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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부장님, 꼰대 짓은 제발 그만 하세요"
"부장님, 꼰대 짓은 제발 그만 하세요"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8.10.31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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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진정한 배려가 부하 능력 높인다

얼마 전 아침 일찍 지방으로 컨설팅을 갈 일이 있었다. 컨설팅 자료를 새벽까지 준비하면서 ‘KTX로 이동하는 동안 잠을 자는 것으로 수면 시간을 대신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계속 했다. 예약한 자리 근처에 할머니 몇 분이 앉아 있었고, 그중 한 할머니의 휴대전화기에서 찬송가가 흘러 나왔다. 이어폰이 휴대폰에 꽂혀 있었지만, 찬송가 소리가 밖으로 나오고 있어 그 사실을 알려주자 찬송가 듣기를 그만두었다. 주변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동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차분하게 준비하던 하루 계획은 할머니들의 떠드는 소리로 방해를 받게 되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런 대화는 대부분 30분 정도 떠들고 나면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아 할머니들의 떠드는 소리를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조금만 참으면 조용해지겠지’라는 기대와는 달리 할머니들의 떠드는 소리는 끝날 줄 몰랐다. 더는 참기 어려워 할머니들께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난 뒤라서 그런지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잠이 들기도 전에 다시 깨어났다. 할머니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기 위해 가방에서 그릇을 꺼내 그릇을 담고 있던 비닐을 벗기고 있었다. 비닐 벗기는 소리가 얼마나 크고 요란한지 이어폰으로 막고 있던 귓속으로 소음이 들어와 잠을 깨울 정도였다. 비닐을 다 벗기고 나니 소음 공해에서 냄새 공해가 시작되었다. 그릇을 열자 음식 냄새가 열차 안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더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떠드는 할머니들에게 다시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고, 옆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 할머니가 “나이 든 사람들이니 젊은 사람이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업무를 마치고 난 다음 동료들과 아침에 열차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면서 옆자리 할머니한테서 들은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해 달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분의 말 속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니 시끄럽게 떠들더라도 젊은 사람들이 참아달라’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 달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행동은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강요라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배려는 평화를, 강요는 다툼을 낳는다

우리나라의 경로사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했다. 나이 드신 분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외국 사람의 눈에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쳐졌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속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즉,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배려가 줄어든 것이다. 배려는 ‘짝처럼(配)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함’ 혹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과 같은 뜻이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보살펴 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배려가 줄어든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나이 든 사람의 염치없는 행동’이 포함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가끔 젊은 사람들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의 자리 양보에 대해 말하다 보면 ‘자신보다 나이는 많지만, 거동이 그리 불편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앞에 서서 노골적으로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듯한 상황을 경험한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을 배려해 달라는 행동을 상대는 강요로 받아들인 것이다.

강요된 자리 양보와 같은 불쾌하고 불편한 경험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한다. 최근 논쟁거리가 되는 ‘어린이 출입금지 식당’의 경우를 보자.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원하고, 식당의 주인은 손님들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일행과 차분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도중 아이가 갑자기 옆에서 떠들거나 복도에서 장난을 쳐 식사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을 때 손님이 식당 주인에게 항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을 반복해 경험하다 보면 ‘식당 이미지가 나빠져 손님이 줄어들면 식당이 망할 수도 있겠다’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대응은 식당 주인과 손님 모두에게 불쾌함만 가져다줄 뿐이다. 아이가 있는 부모는 ‘아이가 장난을 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식당 주인과 손님에게 야속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 부모가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배려는 쌍방이 함께 노력할 때 빛이 난다. 식당 주인이 떠드는 아이를 배려해 손님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오랜만에 오붓하게 가족들과 식사를 하려는 계획을 망친 손님에게는 그 식당은 불쾌함을 안긴 곳이 된다. 그 손님은 그 식당을 기억할 때마다 불편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더는 그 식당에 가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들의 모든 행동을 배려할 수 있는 식당은 없는 것이다.

배려와 강요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사전에 강요의 뜻은 ‘억지로 또는 강제로 요구함’이라고 나와 있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행동하면 배려이고, 행동하는 사람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억지로 시켜서 하게 되면 강요가 된다. 강요는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려면 두 사람 사이에 금력이나 권력과 같은 힘의 차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요의 대표적인 사례가 ‘갑질’이다. 식당 주인이 식당에서 떠드는 고객의 행동을 즉시 제재하기 어려운 것은 식당과 손님 사이에 있는 힘의 차이 때문이다. 식당은 군대처럼 강제로 손님을 식당으로 데려오기 어렵지만, 손님은 자유롭게 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손님에게 ‘나는 돈을 내고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서 식당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일부 손님의 행동은 주변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주변 손님들은 식당 주인에게 ‘우리를 선택하든가 아이를 가진 부모 손님을 선택하라’는 무언의 강요를 하게 된다. 이런 압박을 받은 식당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가진 부모를 받지 않겠다고 선택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사람의 배려 부족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다른 손님들이 불편을 겪게 만든 것이다.

배려는 평화를, 강요는 다툼을 낳게 된다.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사과부터 하면서 아이에게 계속 주의를 시키겠다고 하면 대부분 알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는 달리 “아이가 뛰면 얼마나 세게 뛴다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세요?”라고 말하게 되면 우리가 언론에서 보던 그런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상대에게 ‘내가 시끄럽게 하더라도 당신은 참아야 한다’는 메시지와 같아 상대의 반발을 부르게 되면서 싸움이 커지게 된다.

배려는 조직원의 스트레스를 낮춘다

배려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일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은 상사의 배려 부족이다. 불필요한 업무 지시로 부서원들의 진을 다 빼고, 퇴근 직전에 업무를 지시해 조직원들이 제때 퇴근을 못 하는 일도 있다. 조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상사의 배려심 부족을 아쉬워 한다. 배려심이 부족한 상사와 일하는 부서원은 상사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된다.

상사의 배려는 조직원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업무에 대한 압박감은 조직원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다. 만약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압박감을 느낀 부하가 상사에게 “업무가 너무 많아 말씀하신 시간 안에 처리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상사가 “그래,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나?”라고 부하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부하는 ‘상사가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상사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 부하의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강요는 부하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상사가 업무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하에게 “자네, 도대체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내가 자네의 능력을 너무 높게 평가해 미안하네”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듣는 부하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들은 ‘압박의 강도와 업무 성과는 비례한다’라는 착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압박의 강도와 성과는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부하에 대한 배려는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부하를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부하에게 엄청난 응원이 된다. 부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상사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일하려고 한다. 또한 부하는 이런 상사를 신뢰하게 된다. 부하는 상사의 모든 말과 행동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성과는 높아지게 된다.

상사가 부하에 대한 배려를 꺼리는 이유는 배려의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려의 대상은 업무가 아니라 ‘사람’이다. 부하를 배려한다고 목표를 줄이는 것은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부하를 배려한다고 쉬운 업무만 계속 부여하면 일시적으로는 편하겠지만 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없어져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부하에 대한 상사의 진정한 배려는 부하의 능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하의 업무 능력보다 조금 많은 목표를 부여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부하의 능력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사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부하가 힘들어 할 때 따뜻한 말로 위로하거나 업무 수행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즉, ‘사람은 따뜻하게, 업무는 냉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부하의 능력은 당연히 향상될 것이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하의 능력을 개발하는 유능한 상사로 거듭날 수 있다.

‘한배 탄 공동체’

조직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상사와 부하의 나이 차이가 30년 정도로, 신입사원의 눈앞에 있는 상사는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처럼 30년이란 세월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다. 이렇게 긴 세월은 조직원들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삶의 질보다는 생존이 중요하던 시절에 태어난 상사는 자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회사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오랜 시간 이런 노력 덕분에 사람들의 삶은 윤택해졌고, 젊은 사람들은 상사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렇게 상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상사와 부하는 한배를 탄 공동체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그 배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부터 자신이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보자. 아마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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