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커지는 '먹튀' 가능성...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한국GM 커지는 '먹튀' 가능성...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4.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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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이자로만 4조원 대 회수...법정관리 카드로 우리 정부 압박
한국GM의 법정관리를 이틀 앞두고 GM본사와 산업은행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GM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시스>
GM본사와 산업은행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GM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GM 본사가 못 박은 한국GM 법정관리 데드라인이 불과 이틀 남은 가운데 GM 본사와 한국 정부 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신규자금 투입 방식을 놓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져 있고, 여기에 한국 정부의 차등감자 요구도 GM 측이 ‘과도한 요구’라며 일축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우선순위에 놓고 협상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GM 본사가 한국GM을 통해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빼간 상황에서 매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GM의 존립 여부는 10만 명에 달하는 자사 직원들과 벤더 업체 종사자들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GM이 산은과 협의 없이 한국GM의 청산을 선택할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움직임에 이 회장이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M이 한국GM 실사를 위한 핵심자료를 건네야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데 자료를 주지 않고 있어 실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이 경영실사에서부터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출자 관련 입장도 극과 극이다. 한국GM은 산은이 출자에 참여할 경우 차등감자를 조건부로 내걸었는데, GM 측은 이에 대해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산은의 차등감자 요구는 신규자금 투입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산은 지분이 15%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한국GM 지분 15%를 보유하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GM측이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산은의 경영 간섭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산은은 혈세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견제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GM은 오히려 출자전환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혔다. GM은 당초 한국GM의 본사 차입금을 출자전환해 연간 2000억원의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출자전환을 철회한 것은 산은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GM은 현재 재무·인사·법무 관련 조직을 통해 법정관리 신청 실무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강조한 자금고갈 시점인 20일까지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아쉬울 것 없는 GM...‘먹튀’ 가능성 높아

만약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본사 차입금과 인건비 등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야 한다. 이 경우 6000억원의 현금자산과 매출채권, 그리고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은 뒤 남은 돈은 주주 비율에 따라 분배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부도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산 매각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공장이 글로벌 생산의 10%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신차인 트랙스와 스파크 생산기지가 한국 밖에 없다는 것도 GM이 철수하지 않을 근거로 꼽힌다.

하지만 2013년 호주 내 생산기지를 철수한 경험이 있는 GM으로선 노조 및 정부와의 협상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GM은 이미 유럽 각지에 퍼져있던 한국GM 판매 법인을 독일법인으로 합병하는 한편 네덜란드와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포르투갈, 스웨덴, 터키, 영국, 베트남 등 법인 9개 가운데 베트남 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도 청산절차를 실질적으로 완료했다.

GM은 2013년 호주 내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자 현지 생산을 철수했고, 2016년에는 캐나다 오샤와 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출량이 40만대 밑으로 급감한 한국GM 법인도 청산할 것이란 시각이 높다.

돈내고 돈 먹는 본사...“GM 철수 후 독자적 생존 강구해야”

일각에선 GM이 한국GM을 남기더라도 산업은행 출자금은 출자금대로 먹고 현재처럼 연구비와 차입금 이자를 빼가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GM홀딩스는 2007년부터 비용분담협정(CSA·Cost Share Agreement)를 통해 한국GM에 ‘글로벌 분담금’ 명목으로 연구비를 챙기고 있는데, 2011년부터 7년간 빼간 돈만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GM은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에 대해서도 높은 이자를 챙겨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GM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GM은 GM홀딩스로부터 2조4033억원을 빌렸는데, 이 가운데 1조8875억원은 이자율 5.3%, 5158억원은 4.8%였다. 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통상적 수준을 넘는다는 게 지 의원 측 설명이다.

지난 1월 말에는 한국GM을 회생시키겠다는 경영진의 말과는 반대로 만기가 된 외화차입금 4097억원을 한국GM으로부터 회수해갔다. 이 같은 행태는 ‘이율배반’적 움직임으로 한국GM에서 철수하는 ‘시그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GM은 결과적으로 한국을 떠날 생각이고, 다만 협상 내용에 따라 2~3년 남을지, 5~6년 남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한국GM이 떠나더라도 향후 2~3년 간 공장이 남아있어 OEM 방식으로 차량 생산이 가능하며, 2010년 GM과 산은 간 CSA 개정안에 따라 로열티 수령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독자적 생존도 강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GM 군산공장.<뉴시스>
한국GM 군산공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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