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잡고 싶으면 그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조직을 잡고 싶으면 그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7.0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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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전문가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

현대차그룹의 임단협이 산업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10차까지 가는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대해 대정부 강경투쟁을 예고하는 등 올 여름 노동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꼬일대로 꼬여버린 우리 노사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협상전문가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에게 노사갈등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의 길을 물었다.

노사문제, 노사갈등은 우리 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최대의 난제 중 하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강경한 대응,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피해는 우리 산업계의 에너지를 한 군데로 결집시키지 못하는 원흉이 된지 오래다. 협상전문가 박상기 대표는 첨예한 대립을 끝낼 수 있는 방안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Q. 우리 노사갈등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가요?
A. 과거 노조는 상대적 박탈감과 착취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일하는 것에 비해 임금은 적게 받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거든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기술을 지닌 생산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자 그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사측에 대응해 왔습니다. 초창기 노조의 모습은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죠. 사측은 이런 노조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힘으로 억압하고,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외주용역을 고용하는 방법은 제조업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엉성한 노조에게는 이 방식이 아주 효과가 좋았거든요.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노조는 스마트(Smart)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일선 현장에 배치되면서부터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정책 바뀌어야

Q. 노조가 ‘스마트’ 해지면서 대두된 문제점이 있습니까?
A. 과거와 달리 영리해진 노조는 점차 사측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화를 이루고, 체계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노조는 일종의 철옹성 같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에 반해 사측은 일방적인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와해전략을 구사하면서 용역을 통해 힘으로 그들을 눌렀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노사 전문가를 고용하고, 법적인 절차를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2016년 현재 회사의 인사정책자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노조가 합법적인 활동을 하거든요. 말 그대로 현재 기업의 노조관련 정책은 ‘멘붕’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텔리전트’들이 모인 거대기업의 인사팀은 아무런 아이디어 없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죠.

Q.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임단협 결렬도 이런 흐름과 같은 건가요?
A. 거대하고 스마트하기로 유명한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업의 인사정책 실패가 만들어낸 공룡노조입니다. 노조는 점차 발전하는데 사측은 예전 방식 그대로 노조를 적(敵)으로 간주하고 있거든요. 같은 회사 직원인데, 자신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모든 제약을 가하는데 분노한 것이죠. 노조원들도 다 사람인데 이걸 눈치 못 챌까요? 이제 기업의 인사팀이 노조를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정책은 바뀌어야 합니다. 진검승부가 필요해요. 꼼수를 부리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생산직 사원들도 기업이 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기 전에 임단협에 사활을 거는 노사협상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겁니다. 임단협을 목표로 하는 노사관계는 옳지 않다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 같지만, 이 태도 때문에 온전한 노사협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거든요.

Q. 대체로 우리 기업들이 노사협상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A. 물론입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그간 우리 자동차업계의 인사담당부서들은 임단협에만 치중한 채 협상의 성공원칙을 위배해 왔습니다.
비즈니스 협상은 기본적으로 3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첫 번째, 상대를 내편으로 만드는 Buy-in 전략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이것을 놓쳤어요. 상대를 점점 강하게 만들고,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데 어떻게 협상이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상대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데 꾸준히 실패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협상을 살펴보면 ‘너무나 만족스러운 제안이었다’는 결과를 내놓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전부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요. 똑같은 제안을 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협상인데 이것을 간과했지요. 서로 만족하는 결과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 겁니다.
세 번째, Framing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우리 기업들이 잘못한 부분입니다. Framing은 어떤 사안을 보는 시각을 정해주는 협상의 전략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가 다품종’에서 ‘중가 대량생산’을 거쳐 ‘고가 다품종’ 전략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수많은 해외 자동차제조업체가 그래왔듯이 말이지요. 이 안에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협력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동떨어진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계속 갈등과 투쟁의 대상으로 노조를 바라보니까 발전이 없지요.

‘귀족노조’ 못지않게 ‘귀족임원’도 문제

Q. 그렇다면 이번에는 노조 측의 문제점을 살펴 보죠. ‘귀족노조’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귀족노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A. 현대기아차의 노조는 흔히 귀족노조라고 불립니다.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데도 더 많은 임금을 원하는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해대곤 합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생산직원들의 임금수준은 꾸준히 증가해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들의 임금수준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이 문제에 대해 통제하지 못하고 있죠. 왜 그러는 걸까요?
한국의 노사협상 딜레마가 여기 있는 겁니다. 임금이 적은 곳은 불만도 적고, 임금이 많은 곳은 불만도 많아요.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음에도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관리직들의 연봉도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관리직이 많이 받으니 생산직인 우리도 많이 받겠다’고 나서는 것이지요. 귀족노조도 문제지만 따지고 보면 귀족임원도 문제입니다. 귀족경영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귀족임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귀족임원은 자신이 인사관리자라는 생각보다 대기업의 임원이라는 생각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종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 특권의식은 현장과 인사관리자 사이에 거리감을 두게 합니다. 적으로 보도록 만드는 것이죠. 스킨십 하고 진심으로 생산직원들을 돌봐야 합니다. 관리직은 귀족이 아닙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서 자동차는 누가 만듭니까? 관리는 엄연히 스텝 조직입니다. 생산현장을 경시하면 안 됩니다.

Q.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가 잘 정립된 사례를 해외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A. 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좋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저는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기업을 그 예로 들고 싶어요. 일본기업의 생산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동질감은 기업의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앞서 언급한 귀족노조에 대한 해답은 일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기업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요. 그만큼 대우를 해줄 뿐더러 관리직과의 임금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상위 경영층의 임금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독일 기업은 적대관계가 없습니다. 상호 존중과 우대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 배경에는 숙련 기술자를 우대하는 독일의 전통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죠. 또, 독일은 기술자들의 임금에 불만이 없도록 조치합니다. 발휘하는 능력에 걸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하는 것이죠. 기술로 무장한 현장노동자들의 발언권이 강한 것도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의 특징입니다. 효율적이고 독창적인 생산기술은 책상 앞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의견이 기업을 운영하는데 반영이 되니 자연스럽게 노조는 생산 전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지요. 2000년대 초 불황이 닥쳤을 때 이들은 근무일수와 급여를 축소하고 더 많은 고용을 하자는 사측의 의견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직원들과 소통, 스킨십 더 강화해야

Q. 사례로 들어주신 일본과 독일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일본과 독일기업의 공통점은 생산현장에 사무실이 있다는 겁니다. 현장관리소장, 노조위원장의 사무실이 아니라 기업의 인사팀 사무실이 있죠. 이들은 매일 소통을 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합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요? 생산현장과 인사팀 사무실은 수백킬로미터 떨어져 있지 않나요? 기술자를 천시하던 옛 풍습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사농공상이라는 전근대적인 생각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스킨십을 더 많이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미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소통은 대리, 사원급들이 주로 수행하죠. 이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관리직 귀족들은 현장과 소통하려 들지 않죠. 생산현장에는 회사의 경영진이 내려가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관리직이나 생산직 너나 할 것 없이 ‘아랫것’들은 경멸하는 안 좋은 관습이 있어요. 위에서 와야지 말이 먹힌다라고들 생각해요.
스킨십은 계속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보죠. 20세기 초중반 소비에트연합의 통치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탈린은 레닌 사후 집권을 하기까지 트로츠키와 경합을 벌였습니다. 트로츠키는 명문가의 자제였고, 고학력자였고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트로츠키는 레닌의 사상을 집대성할 정도로 똑똑하고 명망이 높았죠. 반면 스탈린은 부랑배, 암살자, 쫓겨난 신학도였습니다. 심지어 무 학력에 가까웠지요. 그런데 왜 스탈린이 대권을 잡았을까요? 트로츠키는 자신이 귀족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았고, 그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웠습니다. 자신이 똑똑했고, 오만했습니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킨십을 해야 하는데, 트로츠키는 이것이 없었어요. 
반면, 스탈린은 그 시간에 동지들과 포커 치고, 술 마시고, 챙겨주는 스킨십을 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은 스탈린에게 엄청난 권력을 쥐어 주었죠. 조직을 잡고 싶으면 그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리더와 관리자에게 있어 스킨십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Q. 결국 사측이 더 많이 ‘오픈 마인드’ 되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A. 앞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그러했듯, 고가 다품종 생산으로 변화하겠지요. 대량생산은 이미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밀어붙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고가 다품종 생산방식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상황에서는 우수한 기술 인력이 신기술보다 중요하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의 고도화가 절실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시설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연적입니다. 그러면 그에 걸맞게 인력도 고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노조에 설명해야 합니다.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통보가 아니라, 우리가 당신들을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육성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이렇게 사측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 간다면 노조는 스스로 변화할 것입니다. 노조에게 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기업의 로드맵을 공유하는 것은 그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노사간 적대적 대립관계를 끝내는 것입니다. 노조를 적으로 보는 생각을 그만 둬야 합니다. 적에겐 공격적일 수밖에 없어요. 독일과 일본 기업의 경우처럼 동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자동차를 만들 때 전처리 공정을 거치잖아요. 모래도 쏘고, 프라이머리를 바르고, 아연도금도 하고…. 죽은 사물에도 이처럼 복잡한 전처리 공정을 거치는데 살아있는 사람, 스마트해진 노조와 의사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귀족노조를 탓하기 전에 귀족관리층부터 변화하면 됩니다. 세계 다른 국가들의 기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면 금세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경영진이 현장에 허다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렇게 현대그룹을 세웠잖아요. 왜 그렇게 계속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해외에서 엉뚱한 자문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노무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 수십년 동안 밝혀졌습니다. ‘귀족의식’을 버리고, 현장과 소통하고, 스킨십하며, 상대의 마음을 얻으면 노사간 첨예한 대립을 당장 끝장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상기 BNE 글로벌 국제협상컨설팅 대표

법무법인 율촌 국제분쟁협상 협력사
이코노미조선 협상 전문위원
인사이트 코리아 전문위원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협상 겸임교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 자문위원
저서: 영화는 협상처럼 협상은 영화처럼(2013 영림카디널)
역서: 1. “협상의 심리학”-위즈덤 아카데미” (원저: Secrets of Power Negotiating- Roger Dawson 著)
     2. 개정판 “성공하려면 협상가가 되라”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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