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들의 주식거래, 대 혼돈 시대 오나
기계들의 주식거래, 대 혼돈 시대 오나
  •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7.0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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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로 승자독식 꿈꾸는 초국적 기업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더니 현재 기준금리는 1.00~1.25%에 이르게 됐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과 일치한다. 미국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기정사실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해외자금의 이탈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경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서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의 경제적 의의에 대해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대한 초단기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변경되면 이에 맞춰 국공채와 사채 및 각종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도 변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얼마나 신속하고도 안정적으로 진행될지 여부는 각국 금융시장의 발달 정도와 실물경제의 건전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금리는 환율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만약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반면 한국은 이런저런 국내 요인으로 인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다면 이는 곧 달러 자금의 유출로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달러 강세, 즉 원화 약세가 예상된다. 이런 연쇄적인 반응은 증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 그리고 수출·수입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와 같이 모든 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를 비롯한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격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과 파괴적 혁신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금융시장은 크게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간접금융시장과 주식과 채권 및 파생상품의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직접금융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 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은행과 같은 간접금융기관의 주요 업무는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개입해 안전하게 자금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행은 중개인(middle man) 역할을 하면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직접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한다. 그렇기에 거래에 따른 위험은 당사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중개인이 없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대가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직접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간접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나타내는 간단한 지표로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들 수 있다.

필자가 몇 해 전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이 비율은 대략 120% 안팎인 반면, 독일은 45%, 프랑스는 70%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00%를 조금 상회했으니 영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실물경제의 성장에 비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활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비율이 전반적으로 조금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언급한 이유는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그다지 변화가 없었던 금융시장에도 바야흐로 파괴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정도는 각 나라 금융시장의 특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시장은 크고 작은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글로벌 경제에 극심한 경기침체를 초래한 원인을 제공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연 현재 금융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혁신적인 변화가 향후 금융위기를 더욱 조장할 것인지 아니면 대폭 완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핀테크(FinTech)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고빈도 매매(HFT:High-Frequency Trading)와 관련된 것이다.

‘은행의 종말’ 예고

핀테크와 관련해서는 이미 널리 소개됐으며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비금융 기업들이 다수 등장했다. 예컨대 애플페이, 알리페이, 삼성페이 등은 모두 핀테크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금융 기업들이다.

이렇듯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핀테크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업무를 대신할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즉 기존 은행 지점들은 음반회사나 필름회사가 사라졌듯이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핀테크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기술로서 은행과 같은 중개인 없이 지불결제와 송금 등 일체의 금융 업무를 안전하게 실행하도록 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것은 암호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사람들 간에 이루어진 모든 거래를 기록한 분산된 원장(distributive ledger)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금융거래에 널리 적용된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금융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개기관 없이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혁명적인 변화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중개기관을 필요로 하는 핀테크 혁명보다 블록체인 혁명이 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술이 널리 채택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이 두 가지 파괴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간접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지금까지 소수의 대형 금융회사에 의존하던 금융거래를 다수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금융거래로 전환시킨다는 의미에서 금융 민주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을 대폭 낮춤으로써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발전시켜 나갈 명분이 충분하다. 이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존의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더욱 효율적으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결과 금융시장의 효율과 안정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불안한 금융 인공지능 기술

현재 직접금융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빈도 매매 기술은 어떠한가? 이것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로서 사람에 의한 매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1초에도 수십만번 씩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식 거래량의 70퍼센트 이상이 고빈도 매매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비중은 다소 낮지만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계적 매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 중에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라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가격 폭락을 일컫는다. 그런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널리 사용되면서 플래시 크래시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복잡계의 특성인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실물경제에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10년 5월 6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인한 충격적인 플래시 크래시 현상이 발생했다. 이 날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지수는 거래 종료 15분을 남기고 순식간에 1000 포인트 넘게 하락했다가 장 마감 직전에 하락폭의 대부분을 만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급격한 지수변동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5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고빈도 매매가 플래시 크래시의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이러한 플래시 크래시 현상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매매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이들 간의 상호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끼어들 틈도 없이 기계들에 의한 매매로 인해 주가폭락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시발로 금융위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제임스 배럿(James Barrat)은 자신의 저서 <파이널 인벤션>에서 금융자본은 현재 IBM, 구글, 애플 및 아마존과 같은 초국적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먼저 개발한다는 것은 곧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최고 성능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려는 무한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더욱이 이를 먼저 개발한 금융기관이나 퀀트(Quant)는 이를 은밀하게 감춘 가운데 금융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금융시장은 점점 더 소수의 기업이나 금융자본가에 의해 장악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효율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더 확대될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더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심히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제 구실 못하는 중앙은행…불확실성 증폭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못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직·간접금융을 담당하는 다양한 금융기관들, 예컨대 상업은행·투자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 등은 지나친 레버리지에 의존해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는 행동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이론 모형 또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기에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앞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거론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2008년 극심한 금융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중앙은행을 비롯해 금융기관들의 행동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이론 모형에 입각해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해 시중의 유동성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함으로써 경기침체나 경기과열을 예방하려 할 뿐이다. 

다른 금융기관들 또한 중앙은행의 구태의연한 정책에 맞춰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비해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언제라도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으로 성능이 개선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예상되는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은 대형 금융기관의 힘을 약화시키고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도록 해줌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금융 민주화와 금융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이들 기계지능이 사실상 증권시장에서 대부분의 거래를 담당한다면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심해지고 금융 효율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상반된 두 가지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의 영향력은 결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예상되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방에 있는 입장에서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인터넷 <논객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미시경제학 등 다수 출간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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