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던지는 주인에게 누가 충성하겠나
물컵 던지는 주인에게 누가 충성하겠나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5.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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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조직원과 ‘관계의 질’부터 살펴봐야
고성과 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뉴시스> 

성공한 기업가의 사례가 언론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기업가 중 많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사람’을 꼽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려고 할 때 평소 자신의 성실함이나 가능성을 높이 샀던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주었고, 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와 같은 말은 방송에 출연하는 사업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주변사람들과 관계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누구나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의 공통점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음식 맛이 뛰어나거나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돈독한 경우이다. 음식 맛은 뛰어나지만 친절하지 않은 집과 음식 맛은 평범하지만 친절한 집 중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음식 맛이 좋은 식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식당에서 불쾌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그 곳보다는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 관계의 질이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다.

관계의 질은 상대방과의 거리를 결정한다. 친한 사람과는 가급적 가깝게 다가가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가급적 멀리 떨어지고 싶어 한다. 친한 사람과 식사를 할 때와 달리 상사와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상사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이유도 상사와의 관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과의 관계의 질은 상대방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관계의 질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걷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대방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게 될 가능성이 많다. 자신이 가야할 방향보다는 상대와 멀리 떨어지고 싶기 때문에 상대와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상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앉으려는 이유

관계의 질은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친한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경우 관대하게 넘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의 실수에는 과도하게 질책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의 질은 같은 행동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 만약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가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조직원 사이에는 친리더파와 반리더파로 갈리면서 조직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더라도 상사와의 관계가 돈독한 경우에는 ‘나의 발전을 위해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좀 더 분발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상사의 잔소리가 격려하는 말로 들려 힘을 내게 만드는 원천이 되지만, 관계가 나쁜 상사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는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이런 상태가 되면 관계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게 된다.  

관계의 질은 대화의 질과 정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신뢰할 수 있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모든 정보들을 공유하지만 관계의 질이 낮거나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는 정보 공유를 피한다. 조직원 사이에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는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관계의 질은 오랫동안 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열쇠가 된다. 최근 ‘관계의 질’이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국내 항공회사에서 발생했다. 리더의 잘못된 분노 표출이 조직과 조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리더의 분노는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리더 중에는 조직원에게 상습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 리더의 이런 행동은 조직원을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공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애완견에서도 볼 수 있다. 애완견도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면서 위협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을 준비한다. 이때 강아지는 상대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면 공격을 하고, 자기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면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사람의 선택지는 ‘싸움(fighting)’ 아니면 ‘회피(flight)’이다. 몇 년 전 같은 항공사의 경영층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승무원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직원들의 선택은 회피였다.

회피를 선택한 조직원들은 아마도 총수 일가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자신들의 힘이 부족하다고 인식했을 것이고, 잘못되면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여겨 방관자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조직원들의 침묵은 경영진이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계속하도록 만든다.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는 조직원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컵에 적당량의 물을 따르면 컵에 물이 담기지만 계속 물을 따르면 물이 넘치게 된다. 상사의 스트레스도 컵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는 조직원이 감당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면 물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조직원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조직원은 상사를 자신을 괴롭히는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선택지는 ‘공격’과 ‘회피’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조직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일부 경영진의 횡포에 대해 회피를 했지만, 회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경영진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게 된다. 최근 문제가 된 항공사의 조직원들이 몇 년 전과 달리 문제를 유발한 경영진에 대해 조직원이 힘을 합쳐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격’이냐 ‘회피’냐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유통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 구성훈(앞줄  왼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성결의대회에서 사죄의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다.<뉴시스>

조직의 리더와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은 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 몇 명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항공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선량한 조직원들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노출되어 있고, 일하고 싶은 의욕도 떨어지고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바닥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조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경영진 몇 사람의 잘못된 행동은 경영진과 조직원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회사 경영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경영진만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건이 발생한 증권사의 경우 경영진보다는 조직원으로 인해 관계의 질이 문제가 된 경우이다. 배당금을 입력하는 담당자의 실수로 인해 계좌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입금되었을 때,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담당자의 실수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그 실수로 인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증권사의 경우, 일부 조직원은 매도를 금지하는 회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잘못 들어온 주식을 매도했다. 이로 인해 경영진과 조직원, 다수의 선량한 조직원과 소수의 도덕적이지 못한 조직원 사이의 관계의 질은 악화되었고, 회사와 고객과의 관계의 질은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일부 조직원의 잘못된 행동은 조직 전체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항공사나 증권사 모두 대부분의 조직원은 자신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회사를 위해 감당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고객의 머릿속에는 다수의 건강한 사람의 모습보다는 ‘저 조직에 속한 사람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와 같은 소수의 문제행동이 입력되어 있어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는다. 이처럼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몇몇 사람의 행동은 조직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작은 시골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도 고객을 존중한다. 고객에게 화를 내고 물 컵을 던지는 주인이 있다면 그 가게는 벌써 망했을 것이다. 조직의 리더에게 조직원은 내부고객이다. 자신의 업적은 조직원의 피와 땀의 결실인 것이다. 리더가 조직원을 함부로 대해 조직원과 관계의 질이 떨어졌을 때 조직원은 리더와 다른 방향을 보게 된다. 그러면 리더는 자신을 등지고 있는 조직원을 향해 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조직원을 움직이려고 시도한다. 이런 시도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도 이런 무모한 노력을 하는 리더가 곳곳에 있을 것이다.

 ‘뿌린대로 거둔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혹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신을 향해 욕을 하는 리더를 향해 ‘나를 위해 저런 말을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조직원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지 두고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리더를 쫓아낼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리더의 힘이 빠졌다고 인식되면 그동안 비축해 둔 힘으로 리더를 공격하게 되면서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 경쟁사는 이런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즐길 것이다.  

리더의 분노는 조직원과의 심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심리적인 거리가 멀수록 리더의 생각이 조직원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리더의 분노는 동화 ‘해와 바람’에서 바람에 해당된다. 바람이 거칠게 불수록 나그네가 옷을 더욱 단단히 감쌌던 것처럼 조직원도 리더의 분노에 대응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리더와 조직원 사이에 심리적인 장벽이 만들어지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만 소모하게 될 것이다.   

성과를 원하는 리더는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원에 대한 존중이다. 조직원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리더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서 수동적이 된다. 리더는 수동적인 조직원을 움직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리더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진다. 리더가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조직원을 더 강하게 공격하게 되면서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은 더욱 나빠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는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리더가 조직원과의 관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원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이 ‘리더가 나를 존중하는구나’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원에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리더가 조직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도 조직원을 존중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리더가 조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걸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비난하면 조직원은 마음속으로 반발하게 된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열어도 조직원은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리더를 더욱 경계할 수도 있다. 이때 리더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큰소리라도 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조직원들도 리더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모든 조직원은 매 순간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과 관계의 질을 높이는 행동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관계의 질은 높아지고,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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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갈등 활용 및 예방 전문가 / 갈등 조정 전문가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Ph.D) ihopewlb@gmail.com 저서 : ‘나는 오늘도 갈등한다’ ‘갈등 앞에서 갈등하지 마라’ ‘좌절하지 않고 쿨하게 일하는 감정케어’ ‘성과를 내는 세일즈매니저는 무엇이 다른가’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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