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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양화가 박동윤, 한지의 격상 꾸밈없는 고매함!
서양화가 박동윤, 한지의 격상 꾸밈없는 고매함!
  •  
  • 승인 2017.11.0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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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월자(包越者)의 사상은 대상에 대한 습관적인 인식을 지양함으로써 우리들에 대해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한계를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 포월자의 사상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서 죽은 존재를 포월하고 이에 생명을 부여한다. 그것은 단순하나 철학적으로 무한한 효과를 갖는 사상이다.”<이성과 실존, 야스퍼스, 황문수 옮김, 서문당>

 

만추의 청아한 아침햇살이 강변 고층빌딩 유리창으로 스며들었다. 막 잠에서 깨어나 발돋움하는 빛살은 천천히 그러나 자상한 흐름으로 순간순간 반짝이며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광색이 잉태하는 다채로운 영롱한 색채의 행렬들이 신비로운 무늬들로 어우러져 아직도 머무는 옅은 안개의 강물위에 형형색색의 빛깔들로 수놓았다.

 

 

그런 때 수면위로 떠올라 강물과 하나 되어 유영하는 황홀한 파노라마의 영상들이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이를테면 우리선조의 손길이 가슴 뜨겁게 전해져 오는 금속활자가 빛이 드리워진 물속에서 천천히 수면위로 솟아올라 켜켜이 쌓인 세월의 이끼를 털어내자 마침내 드러나는 존재의 덕목들, 사각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퍼덕이는 물고기들의 싱싱한 생명력,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연꽃을 두 손에 모아든 어느 여인의 염원이거나….

 

또한 살풀이 춤, 허공을 가르며 나부끼는 영혼의 몸짓인가. 혈맥과 마음이 응집된 찰나에 무한 펼쳐지는 막강한 에너지 그것은 대우주의 긴긴 호흡이 틀림없으리. 그 부드럽고 따스한 손수건의 온정(溫情)은 부풀어 오르는 솜 덩어리처럼 고스란히 한지에 스며들어 아름다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다.

 

 

◇한지콜라주의 유기체

천년세월에도 끄떡없는, 천연염료를 염색한 호화로운 색채의 한지가 콜라주(Collage)화 된 화면이다. 두껍거나 얇은 한지를 세월의 층위를 쌓아가듯 여러 겹 덧댄다. 부연하면, 하나하나의 한지가 갖는 반투명함이 여러 겹 됨으로써 시간성을 품게 되는 것인데 그리하여 두터워진 이 특별한 물성에 갖가지 색 한지를 입힘으로써 제각각 고유한 유기체의 개별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캔버스 위 부조(浮彫)처럼 깊고 그윽한 빛깔이 우러나는 이것을 작가는 ‘날’이라 명명했다. 한지 날의 속내는 직선화되어있고 정면에서 선(線)으로 보이지만 캔버스에서 6~10㎝이상 올라올 때는 흔들림이 보인다. 오른쪽, 왼쪽, 비스듬하게 등 비라보는 빛의 각도에 따라 형태, 색채, 느낌이 달라지며 다양한 형상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경계허문 유동의 자유미학

‘날’은 고요 속 꽃봉오리가 열리는 절정의 환희처럼 또 강가 모래바람에 흩어져 정처 없이 나뒹구는 가슴 헤진 낙엽들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직선이 곡선으로 되는, 경계를 허문 유동(遊動)의 변환을 보인다. 하여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연분홍치마, 고요한 달빛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첩첩산중 남모르게 피어나 아릿한 꽃향기 밤공기에 오락가락하는 찔레꽃처럼 한지의 미학 그 아름다운 율동의 진수를 아낌없이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원시림 숲과 호수와 대지에 불어오는 바람과 폭우의 풍화흔적들이 겹겹의 연륜을 품은 채 가끔씩 유장한 노랫소리를 내는 듯 소담하고도 장엄한 물결의 아우라를 연출한다. 따스하면서도 우아한 한지물성의 격상을 이뤄낸 자유의 미학과 다름 아닌 이것이 20년간 ‘Affectionate Things(애정이 깃든 사물들)’연작을 묵묵히 가슴으로 껴안으며 걸어 온 박동윤(ARTIST PARK DONG YOON, 朴東潤)화백 작품세계의 본질적 모체이다.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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