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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1:0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상가 난민'의 눈물, 이들의 가게는 왜 불이 꺼졌나
'상가 난민'의 눈물, 이들의 가게는 왜 불이 꺼졌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8.11.3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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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스’서 쫓겨나는 상인·문화예술가…건물주·기획부동산·지자체 ‘합작품’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해묵은 문제다. 1980년~1990년대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도시에서 일어났던 현상으로 주민·상인 등이 재개발·상업화 등으로 원래 생활하던 곳에서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정부·지자체 재개발 사업으로 원래 살던 세입자들이 돈이 없어서 새로 들어선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쫓겨나듯 이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서민들은 개인의 권리가 ‘개발 논리’에 밀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에 집중되던 시대를 지나 상업지역과 문화예술 창작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계층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문화·예술인들을 난민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의 창작공간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문제점들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나서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은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가 대한민국 젠트리피케이션, 그 실상과 대책을 짚어봤다.

영세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법안이 발의된 지 4년여 만인 지난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어렵사리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서울시는 성수동에 장기안심상가 모델을 안착시키는 등 발빠르게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고 건물주의 갑질은 현재 진행 중이며 공실이 된 상점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서울 삼청동·서촌·연남동·문래동 등의 상인들과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어떤 임차인은 임대한 가게를 자신이 매입한다고 해도 건물주가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예술가는 건물주와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연남동의 젊은 옷가게 사장은 손님이 들지 않아 결국 가게를 내놓고 새 세입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떤 상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 건물주·기획부동산·지자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고 토로했다. 임대료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은 어떻게든 건물이나 땅값을 올리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새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도 공실로 남겨두는 것이란 얘기다.

뜨는 곳에선 어김없이 쫓고 쫓기는 일 반복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의 쌔미 활동가는 “관(官)이 주도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지금은 겉으로 보기에 잘 정돈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2016년 4월 한 세입자가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아픔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서울 곳곳에서는 ‘재개발’의 다른 이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악(惡)’은 아니다. 과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재개발이나 뉴타운은 선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몰리는 사람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관련 공무원을 도시재생 비극의 적극적 지지자들의 ‘공범’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전국구다. 전국의 이른바 ‘핫 플레이스’라고 하는 곳에선 어김없이 내쫓고 쫓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을 비롯해 경주 ‘황리단길’, 전주 한옥마을, 서울의 ‘익선동’ ‘문래동 예술촌’ 등 최근 뜨는 지역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다.

앞서 말한 대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정부 정책, 부동산, 건물주의 횡포, 양극화, 비양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분명한 게 있다. 쌔미 활동가는 “다시 상인들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 ‘개발 논리’에 양보했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촛불혁명의 시작도 국민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 12월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이 시기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상업공간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공방·갤러리 등 예술가들의 거점이 생기고 이를 따라 카페·식당이 자리 잡아 해당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된다. 이후 유동인구가 늘면 대형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전문점·음식점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기존 건축물을 용도변경 하면서 지가·임대료가 급등한다. 결국 비싼 지가와 임대료로 인해 문화·예술가 집단, 영세자영업자, 원주민까지 외부로 이주해 지역 정체성이 상실되고 만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지금의 홍대 인근 상업지구다. 홍대에서 상수동으로, 연남동으로, 지금은 망원동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홍대 주변은 미대생들의 작업실·화방·미술학원·갤러리 등이 모여 있는 예술가 집성촌이었다. 1990년대 들어 대중 소비의 증가와 이색적인 카페, 레코드가게,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장(록카페, 클럽 등) 등이 생겨났다. 90년 말 외환위기로 침체기를 맞았으나 페스티벌, 인디문화 등 대안적 공간으로 재부상했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상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홍대가 가지고 있던 예술가와 청년들 특유의 자발적·실험적인 독립문화를 잃어버리고 주류 소비문화공간으로 변화했다. 그러는 사이 임대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2009년부터 5년간 홍대입구역 근처 상가 임대 시세가 20~40% 상승했고, 권리금은 5~10배 커졌다. 홍대앞을 특색 있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데 일조했던 예술가들은 견디지못하고 인접지역인 연남동과 망원동으로 이주했다.

현재는 연남동과 망원동도 홍대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특정지역의 개발이익이 건물소유자 및 상업자본에 모두 돌아가지 않고 지역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젠트리피케이션 총괄 정책방향을 정했다.

돈 많은 상가 주인은 공실돼도 꿈쩍 안 해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보면 먼저, 지역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 전국에서 상생협약을 체결한 곳은 46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2년 전 18% 넘게 급격히 올랐던 상가 임대료가 지난해에는 4.5% 오르는데 그치는 등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제성이 없은 상생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종로구청 젠트리피케이션 담당자는 “지난 10월에 임차인과 임대인 상생협약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건물주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자는데 동의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어 합의가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돈 많은 분들은 상가가 비어있어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정부가 임차인들 어려우니까 임대료를 낮춰라, 올리지 마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21일 생생협약 표준고시(안)와 공공임대상가의 공급방식 및 법제화 방안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기획단장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과 상인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다면 도시재생사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상가 내몰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물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착한건물주’ 인증제도(현재는 장기안심상가 제도로 흡수)라는 게 눈에 띈다. 서울 서교동과 연남동에 건물 네 채를 소유한 한 건물주는 2015년 초 연남동 건물 4개층 모두 마을단체·기업에 임대했다. 계약기간은 10년,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도 안하기로 했다. 보증금이 없으면 월세만 받기로 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남동을 일군 양심적인 가게들, 세입자들이 임대료 인상에 밀려나는 걸 보며 이런 실험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종의 상생모델로서 건물주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지자체별 ‘장기안심상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건물주는 임대료 상승을 5% 이하로 자제하고 임차인이 5년 이상 장기간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6년에는 12개 자치구 34개 상가(125건 상생협약) 건물주에게 6억7000만원을 지원했으며 2017년에는 11개 자치구 43개 상가(134건 상생협약) 건물주에게 5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개 상가(33건 상생협약)가 장기안심상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지적된다. 지원기간 이후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상권을 만들고 관리하는 10년 이상 프로젝트인 ‘동네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임차상인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안정된 상권을보장하는 것으로 장기간 이들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와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1만1125건, 2017년 1만713건, 올해 10월까지 1만3664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지난 3년 동안 상담 중에 가장 많은 상담 유형은 ‘계약해지’로 전체상담의 15.7%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보증금·임대료’ 14.8%, ‘권리금’ 13.9% 순이다.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16년 44건, 2017년 77건, 올해 10월까지 132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분쟁조정 유형은 권리금 문제로 3년 동안 총 80건이나 접수됐다.

맘상모는 건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임차인들을 상담해 주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발시켰던 ‘궁중 족발 사태’ 때도 해당 상인을 도운 바 있다. 쌔미 활동가는 “그동안 법 개정이 몇차례 있었지만 아직도 고쳐져야 할 조항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환산보증금제도 폐지 목소리 높아

임대차보호법 중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환산보증금 제도’다.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월차임×100)으로,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1억원, 월차임 350만원인 상가의 경우 환산보증금은 4억5000만원이다. 이 법은 일정 환산보증금을초과하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쌔미 활동가는 “애초에 상가법이 생길 당시 모든 임차상인에게 5년간의 안정적인 영업보장이 그 취지였지만 어이없게도 환산보증금 제도로 인해 본래 법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지난 11월 27일 정부는 임대차보호법을 100% 적용받을 수 있는 자영업의 범위를 현행 90%에서 95%까지 상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환산보증금을 50% 인상했는데, 여전히 임차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인도 상당해 이번에 5%를 또 상향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환산보증금은 서울이 6억1000만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은 5억원, 부산·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나 경기 안산·용인·김포·광주 등은 3억9000만원, 그밖의 지역은 2억7000만원이다.

환산보증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환산보증금 기준은 지역별로 일률적이어서 상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지역의 ‘상가 임대차 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환산보증금 제도의 폐지 또는 상향을 검토한 바 있다. 임대차보호법의 목적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 보다는 ‘계약의 공정성 확보’에 있고 환산보증금 금액이 크더라도 임차인은 구조적으로 불리한위치에 있기 때문에 금액의 제한 없이 법적인 보호를 통해 공정한 계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환산보증금 제도의 전면적인 폐지가 어렵다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환산보증금 기준을 상회하는 상가가 많은 서울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 상향 추진을 제안했다.

환산보증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울의 한 상인은 “여러 차례 환산보증금 기준이 상향됐지만 내 가게는 여전히 상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며 “임대인과의 소송에 서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패소했고 두 차례의 강제집행으로 가게도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도대체 장사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것까지 챙겨가며 장사하는 상인들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는 불합리한 적용 기준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며 “환산보증금은 법의 취지에 맞게 장사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적용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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