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과 정체성, 추구하는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 인물입니다.
인권 변호사로 평생을 헌신한 문재인 대통령,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진보 법학자로 줄곧 독재자를 비판해 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성진 후보자의 역사관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능력보다 중요한 게 그 사람의 살아 온 역정과 생각입니다. 고도의 정무적 감각과 역사관을 요구하는 장관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역사관을 둘러싼 박 후보자의 해명과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박 후보자는 이승만 독재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승만은 공도 있습니다만 3.15 부정선거, 헌법체계를 부숴버린 사사오입 개헌 등 과(過)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다 4.19 혁명으로 쫓겨난 인물이 바로 이승만입니다.
박 후보자가 학자로서 어떤 종교적 신념과 역사관을 갖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독재자로 평가가 끝난 이승만을 미화하는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사관이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이가 어떻게 장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박 후보자는 역사는 잘 모르고 무지한 탓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역사도 모르는 사람이 돌아다니며 독재자를 미화했다는 것인데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이승만을 존경한다. 문재인 정부와 생각은 다르지만 일은 잘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당당한 모습일 것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결국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백지화 한 게 엊그제 일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핵심은 바로 이승만·박정희 독재 미화에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겠다며 탄생한 게 문재인 정부인데 반대되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 장관이라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청와대는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다. 직을 내놓을 정도의 중대한 결격 사유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습니다. 그래놓고 이렇게 논란이 많은 사람을 발탁한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파멸에 이른 것도 따지고 보면 ‘인사’ 때문입니다. 부적격자를 ‘수첩’에서 뽑아 여기 저기 꽂아 넣다가 결국 탄핵을 당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이런 적폐를 청산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촛불 정신이기도 합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소통과 경청, 그리고 배려라는 남 다른 특장을 가진 대통령이 문제적 인물을 장관에 기용한 것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겁니다.
항간에는 특정지역을 거명하며, 대선 때 공을 세운 이 지역 사람들이 인사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떠돕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조국 민정수석의 기질을 봤을 때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을 사전에 스크린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들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특별한 까닭이 있을 것이란 추측입니다. 감싸고도는 누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연유가 대통령의 심기를 붙들고 있는 어떤 측근들의 개입과 발호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중반 대에 이를 만큼 높습니다.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고, 현재 잘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70%가 넘는 지지자 중 골수 지지자는 25~30% 정도 될 것입니다. 나머지는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들로 문재인 정부가 잘 못하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것입니다. 이 점을 정권 담당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지지율에 도취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국민은 지지를 회수해 갈 것입니다.
아무리 큰 저수지라도 작은 구멍에서 둑이 무너집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이 왜 박성진 후보자에게 냉담한 지 돌아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갈 길이 멀고, 꼭 성공해야 된다는 게 국민의 명령입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