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바다’ 엄포 때마다 시장 ‘출렁’
‘서울 불바다’ 엄포 때마다 시장 ‘출렁’
  • 권호 기자
  • 승인 2017.05.04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습 효과로 악영향 제한적…“지정학적 위험 이미 반영” 주장도

미국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전진 배치된 4월 10일 국내 증시가 요동쳤다.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설’ 등 각종 뒷말이 증시 주변에서 얽히고설키면서 ‘4월 위기설’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진 탓이다.

전쟁이 나면 가장 많이 찾는 안전자산인 ‘금’ 가격과 거래량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북한을 둘러싼 긴장이 점차 고조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이에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발 안보 리스크 관리를 완벽히 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동향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상시 감시해 적기 대응해달라”라고 기재부 간부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4월 위기설’로 금값 ↑, 주가 ↓

▲ <자료: LG경제연구원>

대북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북한 내정 급변 등 북한 변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일부 사건을 빼곤 단기간에 그쳤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발생 당일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43%나 급락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 9일 당일 코스피는 2.41%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후 5차 핵실험까지 4차례의 핵실험 당일에 증시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NH투자증권이 2000년 이후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교전 및 대치 등 북한 도발 이슈가 불거진 22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의 당일 평균 증감률은 각각 -0.46%, -0.92%를 기록했다. 5거래일 안에 수익률은 각각 0.53%, 0.65%로 집계되면서 곧바로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번 ‘4월 위기설’도 오래가진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대북리스크 등장(4월 10일) 이틀 후인 4월 12일 상승세로 돌아섰고, 13일에는 2141.63포인트로 상승하며 10일(2133.32포인트)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으며, 현재(4월 21일 종가 기준)는 2164.78포인트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북 리스크가 불거진 시점을 돌이켜 보면 리스크 발생에 따른 불확실성은 대체로 5거래일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993년 노동 1호 미사일 발사부터 2011년 김정일 사망까지 과거 10차례 주요 북한 무력 도발 당시에도 금융시장 영향은 미미했다”며 “초기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나와도 금세 안정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위험은 수십 년간 한국 주식시장에 내재해 있는 위험”이라며 “최근 상황 변화가 이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악재의 등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관련 이슈에 증시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금리, 달러-원 환율 움직임 등이 당장 대북 리스크의 극단적 확대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결국, 이전 대북 이벤트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북한발 ‘블랙 스완’은 주식시장에서 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9·11테러처럼 블랙 스완(Black Swan)은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할 경우 시장에 큰 위험을 가져온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금융회사·기업 차원의 비상 대응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대응할 수 있다”면서 “북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해당사자인 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전쟁 시 전쟁비용 113조 넘을 것”

▲ ※주: 사건 발생일이 휴일이거나 장마감 이후인 경우 익일 수익률 반영.<자료: 한국거래소>

과거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체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4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서 완만하고 실험적인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남북 간 경제 협력이 확대되고 북한 리스크가 축소돼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체제 유지를 위해 김정은이 계속해서 김정일식 생존전략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김정은 역시 안정적인 구도 속에서 기존의 행보대로 핵을 담보로 미국과 대치와 협상 국면을 이어가며 폐쇄성을 지속한다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 유사하다. 

문제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다. 김정은의 세습체제가 안정되지 못하고 동요가 심화돼 주변국 개입이 유발되는 등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커질 것으로 봤다. 

▲ ※주: 사건 발생일이 휴일이거나 장마감 이후인 경우 익일 수익률 반영.<자료: 한국거래소>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현상이 강해져 외국인 이탈이 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확대된다. 이로 인해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거나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갑작스러운 북한의 붕괴 또는 전쟁이 날 경우다. 북한이 붕괴되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급격하게 북한체제가 붕괴되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가 신뢰도가 하락하고 해외 자본유출이 심화된다. 여기에 북한경제 유지를 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폭증할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과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 주가 폭락, 금리 및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 전쟁이 날 경우, 이보다 심각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5월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에 따르면 전쟁 비용 1000억 달러(113조500억), 수도권 2500만 명의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