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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옥탑방 체험'을 쇼라고 폄훼할 수 있나
박원순의 '옥탑방 체험'을 쇼라고 폄훼할 수 있나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9.0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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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도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일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근 한달 여 동안 낮 기온이 38도를 넘나들던 폭염이 한 풀 꺾였다. 다름 아닌 태풍 덕분이다.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한 19호 태풍 솔릭은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하는 중형급 태풍이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제주도와 일부 남부지방을 제외하고는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다. 한편 폭염이 계속되던 와중에 화제가 된 정치인이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한 3선의 지자체장이다.

그는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서 살았다고 한다. 한 달 동안 에어컨도 없이 말이다. 고위 공직자가 일종의 서민 체험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4년 뒤 대선을 겨냥한 정치인의 쇼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또 비록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일 지라도 지자체장으로서 의미있는 일이라는 평도 있다. 결국 최종 평가는 시민들, 국민들의 몫이다. 그는 인권변호사를 거쳐 국내 최대 시민단체(NGO)의 사무총장 출신이기도 하다. 다음은 필자가 체험한 바로 그 시민단체와 얽힌 에피소드 한 편이다.

언론사가 제안한 ‘기발한 아이디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 초부터 시작된 ‘금 모으기 운동’에 349만명이 참가, 225톤(21억7000만 달러 상당)에 이르는 금이 수집됐다.” 1998년 3월 15일자 어느 조간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바야흐로 때는 1997년 세밑. 우리나라는 달러화 보유 부족과 이에 따른 외채 상환 스케줄의 불일치로 야기된 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라 불리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 보관 중인 소위 ‘장롱 속 금반지’를 수출해 외화를 획득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 언론사로부터 제기됐다.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A 방송사는 얼마 전 한 시민으로부터 금반지 수출 아이디어를 제보 받고, 실제 가능성을 종합상사에 타진한다. 처음 접촉한 B 종합상사로부터 ‘취지는 좋으나 실제적으로는 매우 힘들지 않겠느냐’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받는다. 두 번째로 전화를 한 곳이 바로 필자가 근무하던 ㈜대우였다. 홍보팀장인 필자의 주선으로 방송사 기자와 금수출팀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금은 현금과 마찬가지이므로 물량만 충분하면 100% 가능하다’는 응답을 받는다. 원하던 답변을 들은 기자는 곧바로 여의도에서 서울역으로 달려와 정식 인터뷰 화면을 확보했고, 그 장면은 그날 저녁(크리스마스 이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메인 뉴스에 방송된다.

TV방송의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뉴스를 시청한 국민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이어졌고, 불과 열흘 만에 ‘나라사랑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캠페인은 다섯 개의 조직이 주체가 됐다. 대국민 홍보는 TV방송사가, 금 접수 및 대금 지급은 은행이, 감정은 귀금속협회, 제련은 국내 대표적 제련회사가 맡았다. 그리고 해외 금 시장에 1센트라도 비싸게 팔아야 할 수출 업무는 금반지 수출 가능성을 확인해 준 종합상사 ㈜대우가 맡게 됐다.

1998년 1월 초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의 결과는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금 모으기 운동의 각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국난 극복의 사명감으로 그야말로 거의 매일 야근까지 하며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실제로 금 접수, 감정, 제련, 이송 및 수출 과정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제외한 시간외 수당은 물론 일체의 수익이나 수수료를 취득하지 않고 오직 자긍심과 애국심을 갖고 각자의 소임을 다했다.

“1원의 수수료도 챙기지 않았다”

㈜대우 홍보팀도 금 수출 현황 등을 수시로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내내 정신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1차분 금 수출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할 때의 전율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느덧 금 모으기 운동도 마무리되고 뿌듯하면서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지내던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오전 10시경 홍보팀으로 한 통의 외부전화가 걸려 왔다. 황당하고도 무시무시한 전화였다.

한 시민단체의 전화라며 긴장된 모습으로 전하는 직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대우가 금 수출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남겼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금까지 1원의 수수료도 챙기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정말인가? 관련 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 자체를 시기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루머가 돌고 있다고 일부 언론에서 문의를 해왔고, 그 때마다 일체의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한 덕분인지 일부 사이비 언론을 제외하고 중앙 언론 에서는 관련 의혹이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사가 아닌 시민단체로부터의 문의는 상황이 다르다. 만에 하나 사전 확인 과정 없이 “의혹이 있다는 일부 루머가 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한 줄이라도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될 경우, 나중에 밝혀질 진위 여부와는 상관 없이 사회 적으로 미칠 파장이 엄청나게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절대로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즉시 금수출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후 현재 업무를 일체 중단하고 당장 관련 서류 일체를 챙겨 함께 시민단체로 가자고 했다.

우리는 당시 안국동 근처에 있는 그 유명한 시민단체를 방문했다. 그리고 전화 문의를 해온 담당자와 관련 책임자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필자와 금수출팀장은 금 수집과 수출, 접수자에게 원화로 지급되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투명하게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명백히 ㈜대우가 수출과정에서 국민을 속이고 수익을 취했다는 악성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시간 가량인가 설명을 듣고 난 책임자의 답변은 명쾌했다. “루머는 다행히 사실이 아니군요. 우리 단체는 향후 이 사안을 전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설명을 명확히, 그리고 신속히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오며 시계를 보았다. 12 시 반이 넘었다. 돌아서서 그들에게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권했으나 도시락을 싸왔다고 굳이 거절 했다. 근처에서 우리끼리 늦은 점심을 했지만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니면 그 젊고 눈동자가 맑은 시민단체 직원들 덕분인지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다. 무서운 전화가 아니라 고마운 전화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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