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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양화가 강요배, 참혹한 세월 시대의 증언
서양화가 강요배, 참혹한 세월 시대의 증언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8.07.0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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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의 척박한 땅. 그러나 그 땅을 사람들은 인고로 일구어 맑은 가을이면 축축 늘어진 누런 조이삭들이 밭마다 가득했고, 고구마덩이들이 이랑을 벙글며 맺혔다. 그러한 날에, 갓 찐 고구마를 한 구덕에 가운데 놓고 팽나무마디 같은 손을 한 할머니들이 손자들과 모여 앉으면, 하얀 고구마 속 같이 해학이 피어나는 절제된 풍요도 있었다. 이렇듯 어린 시절의 제주 풍광은 인간의 삶을 부정하지도 치장하지도 아니하였다.”<1992, ‘동백꽃 지다, 작가의 글>

허옇게 바스러지는 포말이 허공에서 몸부림치다 뿔뿔이 흩어진다. 비릿한 주검의 냄새 때문이었을까. 바람까마귀 떼가 절벽위로 날아오르려다 내려와 싸늘해진 어미의 젖을 물고 보채는 허기진 아기의 처참한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람이 부네, 오오 광풍(狂風)에 흩날리는 동백꽃잎이여!

그림으로써 확인되는 나

강요배 화백(KANG YO BAE,姜尧培)1988년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일제강점기 제주해녀들의 항일운동을 다룬, 소설가 현기영 바람 타는 섬삽화를 1년여 그리면서 제주역사를 깊게 인식하게 된다. 91년 발표한 동백꽃 지다는 제주4·3 희생자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해 학고재 갤러리에서 ‘象을 찾아서-1부(5월25~6월17일)’에 이어 ‘메멘토, 동백-2부(6월22~7월15일)’전(展)이 열리고 있다.

내 가슴속 응어리의 정체를 밝혀보고자 시도한 것이 제주민중항쟁사 그림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92강요배 역사그림-제주민중항쟁사’ 50여 점의 역사화(歷史畵)를 학고재 등에서 발표함으로써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전시이후 화백은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제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섬 곳곳을 발로 누빈다. 유적지를 돌며 증언을 채집하며 실천적 미술에 다가갔다.

체험들은 나의 심성을 이룬다. 어쩌면 그것이 일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또한 내가 바라본 것이 이 세계의 모습이 아닌가? 더도 덜도 아닌, 그것들은 단적으로 표현되기를 기다린다. 그림이다. 그림으로써 내가 확인된다. 그리고 한 개인적 체험이 보편적인 것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한편 4·347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발포로 주민이 숨진 것에서 시발됐다. 485·10총선거 찬반을 놓고 제주는 선거를 거부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를 정부는 도전하는 것으로 또 미군에게는 세계질서의 방해로 여겨진다. 그해 11월 계엄령이 선포되고 총격과 방화로 마을이 송두리째 불태워지는 등 대량학살이 몰아친다.

이렇듯 4·3저변엔 세계냉전시대와 남북분단이 자리한다. 이는 4.3이 평화와 통일 그리고 인권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상징이라고 하는 근본배경이 된다. 80년대 후반 진상규명노력이 활기를 띠어 2014‘4·3희생자 추념일로 지정되었고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강요배 작가 작품은 4·3이라는 잔혹한 시간의 강을 건너온 존재에 대한 증언이다. 4·3에 대한 기억과 이해, 희생자에 대한 존중과 추모를 내포함과 동시에 예술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며 시대의 생생한 숨결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점은 한국미술사에서 역사화라는 커다란 한 궤적을 보여줌으로써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귀중한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화백은 92년 작가노트에 이렇게 메모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활성적인 상상력의 속성상 늘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나는 나의 그림 밭, 영원한 원시의 손노동의 밭에 한 땅을 남겨 둔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4.3을 경작하기 위하여.”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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