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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조석래 회장, 그는 大義를 실천했다"
"조석래 회장, 그는 大義를 실천했다"
  • 이기동 기자
  • 승인 2017.07.0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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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인사 80명이 말하는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 <조석래 전 효성 회장 기념문집>

효성이 최근 조석래 전 회장의 팔순을 기념해 펴낸 기고문집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나라사랑 조석래의 삶 80년>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 415쪽의 이 책에는 조 전 회장과 교류하며 인연을 맺어온 국내외 각 분야 저명인사, 지인, 전 임원 등 80여 명의 글이 실려 있다. 

발간위원장인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 권오규 전 부총리,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현홍주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 국내 인사는 물론,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미타라이 후지오 전 게이단렌 회장,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 주한 일본대사, 존 L. 앤더슨 미국 일리노이공대 총장  등 해외 정재계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 책에는 특히 경영인으로서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발휘한 사례뿐 아니라, 각종 경제단체를 이끌며 나라사랑 일념으로 매진해온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당초 조 전 회장이 팔순을 맞이한 2014년에 발간할 계획이었으나 건강 등의 이유로 미뤄오다 올해 후계자인 조현준 회장 취임을 계기로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에 사내 임직원 대상(비매품)으로 펴내게 됐다.

‘미스터 글로벌’ ‘구국의 경영인’

“한 가지 일에 완벽한 사람이 다른 일도 완벽하게 해내는 법이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은 책 머리글에서 “조석래 회장님은 기업가이자, 재계의 리더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거의 빈틈없는 분에 가까웠다”며 “오늘날 효성이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행동하며, 늘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고자 새로운 도전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는 말로 조 전 회장의 공적을 요약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님과 첫 대면한 1960년대 말 전경련 회원사 초청 산업시찰 현장에서 쉼 없이 엔지니어들에게 전문가 못지않은 날카로운 질문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두 번에 걸친 한일경제협의회 의장, 한미재계회의 한국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본인의 준비된 기량을 최대로 발휘했다”며 ‘국제경제인’으로서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다.

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을 이끈 허창수 회장은 조 전 회장을 ‘Mr(미스터) 글로벌’이라고 호칭하며 “일찍이 한미FTA는 물론, EU나 인도 등과의 FTA를 추진해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가속화시켜 나가자고 제안한 글로벌 리더십과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한다”고 토로했다.

허창수 회장은 “조 회장님은 경제가 잘 되려면 정치사회적인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치권은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통해 사회가 안정되도록 해야 하며, 국민은 사회의 다양한 주장들이 소모적인 갈등을 빚지 않고 잘 해결되도록 감시자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홍주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전 미국대사)는 “조 전 회장이 한미재계회의 의장으로서 한미 재계가 이해관계 상충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를 중재하는데, 특히 막후에서 타협과 조율을 이끌어 내는데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한 분위기 메이커이자 의견 조율자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 번은 한미재계회의 중에 분위기가 험악해진 적이 있었는데, 조 회장이 중재에 나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몇 배로 애를 먹었을 테지만 조 회장은 특유의 능력으로 양쪽의 이해를 바탕으로 타협을 이끌어 냈다”고 들려줬다.

당시 조 전 회장은 “나라가 살아야 기업 또한 살 수 있다”는 구국의 마인드로 정부의 노력과 보조를 맞춰 한미FTA 타결과 미국비자 면제, 지적재산권 규제등급 완화 등의 성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美·日 경제인들과 폭 넓은 네트워크 구축

미묘한 한일 관계에 있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일화들도 있다.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 주한 일본대사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조석래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 결과 ‘한일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 테이블’과 같은 양국 재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기회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처럼 한일 관계가 좋지 못한 시기에 조석래 회장과 같이 양국을 모두 잘 이해하는 인사가 현역으로 더 활동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조석래 전 회장과 와세다 대학 동창인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조 전 회장의 노력과 공적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경단련 명예회장도 “2008년 4월부터 2009년 6월에 걸쳐 당시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자주 만나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한 한일 산업협력을 활발히 추진했던 때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말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한일 양국 경제의 번영 뿐 아니라 동아시아가 세계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한일 양국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은 때때로 정치에서 곤란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양국의 경제인이 선두에 서서 경제·문화·인재교류 등 폭넓은 활동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 조 회장의 통 큰 리더십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할 말 하는 당당한 재계 지도자”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같은 섬유업계와 한국 재계에서, 또 국제경제 무대에서 조 회장님의 활동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라며 “조석래 회장님은 대의(大義)를 실천하는 데 틀림이 없는 분이다.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재계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손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국회 재무위원회가 전경련을 방문했을 당시,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와 은행권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에는 고금리와 소위 ‘꺾기 관행’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이를 대놓고 비난하기도 어려웠다. 조석래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근절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손 명예회장은 “대의를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것이 조석래 회장을 당당한 재계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역시 “조 회장님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관여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며 균형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회고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을 베풀며 ‘상생’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곤 했다고 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경영에 기념비적인 열매를 맺은 2008년 10월 전경련을 이끌던 조 전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우리가 달라져야 할 텐데…어떻게 했으면 좋겠소?”라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제안에 대해 김기문 회장은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는 형, 동생 사이라고 할 수 있으니 형이 아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오셔서 상생 선언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역제안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조 회장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그 길로 바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선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사 46년 동안 상생 관련 선언은 물론, 전경련 회장이 직접 중기중앙회를 찾아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처음이었다는 게 김 회장의 얘기다.

‘기술의 효성’ 만든 강한 승부욕

조 전 회장과 동고동락했던 효성 전 임원들의 회고도 빼놓을 수 없다.

효성그룹 초기인 1960년대부터 조 전 회장과 함께 일했던 배기은 전 효성그룹 부회장은 “조 전 회장은 ‘노력하는 천재’”라고 표현했다. “모든 일처리가 논리에 맞아야 되고, 근거가 분명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다양하게 검토해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력한 사람과 골프를 치게 되면 좀 져 주기도 해야 하는데, 조 회장은 한 번도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그의 강한 승부욕과 함께 강한 책임감이 ‘기술의 효성’ ‘품질의 효성’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구창남 전 동양나이론 사장은 조 전 회장이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의 자체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들며 기술에 대한 강한 집념이 오늘의 효성을 일궜다고 단언했다.

“초창기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에 뛰어들 당시 임직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난색을 표했다. 그렇지만 조 회장님은 ‘안 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시하며 자신의 결단을 과감히 실행했다. 심지어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기술진을 주말에도 출근시키면서까지 품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공정곤 전 효성물산 부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의 부실해소를 위해 우량계열사였던 효성바스프를 매각해야 했던 일을 들며, “기업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 전 회장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빠르게 결정을 내린 덕분에 오늘날 효성이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정세 정통…지도자 3대 조건 구비”

조 전 회장은 평소 학자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각 분야 전문가그룹과 폭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들과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통찰력을 얻고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기업인 중 조 회장님처럼 국제정세의 움직임에 정통하면서 미국, 일본의 정치·사회·경제를 잘 꿰뚫고 계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회장님은 항상 미리 앞서서 변화를 인지하고 준비하려고 하셨는데, 오히려 나는 뵙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도움을 드리기 보단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오는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의 평가도 시선을 잡아당길 만 하다. 송 교수는 “조 회장님은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도자의 세 가지 조건-지도해 나갈 방향을 잘 알고, 리더십을 권한이 아니라 책임으로 생각하며,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잘 구비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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