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낡은 과거와 결별하라
재벌, 낡은 과거와 결별하라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3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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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영리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에 주식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코스피는 5월 22일부터 닷새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재벌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등장한 기업 활동 위축에 따른 경기후퇴 우려 논리를 무색케 한다.

▲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두 진보학자 김상조와 장하성이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자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재벌개혁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해서다.

증권사들은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이끄는 주역이 될 것으로 보고 현대자동차 등 지주회사 전환 관련 종목의 목표가를 올렸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주주로서 이행해야 할 사항을 권고한 모범규준이다. 기관투자가가 가입자들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관리 원칙을 담았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도입하면 기업들로선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보다 활발히 소통해야 한다. 상법 개정은 박근혜 정부가 2013년 7월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재벌 총수들과 간담회를 한 뒤 흐지부지됐는데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주당 의결권을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 집행을 전담하는 집행임원을 두도록 하기만 해도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다.

나라밖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삼성 등 재벌에게 위기보다 기회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기업윤리와 평판관리 전문가인 로사 전 UCD경영대 교수의 기고를 통해 “삼성이 그동안 재벌기업으로 안고 있던 부정적이고 불투명한 약점을 떨쳐내고 세계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 주도 성장과 사람 중심 일자리다. 대기업·수출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근로자들의 임금 등 소득을 증대시키고 교육·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을 지속시키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재벌개혁은 필연이다.

재벌들로선 사회와 시장의 압력에 떠밀려 변화하기보다 스스로 낡은 과거와 결별을 선택할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대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상법도 입법예고한 대로 개정했더라면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기금을 내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기업들로서도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거절할 명분이 있었을 게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이유는 시장경제 질서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건전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모든 경제주체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하성-김상조 라인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재벌해체’가 아닌 ‘재벌이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돕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원칙에 맞춰서. 

재벌들로선 우는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개혁에 나서는 시기를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좁은 골목시장 말고 넓은 세계시장으로 나가 경쟁하자. 이것저것 집적대지 말고 핵심 역량 사업과 미래 산업에 전념하자. 종업원과 주주를 더 생각하고 사회에도 공헌해 신뢰를 회복하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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