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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100년 기업 ‘Miele’의 독주 비결
100년 기업 ‘Miele’의 독주 비결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11.0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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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해외로 돌리면 많은 장수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 약 3천여 곳, 독일에 약 1천500여 곳의 기업들이 100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 지난 1899년 설립된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Miele)’는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타산지석 기업으로 삼을 만 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극찬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프리미엄 가전 전문기업 밀레는 공동창업주 두 가문이 117년간 사이좋게 소유하며 4대째 동업을 이어오고 있다. 단 한 차례의 다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밀레의 두 가문은 연매출 37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조 5천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한 세기를 넘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룰 세터(Rule-Setter. 규칙을 정해 선도하는 기업)’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밀레의 성공 비결을 집중조명했다.

‘밀레(Miele)’를 한번 써본 사람은 밀레만 찾는다. 아니 다시 찾을 필요도 없다. 너무 오래 쓰기 때문이다. 평균 20년을 훌쩍 넘기는 제품의 내구성 때문에 살아 생전에 세탁기를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단단하고 고장이 없어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다. 이에 따라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법도 하지만 100년이 넘도록 밀레는 승승장구해 왔다. 
2015~2016년에는 37.1억 유로(약 4조 5천억 원)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동기대비 6.4% 성장률을 달성한 밀레는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잘 나가고 있다. 업력 117년의 ‘오래된’ 기업이 빚 하나 없이 전세계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값이 비싸도 품질”…한번 써본 사람은 밀레만 찾는다

무엇보다 밀레의 강점은 완벽한 제품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아주 작은 제품의 하자에도 전량 리콜을 서슴치 않는 이 기업은 세계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꼽힌다. 디자인, 내구성, 편의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기업의 원동력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경영진-사원-고객으로 이어지는 제조와 소비주체의 ‘만족의 선순환’ 사이클이 밀레가 세기의 초일류 기업으로 지탱해온 남다른 비결아닌 비결인 것이다. 
한 세기가 훨씬 넘도록 단 한번의 경영권 분란도 없이 고객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밀레의 경영진은 누구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준다. 이에 임직원들은 너나 할 것없이 확고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고의 품질을 시장에 선보이고, 고객은 무려 95%가 넘는 재구매율로 경영실적에 기여한다. 원론적이고, 이론적일 것만 같은 이러한 ‘선순환’ 사이클을 밀레는 지난 100여 년간 유지해 오고 있다.
100년을 지나 200년 기업으로 줄달음치고 있는 ‘명품 가전’ 밀레의 본사는 독일 서북부 귀터슬로에 있다. 밀레는 1899년 기술자였던 카를 밀레(Carl Miele)와 사업가였던 라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이 공동 설립했다. 
귀터슬로 인근의 헤르츠브로크의 방앗간에서 두 창업자는 처음부터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이 업계 최고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창기 밀레의 주요 고객은 농부였다. 그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 보다 매장을 자주 방문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더 좋은 재료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밀레 가전제품들을 선호했다.
밀레는 주방에서 쓰는 크림분리기 제조업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11년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가 달린 세탁기’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이 세탁기는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밀레의 품질뿐 만 아니라 무상보증 서비스도 한 몫을 했다. 밀레는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의 품질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10년간 무상보증 서비스를 실시했다.

세탁기의 엄청난 성공에 고무된 밀레의 설립자들은 자동차 생산에 손을 댔다. 1912년부터 1914년까지 2년간 총 143대의 차량을 직접 만들어 5천100~7천900마르크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 관련 사업은 얼마 못가 중단됐다. 이후 밀레는 1930년대 자전거 사업에도 뛰어들어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곧 사업을 접었다. 이후 본업이 된 백색가전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밀레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진가를 드러냈다. 밀레의 최고등급인 ’C등급 경영진’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자일러 사장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도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며 “경쟁사들의 가전제품 판매가 급감할 때 밀레는 판매 감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밀레의 고객은 한 번 사면 계속 사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1만 시간 테스트 후 하자 없어야 생산 개시

귀터슬로 밀레 본사에 딸려 있는 시험실에서는 개발이 끝난 세탁기 시제품 수백 대가 밤낮없이 돌아간다. 1만 시간(416일 16시간) 동안 세탁기를 돌려도 고장이 없어야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는 회사의 기준 때문이다. 
시험실 한쪽에선 로봇이 세탁기 문을 열고 닫기를 6만회 반복한다. 이 중 절반인 3만회는 ‘쾅’ 소리가 나도록 세게 열고 닫는다. 세탁기를 오래 쓰는 과정에서 문과 본체를 연결하는 경첩이 헐거워져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세탁기 전원 스위치와 각종 버튼도 5만 번씩 눌러보고 고장이 나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옷을 5천 번 빨아도 끄떡없는 ‘1등’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 마치 운동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옥 훈련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테스트 공정이다.
보통 가전제품 수명은 10년여를 넘기기가 어렵다. 그러나 밀레는 최소 20년은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가격이 경쟁사보다 2~3배 비싸지만, 밀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69) 지몬-쿠퍼앤드파트너스 회장은 “어머니가 밀레 세탁기를 무려 40년이나 썼다”면서 뛰어난 품질을 밀레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집안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들여놓지 않기로 유명했던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밀레의 세탁기는 예외로 삼았다. 그는 공공연히 “밀레 세탁기의 견고하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에서 아이폰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도 “그 어떤 제품을 쓸 때보다 혁신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밀레의 이 같은 제품력은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밀레의 전체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5% 가량이며 연구인력은 300명 수준을 유지한다. 세계적인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치다. 대신 연구개발에 들어간 막대한 투자비는 고가(高價)의 가격정책을 앞세워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다. 

스티브 잡스도 극찬…“아이폰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 

‘품질의 밀레’에도 위기는 있었다. 약 15년 전 출시한 진공청소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 모델은 내부 스프링에 문제가 있었다. 사용하는데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제품이었다. 
밀레는 파격적으로 해당 제품을 전량 리콜했다. 당시 가전제품 리콜은 흔치 않았다. 더군다나 사용자의 목숨과 직결되지도 않았고, 수십만 유로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업계는 술렁였다. 하지만 이사회나 임직원들은 모두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해 빠른 리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약 5개월간의 추가 개발 기간을 거쳐 내부기준을 충족하는 완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밀레가 95%의 재구매율을 자랑할 만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품질’이고,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품질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천은 직원들의 ‘충성심’이다. 실제로 밀레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전체 임직원 중 절반이 25년 이상 근무해 왔고, 부모세대부터 대를 이어 작업하고 있는 근로자가 상당수에 이른다. 밀레의 부공장장 아놀드 로고스키는 “어려서부터 밀레 생산라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생산라인에서 제품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알렉산더 비겔은 “밀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없었고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밀레 직원들의 높은 충성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밀레 인력개발담당 요하임 파울 대표는 “회사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자신들에게 투자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직원들이 믿고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밀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해외에는 판매 지사만 설립하고 생산공장은 독일에서만 운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를 찾아 공장을 이전하는 다른 회사들과 대비되는 점이다. 밀레는 현재 전세계에 12개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데 8곳이 독일에 있다. 나머지 4곳도 게르만계인 오스트리아 등지에 분포해 있다. 이를 통해 생산라인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노하우를 상호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 직원들의 교육에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 밀레 측의 설명이다. 밀레는 직원들에게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게르만 명품’이라는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높은 충성심…비용보다 경영철학 중시

밀레는 남의 돈을 쓰지 않는 ‘무차입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공동창업주인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적 브랜드가 된 지금도 가족기업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주주는 약 70명으로, 제 3자를 통한 별도의 자금조달은 하지 않는다. 밀레의 이런 경영방식은 사업초기부터 전통처럼 이어졌다. 회사의 정관 어느 곳에도 이런 말은 없지만, 경영진은 모두 무차입 경영에 공감하고 신조처럼 유지해 오고 있다.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 46) 회장은 무차입 경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무차입 경영은 조직의 유기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직원들도 예산이나 계획을 짤 때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소중하게 다룬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 프리미엄 가전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때 대출을 받아서라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곤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하다 보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직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외부 충원을 하다보면 밀레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도 늘어나게 된다. 우린 조직과 직원이 함께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레에게 돈은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4대째 동업, 밀레의 경영비밀
철저한 역할분담…‘협력과 견제’의 균형 유지

 

독일의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기업들이 그렇듯 밀레도 가족 기업이다.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성과를, 양보다는 질을, 시끄러운 마케팅과 이벤트 보다는 조용한 글로벌 리더를 추구하는 면도 비슷하다. 한 가지 더 든다면 밀레는 두 가문이 공동으로 100년 이상을 이끌어온 장수 기업이다. 동업자끼리 분란 한번 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100년 기업 대열에 올라선 기업 사례는 전세계 기업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생산과 경영을 분리하는 철저한 역할분담과 협력정신으로 단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 한 집안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생산부문과 경영부문의 대표를 번갈아 가며 맡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후계 회장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먼저 밖에 있는 다른 회사에 5년 이상 근무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밀레 본사에 입사해서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면서 역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최종 관문인 이사회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다. 2개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수 요건이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에서는 최종 만장일치제로 후계자를 결정한다. 단 1명의 이사만 반대해도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없다.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 46) 회장은 “외부에서 보면 결정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강력한 기업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경영진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경영진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그 토론의 끝에는 모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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