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발톱 드러낸 엘리엇, 현대차 압박 속셈은?
[심층분석] 발톱 드러낸 엘리엇, 현대차 압박 속셈은?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4.24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비스와 합병 요구하며 지배구조 직접 겨냥...주주가치 제고 내세워 '거래' 하려는 듯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제안서를 공개하며 경영 개입에 나서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사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간섭을 노골화 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4일 “현대차 그룹 지분의 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앞서 현대차는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할 의지를 보이자 지난 17일 엘리엇 측 경영진과 만나 배당 확대 등 주주이익 제고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엘리엇이 기습적으로 지배구조 관련 제안서를 공개하면서 현대그룹은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엘리엇, 지배구조 개선 제안서 공개

23일(한국시간) 엘리엇은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 ‘가속화 현대(Accelerate Hyundai)’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진에 보내는 엘리엇의 편지-현대 가속화에 대한 제안’을 공개했다.

엘리엇은 제시안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환영한다면서도 “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 영구조가 개선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불필요한 세금지출이 1조8000억원 가량 발생할 뿐만 아니라 ▲모비스-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에 대한 명확한 사업상 논리가 제시되지 않았고 ▲나아가 개편안이 모비스의 분할 사업부문을 저평가하고 있으며 ▲주주 환원과 경영구조 개선을 약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안했다.<엘리엇 제안서 캡처>

엘리엇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체제 구축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현대 머전코 합병회사를 설립한 뒤 이를 상장지주회사(현대자동차 홀드코)와 상장사업회사(현대자동차 옵코)로 분할하는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

이 경우 창업주 일가가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을 갖고, 현대차 홀드코가 옵코와 기아차, 현대건설, 로템, 위아 등을 실질 지배하는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된다. 옵코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대한 중간지주 형태가 구축된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통한 세금 혜택 ▲자회사 배당금 상승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간소화된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제안서에 대해 호평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만족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보유 지분이 낮아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방안은 아직 표면적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지 않으며 엘리엇의 방안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중단시킬만한 사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주주총회 대상이 되는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화하지 않은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신규 사업 관련 계획을 추가로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악명 높은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직접 제시한 데 대해 '꿍꿍이'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 엘리엇에 군함 세 척 압류당한 까닭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 ‘딴지’를 걸면서 대중에 잘 알려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썩은 고기를 뜯어먹는 대머리독수리(벌처·Vulture)의 이름을 따서 소위 ‘벌처펀드’로 불리기도 한다.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이 1977년 설립한 엘리엇의 투자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이나 국채 등을 매입한다.

2. 해당 기업(또는 국가)의 약점을 집중 공격한다. 필요할 경우 소송전도 불사한다.

3. 값어치가 오르면 팔아치워 수익을 실현한다.

엘리엇이 아르헨티나와 국채 상환 공방을 벌이며 군함까지 압류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2002년 아르헨티나는 1000억 달러 상당의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당시 앨리엇은 액면가 기준 6억3000만 달러어치 아르헨티나 국채를 갖고 있었다. 국채가 ‘투기등급’까지 떨어진 것을 노리고 액면가의 20% 수준에 매입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선언 직후 국채 보유자에게 액면가 1달러 당 30센트에도 못 미치는 부채스와프를 제시했다. 하지만 엘리엇은 이를 거부하고 미국과 영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르헨티나 국채지만 영국과 미국 시장을 통해서도 팔았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 엘리엇이 승소해 전액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돈이 없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를 이행할 리 없었다.

10년 간 지루하게 흘러가던 양측의 갈등은 2012년 확산된다. 엘리엇이 자회사인 NML Capital을 통해 가나에 정박해 있던 아르헨티나 해군 소속 훈련함 ARA 리베르타드(Libertad) 호를 압류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고, 결국 UN까지 나서 군함을 즉각 풀어주도록 촉구한 다음에야 배가 풀려났다.

결국 2015년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경제 정상화를 내걸고 채무 상환을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하면서 13년간의 긴 공방전은 마무리됐다. 같은 기간 엘리엇은 392%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명’을 드높였다.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은 벌처펀드라는 평판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상관없다. 기업 경영진이 우리가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우리 제안에 귀를 기울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