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열이 박근혜·전두환 부동산 사들인 까닭은?
홍성열이 박근혜·전두환 부동산 사들인 까닭은?
  • 중앙일보 조득진 경제기획부 기자
  • 승인 2017.07.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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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효과 노린 ‘기획투자’설…리조트 사업 진출 얘기도

 

▲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전직 대통령들의 부동산을 연이어 사들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마리오아울렛>

지난 4월 홍성열(63)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사들이며 화제가 됐다. 매입 가격은 67억5000만원. 그는 201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 소유였던 경기도 연천의 허브농장 ‘허브빌리지’가 경매로 나오자 118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세상의 관심은 홍 회장이 연이어 두 전직 대통령의 부동산을 사들인 이유에 쏠려있다. 홍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 매입과 관련해 “값이 싸게 나오고 위치가 좋아서 삼성동 부동산을 사게 됐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사들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담스러운 말들이 들려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회장을 아는 업계 사람들은 이를 “화제성을 충분히 예상한, 기획된 투자”라고 말한다. 주택 자체가 대중의 관심을 받던 곳이라 거주지로 삼기 힘든데도 구입했을 때는 다른 ‘의중’이 있다는 반응이다. 

보유가치·인지도 노린 ‘기획투자’?

이번 삼성동 주택 구입 과정을 통해 의도했던 아니던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선 수백 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동안 패션·유통업계에서 받았던 주목은 비할 바가 못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홍 회장의 주택 구입으로 마리오아울렛이 회자되면서 그 홍보·마케팅 효과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그동안 마리오아울렛이 펼친 어느 마케팅보다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홍 회장은 명품관, 가구관, 대형 F&B몰(식음료장), 전자랜드관 등을 오픈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삼성동 주택 또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리오아울렛이 허브빌리지를 인수한 것과 같이 고객의 특별한 체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다. 30년이 넘은 박 전 대통령의 소파 등 가구를 “두고 가달라. 소장하고 싶다”고 요청한 이유가 그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의 짐 대부분이 새 거주지인 내곡동 자택으로 옮겨졌지만 박 전 대통령이 썼던 소파는 삼성동 집에 그대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인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위 사진)과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소유였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 매입과 관련해 “제가 강남에 집이나 땅이 하나도 없어서 알아보던 중에 부동산에 아는 사람을 통해 삼성동 자택이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조금 부담됐지만 집사람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매입했다”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 역시 “홍 회장은 평소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해 현 거주지인 여의도의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번에 새로 구입한 삼성동 집으로 이사해 살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에 대해선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런 건(인연) 전혀 없다”며 “박 전 대통령 측이나 친박계 의원 측과의 접촉도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사돈의 팔촌과도 인연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연매출 1조 가산 아울렛 타운 개척자

홍 회장은 30년 넘게 패션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1980년 7월 서울 대방동에서 형제들로부터 빌린 200만원을 가지고 편물기 4대를 사들여 직원 4명과 함께 니트 사업을 시작했다. 겨울에만 입는 니트를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류업체들이 대부분 외국 바이어들이 시키는 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삯바느질’ 수준에 머물던 때. 그는 시장조사와 원사선택, 생산, 수출까지 꼼꼼히 체크하면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1985년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홍 회장을 ‘슈퍼마리오’라고 불렀다.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선 닌텐도 사가 개발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인기였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마리오 제품을 수입하면 다 팔린다. 홍 회장은 슈퍼마리오다”는 말이 나오면서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홍 회장은 국내 아울렛 산업 개척자로 꼽힌다. 까르뜨니트로 성공한 그는 1999년 구로공단에서 망한 공장들이 매물로 나오자 아울렛 건물을 짓기로 결심했다. 공단에 입주한 봉제업체의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데도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사고 있는 현실을 해결코자한 것이다.

그는 “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고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를 원했다”며 “해외 조사를 다니며 체험한 아울렛이라는 유통기법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2001년 마리오아울렛 1관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인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열었다. 불이 꺼지고 사람이 떠난 공단에 유통매장을 만들고, 그것도 고층쇼핑몰은 안 된다는 개념을 보란 듯이 깨며 3관까지 오픈했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엔 20만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 이후 W몰, 현대아울렛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를 형성했다. 그 사이 독산동·가산동·구로동 일대는 첨단IT·패션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패션타운을 완성하기까지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의 규제로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후 일대에 패션타운이 형성되고 고객이 몰리면서 산업단지공단의 규제는 약해졌다. 홍 회장은 “위기의 순간, 고비를 넘어오면서 느낀 점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도경영’은 이긴다는 것이었다.

잠깐의 이익을 위한 순간의 속임수는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며 “기업, 고객과의 약속은 품질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시켰고 장수의 근원이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낙후한 옛 ‘구로공단’ 지역이 패션 중심지로 변모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2015년 서강대로부터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전재국 허브농장 인수해 탈바꿈 중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처럼 ‘대통령의 부동산’을 사들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2월 마리오아울렛은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 약 5만7000㎡(약 1만7000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허브 농장 ‘허브빌리지’를 인수했다. 이 농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소유였으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를 맡고 있는 검찰이 압수해 경매에 내놓았다가 두 차례 유찰 끝에 지난 2015년 12월 마리오아울렛에 인수됐다. 그 사이 가격은 250억원에서 11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09년엔 전 전 대통령 부부가 5공화국 시절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결혼 50주년 연회를 열었고,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수 발견되면서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에 자리한 허브빌리지를 찾으면 임진강을 보듬어 안은 형세가 눈에 띈다. 초대형 유리온실과 야외 가든을 비롯해 야외 공연장, 숙박시설 클럽 플로라,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머스 테이블, 한식당 초리, 허브찜질방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허브빌리지에서 만난 홍성열 회장은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20년 전부터 개인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허브빌리지 같은 콘셉트를 꿈꾸었지만 여의치 않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그 동안 마리오 아울렛 매장 내·외부 공간에 마리오가든, 마리오 동물농장 등 자연공간을 조성하고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등 자연과 고객을 연결하는데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허브빌리지 인수가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마리오아울렛의 신사업 진출을 예상했다. 패션·유통에 이어 리조트사업에 안착한 이랜드의 콘셉트를 따르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돈을 보고 덤벼든 숙박업 비즈니스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급하게 신규 출점을 결정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일본의 온천장 같은 힐링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외관엔 손을 많이 대지 않고 대신 야생화농장 등 자연과 어우러진 콘셉트를 신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허브 등 자연 속에 공연장과 갤러리를 갖춰 음악과 미술이 있는 품격 있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야외수영장과 박물관, 추가 숙박시설도 계획 중이다. 그는 “허브빌리지 운영은 마리오아울렛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방향과 같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며 “기존 유통 시장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자연이라는 경험과 가치를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비즈니스 모델은 ‘품격’과 ‘가치’

다시 기존 아울렛 사업이야기로 돌아가자. 홍 회장은 “가맹사업을 하자”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대신 상품기획(MD) 강화를 통해 자체 경쟁력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명품관·가구관·대형 F&B몰(식음료장)을 낸데 이어 디지털 가전 유통 브랜드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도 오픈했다. 아울렛 업계로는 이례적인 행보다.

그는 “이렇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정체성을 갖추어야 전국 어디에 아울렛을 내더라도 고객 만족도를 보장할 수 있다”며 “무조건 제품을 싸게 판다고 손님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유커들의 입소문 덕에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외국어 안내 서비스는 물론이고 텍스리펀드(사후면세) 서비스와 자국통화결제서비스(DCC)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소비 성향은 다양해지면서도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옷을 사는데 그치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경험을 기대한다. 마리오아울렛이 허브빌리지를 인수한 것도 모두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다.”

홍 회장은 사업에 있어 ‘가치와 품격’을 강조한다. 200만원으로 시작해 3000억원 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로서, 이젠 품격에 가치를 두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그는 “평생 번 돈을 앞으로는 품격 있게 쓰려고 한다. 더 벌면 더 쓰겠다”고 말했다. 

아울렛이 위치한 서울 금천구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입주 패션업체와의 동반성장, 명예경제학 박사를 받은 서강대의 남양주 캠퍼스 조성사업 기부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향후 도시농업 확산에 관심이 많다. 이를 먼저 실행에 옮기려 한다. 대형 패션아울렛 안의 거대한 토마토농장을 상상해보라”며 “이것 또한 우리 비즈니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패션·유통사업에 자연을 결합하는 가치 있는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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