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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미친 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미친 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 신금호 M cultures대표
  • 승인 2017.04.03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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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6월 13일 엄청난 비바람이 치던 밤 ‘베르그 성’의 모든 사람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결국 ‘슈타렌베르그’ 호수에 떠 있는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호숫가로 산책을 갔던 ‘구덴’이라는 정신과 의사와 강제 폐위된 바바리아의 왕 ‘루드비히 2세’였다. 그런데 루드비히 2세의 폐에서는 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호수 정도는 거뜬히 건널 정도로 수영에 능숙했다. 이러한 수상한 정황에도 왕은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이 충격적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루드비히 2세는 함께 발견된 의사 구덴에 의해 정신병 진단을 받고 금치산자가 되어 베르그 성에 유배되어 있던 상태였다.

시작은 이랬다. 루드비히 2세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가 왕위에 오른 시대는 정치 상황의 급변기였다. 그 결과 1866년 프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고 루드비히 2세의 나라 바바리아와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이 된다. 전쟁의 결과 여러 개로 나뉘어 있던 독일공국은 비스마르크를 중심으로 하나의 독일연방으로 합병된다. 어린 왕의 나라 바바리아는 승전국 프러시아와 협정을 맺는다. 실상 프러시아의 지배권에 들어간 것이다. 어린 왕에게는 실로 힘들고 어려운 시대였다.

루드비히 2세는 원체 관심이 없던 정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더니 건축과 오페라라는 취미에 몰두한다. 해외 유명 건축물의 정보를 얻으려 연구팀을 자주 보냈고, 약혼녀와 함께 바그너의 음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그의 낙이었다.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이후로 바그너의 열혈 팬이 된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빚을 갚아주고, 바이로이트 오페라 극장을 지어주었으며,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그리고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까지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대에 길이 남은 바그너 오페라의 무대 뒤에는 루드비히 2세라는 후원자가 있었던 것이다. 

루드비히 2세의 후원은 나라 재정이 아닌 왕 자신의 재산과 일종의 후원모금으로 이뤄졌지만, 신하들 눈에는 그저 허황된 낭비일 뿐이어서 왕은 늘 신하들의 잔소리에 시달렸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취미를 인정해 주는 신하들을 곁에 두고 싶었다. 이런 왕의 마음을 신하들도 알아차려 결국 반란을 모의하게 된다. 왕의 삼촌 루이티폴드를 끌어들이고 정신과 의사를 고용해 자유분방한 루드비히 2세의 사생활에 정신병이란 딱지를 붙이게 된 것이다.

루드비히 2세의 예술사랑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 과도한 열정 때문에 이른바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루드비히 2세는 1872년부터 1885년까지 자신이 후원한 이백아홉 번의 공연을 그 큰 극장에서 홀로 감상했다. 스물여덟 번의 바그너 오페라를 포함한 마흔네 번의 오페라, 열한 번의 발레, 백쉰네 번의 연극. 루드비히 2세는 요샛말로 오타쿠였던 것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늦게 발전한 국가였기에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에 비해 화려한 건축물이나 극장이 별로 없어 문화적으로 뒤처지는 분위기였다. 루드비히 2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이슈반스타인 성(디즈니랜드의 상징인 디즈니 성의 모델)과 바그너 음악의 성지 바이로이트 극장 같은 명소들은 오늘날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과 관광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위시리스트에 올라 있다.

가까이서 그를 보좌하던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루드비히 2세의 예술에 대한 거시적 투자가 현 독일의 후예들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루드비히 2세는 정신병자는 아니더라도 미친 사람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게 무언가에 미친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최근 예를 하나 들자면, 1986년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처음 만들었던 CF에 아인슈타인을 필두로 피카소까지 세상을 바꾼 18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모두들 세상으로부터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다. 그 미친 18명 중 8명이 아티스트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예술은 우리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아닐까?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사리사욕 채우다 끝나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쳤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진정 무리일까?

※이 글은 <Arts&Culture> 4월호와 인터넷(www.artsnculture.com)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www.mcultures.com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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