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밸리로 청년 몰리게 하라
벤처밸리로 청년 몰리게 하라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04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지각’ 지명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6일 만이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34일 만이다. 당초 벤처 기업인이 물망에 올랐지만 보유주식 백지신탁에 따른 경영권 문제로 고사하자 ‘벤처 경험이 있는 학자’ 출신으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학자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일했고, 대학에서 기술지주회사 대표를 맡아 기술 사업화에도 관여했다. 박 후보자가 벤처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리란 기대가 큰 이유다.

그러나 명칭에서 보듯 중소벤처기업부가 해결할 숙제는 벤처 활성화 외에도 산적해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대비를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 중국의 사드 보복 대응 등 현안과 과제들은 중기부 홀로 헤쳐 나가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여러 부처와 협조해야 가능하다. 40대 대학교수로 공직 경험이 없는 박 후보자로선 힘이 부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사는 우리나라 산업 발달 및 사회 변화와 괘를 같이한다. 1973년 상공부 외청인 공업진흥청으로 출발해 1996년 중소기업청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부처로 승격했다.

44년 만의 부처 승격은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겠다는 정책 의지의 반영이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개편하는데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중기부가 독자적 행정·입법권을 갖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겪는 애로, 이른바 ‘3불(不=제도의 불합리,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악습’을 추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과의 계약 및 거래나 금융기관 이용 시 금리·수수료 차별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부처 승격의 또 다른 큰 의미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자영업(소상공인)이 산업 측면에서 인정받게 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공정한 거래관계를 설정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자강(自强)’에 힘써야 한다. 스스로 변화해야지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지원에만 탐닉해선 안 된다.  

중소기업 스스로 기술?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출전선에 나서는 등 국제화를 꾀해야 한다. 기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계 관리도 엄격해야 한다. 중소 사업자가 더 작은 영세 사업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갑질도 없애야 마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서 보듯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벤처 열풍 시기에 잉태했다. 국민과 새 정부가 염원하는 일자리 늘리기는 ‘창업국가’가 해답이고, 그 핵심은 벤처다.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3분의 2가 벤처 몫이고, 중국에선 하루 1만5000개꼴로 창업이 이뤄진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다시 벤처 열풍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처기업들이 다양한 신산업에 도전하도록 규제를 혁파하는 등 창업생태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유망 기업과 사업에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이 인수합병(M&A)과 증시 상장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세칭 일류대를 나온 수재들이 대기업 입사나 의학전문대학원 편입보다 벤처 창업에 나서게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가로 몰리는 청년들의 발길을 벤처밸리로 이끌어야 한다. 이런 과제 수행의 중심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있어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으로 중소벤처기업부를 격상시켜 놓고 이름값을 못하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새 정부의 4대 정책 방향 중 하나인 ‘혁신성장’의 성공 여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