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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3 19: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덕분에 점심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점심 잘 먹었습니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6.01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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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과 커피

일부 인기 높은 국내 영화나 TV 드라마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고 한다. 부패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종국에는 응징을 받게 만드는 권선징악의 내용이면 된다고 한다. 악역의 단골들은 비단 조폭들만이 아니다.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감스럽게도 언론인이 악의 커넥션에 연루된 작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약자의 편에 서서 막강한 권력에 대항하는 기자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인기 영화나 드라마도 분명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9월 시행을 앞두고 이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법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에서 그나마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은 몇 안되는 법안 중 하나라고 평가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김영란법’ 보도에 대한 유감

혹자의 눈에는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8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바야흐로  시행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수정 또는 폐지되도록 마치 여론몰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래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게 만드는 법안으로 출발했는데 여기에 언론 종사자들도 포함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외부의 압력 때문인가.
실제로 1인당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가이드라인이 우려할 정도로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잣대로도 이 정도 수준은 적절하다고 보일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맛은 커녕 구경도 못해본 100만원 짜리 한우나 굴비 세트를 선물용으로 판매 못한다고 해서 실물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된다는 것인가. 우매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두고 최근에 만난 어느 언론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언론들이 해야 할 일은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북유럽 국가들처럼 모범적이고 청렴한 사회의 예를 현지 취재를 해서라도 시리즈 물로 보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 법안 시행의 타당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의 주력 언론사들은 그렇지 못한 듯 싶어 실로 유감스럽다.
얼마 전 광화문에 있는 모 신문사 앞으로 갔다. 언론계 중진인 A국장과의 점심 약속 때문이었다. 그간 서로 바빠서 가끔 전화 연락만 하다 오랜 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얼마 전 마케팅 관련 조직의 책임자에서 본업(?)인 편집국으로 복귀한 것에 대한 축하를 겸한 자리였다. 십 수년을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부담 없는 마음으로 신문사 로비에서 만나 근처 음식점으로 갈 양으로 따로 예약을 하지는 않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필자는 이 근처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것으로 사겠다며 그가 아는 음식점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다. 이런 필자의 제의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정 그러시다면 좀 멀지만 종로 3가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데 그 곳으로 가시지요. 날씨도 그리 덥지 않으니 운동 삼아 걸어서요” 해서 우리는 청계천 물길 도로로 향했다. 

맛있고 기분 좋은 점심 식사

우리는 마치 다정한 데이트족 인 양 담소를 하며 물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 10여분 걷다 보니 어느새 종로 통이다. 큰 길가를 가로질러 들어간 조그마한 골목길을 몇 번 돌다가 당도한 곳은 전혀 사치스럽지 않은 조그마한 청국장 집이었다. 
외관상으론 규모가 작고 허름해 보였지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분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어우러져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청국장 집으로는 역사와 관록이 있어 보였다. 겨우 자리를 잡은 우리는 그 집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청국장 찌개 정식을 시켰다. 그가 진즉 얘기한 대로 역시 맛이 일품이었다. 원래 기자들은 이 골목 저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비싸지 않고 맛있는 음식점을 많이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경제, 사회 분야뿐 아니라 둘이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의 근황이며 아이들 교육 얘기까지 공과 사의 구분 없이 이런저런 화제로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음식 값 계산은 당초의 약속대로 필자가 했다. 주문을 할 때 이미 알았지만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그는 “덕분에 점심 잘 먹었다”는 예의 인사말과 함께 커피는 자기가 사겠다며 이번에도 역시 앞장을 섰다. 
이윽고 들어선 커피숍은 청계천 대로변에 있는 어느 외국계 커피 체인점이었다. 유사한 다른 곳과는 달리 앉은 자리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청국장과 아메리칸 커피라는 동서양이 오가는 퓨전 스타일도 나름 괜찮았다. 역시 음식 맛은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나 보다. 
어느덧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커피숍을 나섰고 이번 계산은 자연스럽게 그가 하게 되었다. ‘어라, 그런데 카운터 계산대 모니터에 찍힌 커피 값을 보니, 만원이 훨씬 넘어 나온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셀프서비스가 아니라 그런가 보다. 기껏 비싼 점심을 사겠다고 큰 소리를 친 필자가 결과적으로 음식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게 된 셈이었다. 
이미 청국장과 커피 값을 잘 알고 있던 그가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자,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평소 상대방을 배려하는 깔끔했던 성품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맛있고 기분 좋은 점심 식사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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