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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그래도 '헬조선'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헬조선'으로 돌아가고 싶다
  • 김혜영 전문위원
  • 승인 2016.08.3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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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가장 큰 이벤트는 ‘북유럽 여행’이다. 핀란드를 시작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을 경유하는 여행은 떠남 그 자체가 힐링이었고 수많은 의미를 부여해 보아도 그저 “좋다”로 끝나는 여정이었다. 유럽 일대가 난민문제와 테러의 위협에 처한 상황인지라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는 국가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특히 파리와 독일에서 발생한 소프트 테러로 인해 유럽은 갈수록 위험지대가 확산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북유럽은 동양인들이 다소 안전한 여행지로 선망하는 곳이었다. 특히 찜통과 같은 이 무더위 속에서 북유럽의 시원한 기온과 숲, 바다, 하늘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자연환경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국내에는 근래 들어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북유럽의 유명 가구 브랜드가 한국에서 큰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국내에서는 더욱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국적인 스타일을 넘어 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나 인테리어가 유행하는지, 필자는 북유럽을 여행하고 나서 그 답을 찾게 되었다. 

북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본 것은 나무와 빙하수로 채워진 호수, 바다였다. 차를 타고 한참 동안 호숫가 길을 지나가면 동화책에서 튀어나올 듯한 예쁜 집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남유럽이나 서유럽에서 볼 수 있음직한 화려한 성당이나 건축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정갈하고 나무를 활용한 구조물들은 전체적으로 담백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유기농 먹거리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오래오래 머물고만 싶었다.

낙농업이 발달한 덴마크와 핀란드의 유제품, 노르웨이의 신선한 생선들, 스웨덴의 깨끗한 채소들과 과일들 그리고 풀만 먹여 키운 가축의 고기음식은 그 매력이 실로 마력과도 같았다. 숙박한 호텔은 전혀 화려하지 않았고 견고한 나무로 지은 목조건물에서는 나무 특유의 향기가 났다. 당장이라도 바이킹의 후예들이 칠면조를 함께 먹자고 프로포즈를 할 것만 같았다.

호수보다 더 잔잔한 바다 위에서의 크루즈 여행은 이국적이면서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평온함을 안겨주었고, 북유럽 곳곳을 여행할 때마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어느 곳을 가든지 도시 한복판의 공원은 예술적이었고 ‘평화로움’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선망하던 북유럽인들 삶의 이면…

이런 북유럽을 감동적으로 여행하면서 필자는 문득 북유럽 사람들의 삶에 대해 궁금했다.  각 나라를 경유할 때마다 인솔자 이외 각 국가별 가이드들이 여행을 동행하며 안내했는데 그들에게 북유럽 사람들의 삶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가이드들이 전하는 말은 다소 충격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들이 전하는 북유럽에서의 삶은 매우 전투적이고 매우 극단적이기까지 했다. 필자가 생각한 북유럽인들의 삶은 지극히 자연적이고, 인간존중을 중요시하며 약자를 배려하는 복지국가의 표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더불어 북유럽의 교육은 매우 선도적이어서 다른 국가의 교육자들이 교육방식을 배우고자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이드들이 전하는 삶의 실제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가이드들이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타국생활의 힘든 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에 대해 알려주었다. 

먼저, 놀라웠던 사실은 북유럽인들이 수입의 50% 가까이를 세금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있어 자동차세금과 자동차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가격이었다. 또한 대부분 의무적으로 5~7주의 휴가를 즐기지만 휴가기간에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일년 중 휴가기간을 제외한 다른 때에는 매우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유럽인들의 월평균 수입이 한국의 평균 직장인 월평균 수입보다 20% 정도 많다. 문제는 물가가 턱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물론 잘 알려져 있듯이 일반 북유럽인들이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는 상당했다. 모든 식수는 구입해 마셔야 하는데 작은 생수 한병이 3,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다. 빙하가 녹아 수많은 강이 흐르고 폭포가 흐르지만 석회질의 농도가 높아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북유럽 호수와 바다의 청록색 물빛은 그저 보기에 좋았을 뿐이었다.

북유럽의 청년들은 20살이 되면 독립해 스스로 생활비와 학비를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청년들은 대학을 가기보다는 고등학교 진학할 때부터 기술전공학교를 다니거나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나라의 물가수준을 비교 측정하기 위해서는 대개 맥도날드 햄버거의 ‘빅맥세트’가격을 비교하는데 북유럽의 ‘빅맥세트’ 가격은 1세트에 1만5,000원 정도다. 거의 한국물가의 2배 이상이다. 

최근에는 북유럽으로 이민 오거나 난민으로 정착한 무슬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북유럽의 탄탄한 복지 서비스는 그들이 자녀를 많이 출산할수록 양육비 및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무슬림들이 자녀를 4명 정도 낳으면 평생을 먹고 살만큼 정부에서 생활비와 양육비를 제공하며, 때문에 최근에는 무직의 무슬림 가정이 ‘벤츠’ 자동차를 소유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가이드는 이러한 설명을 지속하면서 여행하는 우리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과연 여러분께서 다음에 북유럽을 오셨을 때도 평화로운 날들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다. 필자는 피요르드 해안을 여행하면서 다시 한번 긴 숨을 내쉬게 되었다. 무엇인가 침체된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필자의 느낌을 전했을 때 가이드는 내심 놀라워 했다.

그날은 바로 5년 전, 노르웨이 오슬로 근처의 섬에서 91명의 노르웨이인들이 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한 테러사건이 있은 날이었다. 아름답고 평화롭기 한이 없는 북유럽에의 충격적인 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가이드는 북유럽의 날씨가 비가 자주 오고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 1년 365일 중 겨우 61일에 불과해 자살율을 매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당연시 바라본 북유럽의 햇살이 더욱 슬프게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헬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잔잔한 호수 위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를 바라보면서, 노르웨이 숲의 신선함을 만끽하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천혜자연을 품에 안은 저 북유럽인들의 삶과 그들의 소통은 과연 ‘헬조선’에 사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다르기는 한 것인가?

세계 유일 분단국가로서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지금 당장 전쟁이 나더라도 딱히 놀랍지 않을 이 나라! 경제 불안으로 청년실업률은 날마다 상승하고, 노약자와 흙수저에게 매정한 이 나라! 인간관계는 실패하고 꿈을 잃은 이들의 자살율과 고독사가 증가하는 나라! 미래가 암담하고 자식키우기가 불안해 당장이라도 이민 가버리고 싶게 하는 이 나라! 과연 북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는 확연히 살기 좋지 않은 나라이기에 헬조선이라 불리우는 이 나라! 

그러나 과연 지금 북유럽인들의 삶과 한국인들의 삶을 비교해 보았을 때 북유럽인들의 삶이 더 낫다고 단언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자신이 갖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그것이 동경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만이 되고 불만이 불안과 분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결국 우리는 모든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고, 서슴없이 타인에 대해서도 판단과 비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들의 반복은 결과적으로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막는 큰 벽이 되고 모두에게 전혀 이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습관처럼 말을 한다. 끝없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앞에서 그들은 지친 듯이 말을 한다. 그것이 ‘막연한 동경’인지, 단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을 탈피해 보고 싶은 작은 일탈을 꿈꾸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막연한 동경은 현실의 막연한 회피를 낳게 되고 그것은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모진 순환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이민갈 수 없다면 다시 한번 자신이 서 있는 이 땅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함께하는 타인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애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바라볼 다른 관점은 바로 “그곳에서는 그만큼, 이곳에서는 이만큼”이다. 동경하던 그곳에 있으면 자신은 여전히 그만큼 힘들다. 그렇다고 이곳에 있으면 여전히 이만큼 힘들다. 북유럽에 살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그 나라에서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그만큼의 어려움이 있고, 한국에서는 한없이 힘들 것 같지만 한국이기에 이만큼의 어려움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누구와 소통을 하던지, 이렇게나 힘든 것은 상대적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내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북유럽에서 만난 가이드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는 헬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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