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호 대기자] 그 동안 6.13지방선거로 인해 연기되었던 전국 자원봉사단 활동이 재개 됐다.

전국 민간자원봉사단체 중 매년 광범위한 봉사로 주목을 받아온 전국 군 단위 최대 자원봉사조직인 울주자원봉사단(회원 5만6000명)이 지난 16일 울주군 상북면 후리마을에서 올해 후반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자원봉사단체 중 특히 울주군 전문자원봉사단협의회(회장 이재우)는 의료지원, 생활환경, 이·미용, 기능정비 등 22개 분야 240여명의 전문 인력이 동원돼 10만여 평의 후리마을 전체를 리모델링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했다.

울주군자원봉사센터(이사장 박태관)가 펼쳐놓은 180여개의 부스가 장관을 이루는 가운데 마을 이장들과 함께 센터장(김명희)의 지휘에 따라 방충망교체, 안과 검진, 전기안전 점검, 옷 수선, 이·미용봉사, 제빵, 손발마사지, 피부관리, 방역활동, 치매검사, 구충제 복용, 대체의학, 원예활동 지원 등에서 숙련된 전문기능을 한껏 발휘했다.

마을 어르신들 크고 작은 숙원 해소하고 치유하는 시간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농촌마을에서 자원봉사는 마을 어르신들의 크고 작은 숙원들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희망이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1차적으로 14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마을 가가호호를 방문해 먼지로 희뿌연 전구를 제거하고 LED조명으로 전부 교체해주자 100여명의 할머니들은 연신 눈을 비비며 말라버린 눈물 대신 삭은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쌓여있던 미세먼지가 피어오르는 방충망은 뚫어진 구멍에 이곳저곳 신문지를 돌돌 말아 꽂아둔 것이 이미 방충망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지만 이미순(76) 할머니는 “내 피가 늙어서 맛이 없능가, 모기들이 아온다 아이가. 그래도 염색만 하문 아직 쓸만한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동네 어귀에 탈착해 모아놓은 크고 작은 방충망이 무려 1톤에 달할 만큼 집집마다 온전한 방충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 많은 방충망을 수리하는 전문봉사자들의 손놀림과 협동하는 모습은 감동의 화폭처럼 이어졌다.

전문자원봉사단협의회 이재우 회장은 이날 준비한 방충망 40롤(1롤: 폭1.5ｍ×길이54ｍ)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마을 전체가 새로운 방충망 교체로 파리·모기는 물론 송충이와 온갖 피부염을 일으키는 나방까지 해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됐다.

부스의 다른 한 켠에서는 치아검진과 치료, 인지기능 치매예방학습, 염색과 커트, 피부 관리 요령, 제빵 기술 전수까지 봉사활동이 진지하면서도 편하게 이어지면서 마을이 온통 축제장처럼 흥이 넘쳤다.

자원봉사자들은 늘 재능 기부가 작은 도움에 불과하다고 겸손해하지만 혜택을 받는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생활환경을 바꾸고 삶의 활력소를 배가시키는 큰 힘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행복해하는 현장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