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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뱃심 키우고 ‘양손잡이 경영’ 하라
뱃심 키우고 ‘양손잡이 경영’ 하라
  • 이기동 기자
  • 승인 2017.03.07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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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硏 제시 ‘장수하는 리딩 기업의 미래사업 운영방식’

GE·IBM·J&J·Corning의 미래 준비 4대 포인트

①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이나 기능이 있음. 현재의 사업과 별도로 미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

② 최고경영진이 주요 실무자들과 직접 미래 전략이나 신사업에 대해 논의. 새로운 변화와 기회에 대해 직접 학습하고 토론함은 물론, 신사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업 기회나 전략을 논의.

③ 실패 위험이 높은 미래 사업의 준비는 작은 규모로 시작하되 최고의 인재를 투입하고 신사업 책임자에게는 독립된 권한을 부여. 기존 조직 내 적임자가 없다면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우수한 외부 인력 영입.

④ 사업이 정착될 때까지 수익률이 저조하고 경우에 따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미래 사업인 점을 감안, 기존 사업과 다른 방식으로 성과 관리를 하고, 최고경영자가 신사업을 직접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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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포춘(Fortune) 500대 기업 중 2010년까지 20년간 그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24.2%에 불과했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딩 기업들도 위상을 계속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100년 이상 장수하며 지금도 혁신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발 빠르게 변신해 왔기 때문이다. 즉,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 전환(Transformation)

환경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사업 전환(Transformation)도 모색해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스콧 앤소니(Scott Anthony)는 HBR을 통해 사업 전환의 2가지 의미를 소개했다. 첫째는 현재의 주력 사업을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넷플릭스(Netflix)가 우편으로 DVD를 배송하다가 기술 변화에 따라 웹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회사가 아예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미래 핵심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광고 사업을 하던 구글(Google)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미래 사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나, 물류 사업을 하던 아마존(Amazon)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시작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한 것이 그 예다. 스콧 앤소니는 사업 리더가 두 가지 전환을 모두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찰스 오라일리(Charles O’Reilly)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이와 유사한 사업전환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기업은 주력 사업의 혁신과 더불어 미래 핵심 사업을 만들어가는 ‘양손잡이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력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미래 사업에 인큐베이팅(Incubating)하는 선순환 고리가 원활하게 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사업을 준비해 성공적인 사업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기보다는 현재의 주력 사업을 잘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불확실성 시대에 미래 준비가 기업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필수적임에도 정작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미래 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험 감내할 체력과 뱃심 부족

우선 전문경영인들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의 성과 극대화에 치중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래 준비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에 쏟던 역량 일부를 미래 사업 준비에 전환해야 하고, 기존 사업의 이윤 감소, 시장 점유율 축소, 매출 증가세 둔화 등의 정량적 손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회사가 이러한 성과의 일시적 하락을 잘 견디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해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식되더라도 미래 준비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현재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쉽다. 

설령 회사가 단기간의 손실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해도 기존 사업의 성과가 낮아지는 점에 대해 주주와 내부 구성원의 우려와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계약직인 전문경영인 자신의 연봉이나 자리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높은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뱃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환경 변화 따른 위기 가능성 과소평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주위 환경과 위기 조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신호를 보내며 찾아온다.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소장을 지냈던 위기관리 전문가 미셸 부커(Michele Wucker)는 기업의 리더들이 위기의 신호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소위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 편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낙관 편향이란 긍정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부정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무시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던 코닥(Kodak)의 몰락을 보면 위기에 대한 낙관적 해석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 기업 중 1917년부터 1987년까지 70년간 시가총액의 평균 성장률이 시장 평균 성장률을 상회한 기업은 GE와 코닥밖에 없을 정도로 코닥은 탄탄한 기업이었다. 코닥이 업계 선두를 달리던 1990년대에 향후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됨에 따라 필름 산업이 사양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다. 
코닥은 카메라 시장이 언젠가는 디지털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하더라도 이미지를 인화할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 카메라가 많이 공급되면 필름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측하며 여전히 필름 카메라 시장이 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닥의 주력이었던 필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필름 시장의 위축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코닥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촬영된 이미지를 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파일로 관리하는 패턴을 보였고, 신흥 시장에는 필름 카메라를 뛰어넘어 곧바로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됐다. 결국 코닥은 일찌감치 디지털화에 집중한 캐논·소니·니콘에 밀리게 됐고, 그 결과 201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130여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발목 잡는 성공 경험

잘 나가는 기업이 자신의 성공 공식에 빠져 있다는 점도 제대로 된 미래 준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버드 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이미 크게 성공한 기업은 정형화된 프로세스와 사업 모델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스스로를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1등을 하고 있는 사업에서는 기존 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보수적이지만 안전한 방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적인 성과로 많은 경영학자나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주목 받은 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미래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래 사업은 기존 사업과 성격이나 특성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록스(Xerox)는 복사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Xerox’라는 고유 명사가 ‘복사하다’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록되었을 정도다. 제록스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라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PARC에서 GUI1, Ethernet2 등 우수한 기술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기업이 제록스에서 분사(Spin-off)해 나갔다. 분사된 기업들을 추적해 연구한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에 따르면 이들 중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제록스의 비즈니스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제록스의 비즈니스 방식은 외부 협력 없이 모든 부분을 제작하고 판매 조직까지 직접 운영해 부가가치를 독점하는 형태였다. 복사기 사업에서는 심지어 제록스 복사기 전용 용지까지 만들 정도였다. 우수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가지고 분사했던 메타포(Metaphor)는 이러한 제록스의 턴키(turnkey)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묶어서 판매하는 메타포 방식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메타포는 투자비용도 건지지 못하고 10년 만에 IBM에 팔렸다. 

반면 네트워크 기술을 가지고 분사한 쓰리콤(3Com)은 초기 IBM PC와 호환되는 기술을 개발했고 판매는 외부 도매업자들에게 맡겼다. IBM이 성장함에 따라 쓰리콤도 덩달아 성장할 수 있었다. 페이지 기술 언어3를 상용화하기 위해 분사된 어도비(Adobe)는 처음에는 메타포처럼 턴키방식을 고려했다. 그러나 모든 부분을 전담하기에는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판단,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애플, IBM 등 컴퓨터 회사와 캐논, HP 등 프린터 회사 제품들 사이의 호환성을 해결하기 위한 사실 표준(de facto standard)을 만들어 공급했고 덕분에 컴퓨터, 프린터 회사들과 동반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기존 사업을 영위하면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과 역량으로 미래를 탐색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착실하게 미래 준비를 함으로써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롱런하는 기업들이 있다.

■GE

GE는 2000년 초반 뛰어난 실적에도 기존 주력 사업에서 고수익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플라스틱 사업부, 가전 사업부 등 GE의 오랜 비즈니스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GE는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M&A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개척했다. 그러나 CEO로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는 M&A에 적합한 기업이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M&A의 실패 확률이 70~90%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M&A에 치중하는 게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멜트는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 성장방안을 고민했다. GE는 미래 사업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GE는 가전,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사업에 진출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다방면의 인재들이 협업을 통해 미래 사업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GE는 다른 기업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기적 성장을 위해 우선 이멜트는 기술과 마케팅 역량 강화에 힘썼다.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 GE 중앙연구소(Global Research Center)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과 독일에도 새 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기에 들어서고 있음에도 오히려 R&D 예산을 늘렸다. “기술 획득을 위해 1억 달러 규모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10년 동안 200만 달러씩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그의 말에서 기술 역량을 갖추려는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마케팅 역량 강화 노력이다. 

전임 CEO였던 잭 웰치(Jack Welch) 시기에는 마케팅 부서는 단순히 영업 지원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심지어 효율 경영을 위해 최고마케팅 책임자(CMO) 자리를 없앤 바 있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변함에 따라 기술적 우월성뿐만 아니라 시장지향적 신기술의 상업화나 시장 및 고객 분석·통찰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다. 

이멜트는 마케팅과 기술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케팅 부서가 신사업 개발 단계에서 시장 및 고객 분석, 전략 수립 등 중요 역할을 담당해주길 원했다. 그래서 CMO를 부활시키고 M&A 업무를 담당하던 사업 개발 부서(Corporate Business Development) 팀원 대부분도 마케팅 업무로 전환시켰다. 각 사업 조직의 마케팅 책임자도 부사장 직급 정도의 핵심 임원을 선임했다. 내부에 마케팅 전문가가 없으면 외부 영입도 서슴지 않았다. 순혈주의가 강한 GE의 관습으로 볼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멜트 의장이 직접 회의 주관하고 사업 챙겨

내부 역량 강화 노력을 기반으로 이멜트는 모든 구성원이 미래 사업에 대해 고민하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상상력 돌파’라는 의미의 IB(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IB는 매출 8% 성장을 목표로 이멜트가 사업 리더들의 신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유기적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만든 제도로, 다양한 성장 아이디어 발굴이 목적이다. 

이멜트는 각 사업 조직 리더들로 하여금 매년 3개씩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놓게 했다. 각 과제는 3년 이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정도여야 했다. 사업 조직 리더들이 구성원들과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이들이 제출한 아이디어는 사업화 위원회(Commercial Council)에서 평가되었다.

사업화 위원회는 GE의 사업 전문가 20여명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멜트가 의장을 맡았다. CEO가 직접 나서 미래 사업을 챙겼기 때문에 각 조직 리더도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는 분기별 성과만 달성하면 됐다. 그러나 이멜트 체제에서 미래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리더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사업화 위원회를 통과한 신사업 과제들 역시 이멜트가 직접 관리했다. 매월 IB팀 팀원과 이멜트, 그리고 본사 마케팅 팀원 몇 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를 만들었다.

IB팀에서 이멜트에게 보고할 때 파워포인트 사용은 지양되었고, 자료도 1페이지 정도로 제한했다. 형식적인 부분을 줄여 보고가 아닌 논의 분위기를 유도한 것이다. 형식은 간소화했지만 긴장감은 높았다. 이멜트가 직접 사업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졌고, IB 팀원들은 이멜트가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IBM

IBM 전 CEO 루 거스너는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고민을 했다. 거스너가 취임한 1993년 IBM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져 있었다. 거스너는 기존 사업의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제조 중심이던 IBM에 서비스 사업을 이식시키며 IBM 부활을 준비했다. 핵심 사업 자체를 변화시켜가던 거스너는 낮은 신사업 성과에 의구심을 품었다. 1993년부터 98년까지 미국 특허 등록건수 1위를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했다.

거스너는 TF를 구성해 신사업 성과가 낮은 이유와 대책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TF는 IBM의 조직과 시스템이 기존 사업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조직들이 각자 담당하고 있는 사업 관리에만 몰두하다 보니 신사업 추진에 관심이 없었고 급기야 신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없어졌던 것이다. TF팀은 맥킨지(Mckinsey) 컨설턴트들의 저서 <성장의 묘약>에 제시된 ‘Three Horizons of Growth’의 내용대로 사업을 주력사업·성장사업·미래 사업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미래사업을 별도로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후 IBM은 신사업 전담 조직을 운영했는데 이것이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ies)다. EBO는 본사 관리 밑의 신사업 전담 조직으로 구성됐지만 기존 사업 조직에서 완전히 분리시키지는 않았다. 미래 사업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면 사업 조직과는 괴리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사업 책임자들도 EBO 관련 미팅에 계속 참여했고, EBO가 일정 궤도에 올라 사업성이 검증된 후에는 기존 조직으로 이관시켰다.

프로젝트 총책임자로 최고위급 임원 앉혀

EBO는 IBM 내에서 영향력이 크고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핵심 임원들이 전담했다. 우선 모든 EBO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총책임자 자리에는 최고위급 임원을 앉혔다.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초기에는 더욱 자주 진행 상황을 들여다 보며 추진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스너는 EBO 프로그램을 구상할 당시 모든 EBO 프로젝트를 전담 관리하는 힘 있는 ‘EBO 황제(czar)’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EBO 출범 초기에는 그룹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소프트웨어 부문장 존 톰슨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맡게 했고, 톰슨 이후에는 최고전략책임자(CSO)가 EBO를 관리했다. 각각의 EBO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경험 많고 네트워킹 역량이 뛰어난 임원에게 맡겼다. 한때 IBM은 기존 사업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참신한 젊은 리더들에게 미래사업을 맡겼다. 그러나 젊은 리더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직 내 도움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조직 내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그 도움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미숙해 신사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EBO 프로젝트 리더는 IBM 내에서 네트워킹 역량이 풍부하고 경륜 있는 사람에게 맡겨졌다. 심지어 매출 4조원을 기록하는 대형 사업부를 이끌던 임원도 EBO 프로젝트에 차출되곤 했다.

문제는 IBM 내 인재들이 EBO 참여를 꺼려한다는 사실이다. 30~40명의 부하 직원을 이끌던 리더 입장에서 작은 규모의 EBO로 파견되는 것은 좌천당하는 모양새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패 확률이 높은 미래 사업을 맡게 되면 낮은 고과를 받을 가능성도 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M은 EBO 멤버들에게 실패에 대한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해 기존 사업부로 복귀해야 할 때는 부서 선택권을 주었다. 초기에는 인재들이 EBO에 참여할 수 있도록 CSO뿐만 아니라 CEO까지 직접 나서 설득했다. 그러나 EBO 성공 사례들이 나오면서 EBO는 IBM 내에서 성공의 트랙으로 여겨졌고, 더 이상 한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민첩성 확보…투자는 작게, 리뷰는 자주

EBO 초기에는 최소 인력을 투입했다. 프로젝트 리더, 전략·마케팅 전문가, 운영·재무 전문가, 기술 전문가 등 4~5명인 게 보통이었고 임원 1명만 투입된 경우도 있었다. EBO는 이를 통해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래 사업은 기본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사업성을 검증하다가 실패나 사업성 부족으로 판명되면 재빨리 철수하는 방법이 낫다고 판단했다. 

EBO에 대한 평가도 미래 사업에 걸맞게 월 단위 마일스톤(milestone)을 기준으로 했다. 기존 사업들은 매출, 수익률 등 정량 지표를 통해 사업성과를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사업성과가 나기 어려운 미래 사업에는 마일스톤 방식이 필요했다. 주로 지난달 계획 달성 여부나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 방식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사업 초기 단계에는 리더십 팀 형성, 자문단 선임, 전략 수립 완성도 등 사업 기반 수립 작업을 검증했다.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 파일럿 고객 수, 외부 파트너십 체결 여부 등 매출 발생 관련 부분을 평가했다. 물론 재무성과도 평가에 반영됐지만 기존 사업에 비해 유연했다. 예컨대 기존 사업 재무성과를 5년 단위로 평가했다면 미래 사업은 7~10년가량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식이었다. 평가 시스템에 맞게 본사 전략팀, 기존 사업 조직, CSO 간 역할도 명확히 나뉘었다. 

전략팀은 EBO 팀에게 필요한 질문을 준비했다<‘EBO 프로젝트의 월별 리뷰 포인트’ 표 참조>. 기존 사업 조직은 EBO 팀과의 협의를 통해 다음 달 목표를 설정하는 데 관여했다. CSO는 EBO 팀이 매월 성과 달성을 해내는지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Johnson&Johnson

J&J는 9만여 명의 구성원, 100여 개의 제품을 가지고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회사다. 지역별, 제품별로 사업 리더가 책임을 지고 사업하는 분권화된 경영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나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J&J가 나가야 할 방향이나 미래 회사의 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어 최고경영진이 의견을 나누고 통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J&J는 최고경영진의 경험이나 훌륭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FrameworkS’라는 최고경영진 협의체를 구성했다.

FrameworkS는 처음에 최고경영진 9명이 자신들이 맡은 비즈니스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J&J는 경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나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실험’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FrameworkS 논의 주제를 장기적 관점의 사업 전략, 회사의 미래 성장 및 혁신 기회 발굴 등으로 확장했다. 또한 내부 중심적 시각을 탈피하기 위해 회의 참석자도 최고경영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확장했다. 

예컨대 본사 고위 스테프가 참석하고, 경영이사회 멤버, 그리고 실무자들로 구성된 TF팀이 꾸려져 함께 참여했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TF팀은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J&J의 프랜차이즈 계획, 향후 전략 등 관련 사항을 분석하고 학계와 비즈니스 전문가 등 조직 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구된 결과물은 FrameworkS에서 공유됐다. 단지 최고경영진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형식이 아니라, ‘개방성’이라는 원칙 아래 모든 참석자가 심도 있는 토의를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회의체는 어느 회사에나 다양하게 있지만, FrameworkS의 의의는 실무자들이 준비한 회사 미래 전략을 일방향적으로 보고한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함께 모여 새로운 성장 기회를 토론하고 고민했다는 데 있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서 미래 전략은 개인의 힘으로 수립하기 힘들다. 더구나 ‘예측하는 순간에도 변한다’고 할 정도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최고경영진이 간접적인 정보를 듣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J&J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공부를 하고 토론함으로써 시장과 환경 변화에 대한 탐색(Sensing) 역량을 키우고, 회사 미래 전략을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실제로 J&J에서도 FrameworkS를 통해 최고경영진이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내 외부 변화를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통해 최고경영진의 협력도 용이해지고, 전반적으로 회사가 시장이나 환경 변화에 더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다.

■Corning

신사업을 탐색하는 유형은 내부 자원을 활용하느냐(Organic), 외부 자원을 확보하느냐(Inorganic), 그리고 전면 확산하느냐, 점진적으로 확산하느냐, 분리하여 운영하느냐에 따라 총 6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기업 내의 별도 조직에서 독립된 자원으로 미래 기회를 탐색하는 내장 유닛형은 우리 기업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으로, 역사가 오래된 하이테크 솔루션 기업이나 제조업 기반 솔루션 기업, R&D 선도력이 있는 기업들에서 주로 활용한다. 

내장 유닛형의 대표 사례인 코닝(Corning) 역시 기술(Technology) 중심 회사로서 기업 내 별도 조직을 두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코닝은 광섬유 케이블 생산으로 1999년 47억 달러이던 이익이 2000년 70억 달러로 급성장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1년 7월 코닝은 미국의 대규모 버블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일 년 사이 이익이 절반으로 추락했고, 텔레콤 매출은 1년 만에 50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줄어 주가 역시 급락했다.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코닝은 이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는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명예 회장 제이미 호튼(Jamie Houghton)이 코닝을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복귀하고 강하게 혁신을 추구했다. 우선 그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회사의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사실 코닝은 오랜 기간 R&D에 투자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기술 기반의 테크놀로지 회사였다. 이에 코닝은 기술 즉, R&D 기반으로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R&D 내에 비즈니스 기능 넣어 신사업 모색

코닝은 회사 성과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으로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며 탄탄한 체력을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코닝의 R&D는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앙집권적 형태로 현재의 비즈니스 관련 연구와 일부 본사 펀딩의 연구 중심이었다. 이에 따라 R&D 조직에 대한 혁신을 단행했는데, 현재의 비즈니스 확장과 관련된 연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개발하는 연구, 연구원 주도의 실험적 연구로 역할을 재편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R&D 조직(S&T : Science & Technology) 내에 ‘Strategic Growth’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코닝의 강점인 연구개발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새롭고, 수익성이 높으며, 비즈니스 기회가 큰’ 신사업을 찾거나 개발함으로써 코닝의 비즈니스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주요 임무로 주어졌다. 
Strategic Growth 조직은 전체 R&D 예산의 25%를 사용하며 코닝의 사업 영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았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코닝의 미래 사업 시드를 찾아내는 탐색 역할을 하고, 코닝의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기회가 되는지에 대한 검증까지 수행했다.

R&D에서 신기술, 신사업 탐색 시 주로 R&D 관점에서 판단하는데 비해 코닝은 Strategic Growth 조직을 통해 시장 기반의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판단력을 강화했다. 

또 R&D가 회사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돼 있어 ‘R&D만의 R&D’에 빠지는 실수를 방지했고, 엄격한 게이트 리뷰 단계를 거쳐 연구개발 성과물이 실제로 사업화가 되도록 프로세스를 갖췄다. 현재 사업을 위한 R&D에 치중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Strategic Growth의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GE의 이멜트가 R&D와 함께 마케팅 역량을 강화했듯이 코닝도 기술과 마케팅의 협업을 강화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IBM은 CSO를 중심으로, GE는 CMO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했다면 코닝은 자신의 강점 역량인 R&D를 기반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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