이미지는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 이미지는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어떠한 실재와도 무관하다. 이것이 바로 지시대상도 테두리도 없는 끝없는 시뮬라시옹의 순환 속 시뮬라크르이다. 무언가를 감추는 것으로부터 아무것도 없음을 감추는 것으로의 결정적 전환이 시작된다.”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지음, 하태환 옮김, 민음사 刊>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진 나뭇잎이 우르르 몰려 있던 자리의 빈 공간, 초겨울 밤 가난한 연인의 헤진 코트 너머에 걸려있는 함박눈 쏟아질 것 같은 희뿌연 하늘.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아른거리는 꽃잎 하나처럼 피아니스트 알도 치콜리니 연주, 에릭 사티(Erik Satie) 곡 ‘짐노페디’가 여운의 물안개처럼 흐른다.

오묘한 시간의 비의를 가득 담은 향기가 선율 위에 번지고 전시장바닥 블랙 미러(Black Mirror)엔 흐르지 못하고 정지된 불상(佛像)의 초상이 저 수면 깊은 곳을 투영한 채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안타까웠을까, 깨달음인가. 무채색과 엷은 핑크빛 설렘을 머금은 벽에 걸린 그림이 조심스레 그 옆을 다가서자, 물살이 일고 말았다!

 

 

◇변혁의 공간 변환의 미학

화면으로 올라 온 어슴푸레한 색 면은 자연채광의 이동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컬러를 드러낸다. 바닐라색이 파랑으로, 새봄의 전령사처럼 연두 빛을 머금고 하늘거리듯 다가오는 것은 간섭효과(interference effect)를 내는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페인팅, 사진, 문자 등이 화면의 바탕에 스미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을, 작가는 스케이프 드로잉(Scape Drawing)이라 명명한다. 수십 수백 엷은 아크릴 붓의 덧칠로 이미지집적이 이뤄낸 풍경화이자 생성과 소멸의 반복이 남긴 자국의 단색화다. 벽면 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유닛들이 조화로움의 밸런스를 공유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더라도 저마다의 가슴을 적시는 전시풍경의 일원이 된다.

제14회 김종영미술상을 수상한 김태호 작가(Kim Tai-ho,金台鎬,Artist Kim Tai ho)는 “직접 그린 풍경 외에도 바람을, 심지어는 내 넋두리를 써서 넣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 포개다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자기를 쌌다고 그 안의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듯 어떤 형식으로든 의미 전달된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화면은 지우고 또 입히는 반복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와 존재의 심상운율까지 아우른다. 겹과 겹이 마침내 하나가되어 서로를 뜨겁게 껴안기까지의 간극 그 팽팽한 긴장이 포개어지기까지의 묵언수행, 마침내 백자 달 항아리 같은 흰빛이 부유하는 무심의 정적은 불현 듯 정형과 비정형을 아우르는 빅 데이터플랫폼(Big Data Platform)을 떠 올리게 한다. 시간과 장소와 사건과 ‘나’를 거기에 다 묶어 버리는, 덮어나가는 이 연속성은 어떤 거대한 흐름이자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다.

단색처럼 보이지만 매끈한 것은 아니듯 그것은 물결, 리듬, 역사를 포용해 내는 생명력을 가득히 품은 변혁의 공간인 것이다. 가끔은 흔들리지만 겹 사이 싹트는 선명한 ‘자아’의 발돋움을 느끼듯 ‘나’와 대자연계가 공존하는 가운데 알고리즘이 갖는 논리성과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은 변환의 미학이 ‘모호함(obscurity)’의 공간이다.

“풍경(Landschaft)―실제로 파리는 산책자에게는 풍경이 된다. 또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산책자에게 있어 이 도시는 변증법적 양극으로 분극 되어간다. 파리는 그에게 풍경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방으로써 그를 감싸는 것이다.”<도시의 산책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著, 조형준 옮김, 새물결刊>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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