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특혜채용…젊은이들 꿈을 앗아가다
우리은행 특혜채용…젊은이들 꿈을 앗아가다
  • 권호
  • 승인 2017.11.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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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병원장·국정원·VIP고객 채용 청탁...심상정 "돈과 권력의 짬짬이"
검찰이 7일 우리은행을 채용비리 혐의로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했다.(뉴시스)
검찰이 7일 우리은행을 채용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을 해 증거물을 확보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권호 기자] 검찰이 우리은행을 채용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을 해 증거물을 확보했다. 돈과 권력 앞에서 청년들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은 7일 오전 9시께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으로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인사부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채용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문건에는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금융감독원, 국정원 직원, 주요 고객 등의 자녀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실시해 남기명 국내 부문 부문장(수석 부행장)과 이대진 검사실 상무, 권모 영업본부장 등 관련자 3명을 직위 해제 조치했다. 또 중간 조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으며 지난 2일에는 이광구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이 행장은 상법에 따라 대표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본점이 아닌 외부 사무실로 출근하며 법률상 필요한 업무만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달 초에는 신임 행장 인선을 끝낼 계획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예금보험공사를 대표하는 비상임 이사도 임추위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은행 문화를 잘 아는 내부 인사가 행장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한일은행 출신이 행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은행은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며 행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은행 출신 이순우 전 행장 후임으로 또다시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수장에 올라 논란을 빚었고, 이번 채용비리 사건 역시 한일은행 출신 전직 임원이 폭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은행의 두 파벌 간 알력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금융회사 채용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12개 산하 금융공기업의 채용 비리 실태를 파악하면서, 14개 민간은행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에 연루되는 등 감독기관의 신뢰도가 추락한 만큼 검찰의 역할론이 커지는 실정이다.

심성정 정의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특혜채용 명단에는 금감원 임원, 병원장, 국정원, 우리은행 VIP고객 등이 청탁을 한 것으로 나왔다”며 “돈과 권력이 짬짬이 된 현실에 청년들과 그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금감원 조사는 물론 철저한 조사 후에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등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인정하면서 다음 달 안에 혁신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최근 채용업무 부당처리 등으로 감독당국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인사·조직문화 혁신, 금융감독·검사·제재 혁신,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등 3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혁신안을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형식적인 혁신안'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의 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형식적인 혁신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금감원의 보여주기 ‘혁신안’ 우려된다"
 

채용비리의 대명사가 된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감독당국이다. 이런 곳일수록 채용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두 차례나 감사원으로부터 부당 채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으며 이번 채용 비리도 이전과 유사점이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혁신안'을 발표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잠시뿐이라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실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금융위원회가 7곳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사건)’ ▲동양사태 ▲카드사 정보 유출사건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혁신안을 선보였지만, 올해만 채용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등 효과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먼저 ‘채용비리 유발자’에 대한 처벌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비리 수행자만 처벌하고 비리 원인 제공자는 처벌하지 않으니 ‘청탁’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선제적인 감시체제도 중요하지만 감독당국 직원으로서 비위행위가 적발됐을 경우에 대한 후속 조치 내용이 얼마나 강도높게 들어있는지가 혁신안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강도 혁신안이라면 금융회사 보다 높은 규제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데 임원 제재 규정도 이제야 겨우 갖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금감원 퇴직자 절반 이상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을 퇴직해 재취업한 26명 중 53.4%에 해당하는 14명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대부분 카드사, 투자증권, 대부업체, 저축은행 임원직이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진출이 거의 없다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3명의 퇴직자가 신한저축은행, KB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재취업했다.

당시 검찰은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자리보전을 위해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대주주와 공모하는 등 감사 기능을 포기한 것이 부산저축은행 부실화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전문성을 이유로 금융회사에 재취업 했지만, 경영진과 한통속이 돼 비리를 저지른 사례가 적지않다.

김성원 의원은 “금감원 퇴직자의 금융회사 재취업은 퇴직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며 “전문성을 활용해 투명경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금감원 내부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인맥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추구에만 동원되지 않을까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취업심사를 특별히 강화할 필요가 있고, 개인은 전관예우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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