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누가 타락시켰나
금융감독원은 누가 타락시켰나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7.12.01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상같아야 할 ‘금융 검찰’ 금융감독원의 꼴이 말이 아닙니다. 내부로는 곪아 터지고 바깥에서는 비리집단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벌어진 범죄·일탈·모럴해저드는 기가 찰 노릇입니다. 부원장보라는 사람은 신입 직원을 뽑을 때 모 은행장의 청탁을 받고 서류를 조작해 합격시켰습니다. 금감원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국장은 채용인원을 늘려가면서까지 전임 부원장의 청탁을 들어줬습니다. 두 사람 모두 구속됐습니다. 

임직원 10여명은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다 검찰 수사를 받는 중입니다. 직원들끼리 불륜을 저지르다 들통 나 가족이 금감원에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낯 뜨거운 일도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금감원은 내년 예산 10%를 늘려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빌어도 모자랄 판에 예산을 더 달라고 했다니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현장 기자로 금감원을 취재했습니다. 당시 금감원 임직원들은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 최 일선에서 온몸을 던졌습니다. 출입기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기업 구조조정, 금융 투명성 등을 놓고 밤샘 격론을 벌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형형했고 가슴은 국가를 환란에서 구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선배들의 위업에 먹칠을 하며 저마다 영달을 위해 각개약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환란 극복 야전사령부라는 결기로 뭉쳐 돌처럼 단단했던 조직이 이권이나 탐하는 졸장부들의 집합소가 된 것은 아닌가. 

요즘 금감원 국장급만 되어도 정치권을 기웃거린다는 말이 들립니다. 아무개 국장은 정권 실세와 가까워 임원 승진은 떼놓은 당상이란 말이 떠돕니다. 금감원장이 뒷배가 있는 국장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필자가 만난 전 금감원장은 지금의 금감원 모습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금융감독위원장·금감원장을 겸하며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금감원장 시절 눈의 실핏줄이 셀 수없이 터졌지만 병원 한번 제대로 못 갔다고 했습니다.

그는 금감원이 타락한 원인을 인사에서 찾았습니다. 원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니, 내부 기강이 해이해지고, 간부들은 줄 대기 바쁘다는 겁니다.

“금감원장 때 모든 인사를 내가 책임졌어요. 인사 청탁이나 압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 무시했죠. 대통령도 당신이 알아서 하라며 일체 간섭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기강이 바로 서는 겁니다. 일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으면 승진하게 되니 직원들이 잡생각을 안 해요. 요즘 금감원을 보면 걱정이 많아요. 금감원장이 줏대가 있어야죠.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가 돼야 직원들이 믿고 따르고, 외부에서 건들지 못해요.”

그의 지적처럼 무엇보다 금감원장이 인사권을 확실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감원장의 리더십이 약하면 직원들이 얕잡아보고 딴 생각을 품게 됩니다. 부정이 드러나면 일벌백계로 다스려 스스로 매무시를 다듬도록 해야 합니다. 숨기기 급급하고, 제식구 봐주기 위해 팔이 안으로 굽으면 금감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결국 해체 압력에 직면할 겁니다. 금감원 임직원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