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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테헤란행 특급열차에 올라 타라~
테헤란행 특급열차에 올라 타라~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3.3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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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중동붐 본격 점화!

경제재제 해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란 시장을 두고 세계 각국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아제르바이잔, 스위스 가나 등 각국의 정상들이 잇달아 이란을 방문했고, 아베 일본총리의 방문도 근시일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관심 탓에 이란은 점차 콧대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중개상인들의 후예이자 ‘페르시안 상술’로 대변되는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각계 전문가들은 지금이 이란 시장 진출의 최적기라 말한다. 이란의 각 호텔로비는 각국의 비즈니스맨들로 넘쳐나고, 외국인들이 묵는 3~5개의 주요 호텔은 방을 잡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발맞춰 한국도 지난 2월 말 400여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이란을 방문했다. 대표자격으로 동행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란 장관들과의 미팅 요청으로 점심시간까지 거르며 회의를 계속했다. 이란의 재무장관은 차까지 내려와 배웅할 정도로 한국의 투자를 갈구했다. 
주 장관은 “노후화된 이란 도시 재생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우리나라 기업 이름들을 구체적으로 들어가며 추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란 내에서 한국 기업은 우수한 품질과 납기 준수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어 앞으로 사업 기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주 장관의 설명이다. 
국내 산업계도 제 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눈치다. 인구 7700만,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GDP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공략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중동지역에 위치한 이란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과거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서울의 테헤란로와 테헤란에 서울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양국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만하다. 중동국가로는 최초로 우리와 교역을 시작했고,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처음으로 진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과거 달콤한 열매를 맛본 우리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열의는 대단하다. 이미 재계의 고위급 경영진들은 이란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시장개척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건설, 플랜트 인프라 발주액 500억달러 전망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건설업이다. 우리 건설업계는 해외 사업의 대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는데 저유가 기조로 수주 물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올해는 사정이 더 안좋다. 올 2월까지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50억 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 90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동 수주액은 8800만 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기대비 4%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치명타를 맞은 건설업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또다시 중동의 이란에서 활로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이 그동안 미뤄왔던 건설, 플랜트,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가스, 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대형 플랜트 사업 발주와 함께 낙후된 토목, 건설도 대거 새롭게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이란 시장 발주물량은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매년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건설시장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현대건설은 이란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특화 전략을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5년 초대형 플랜트 공사인 이란 남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공사를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완공했다. 16억 달러라는 공사금액은 당시 국내 업계 해외수주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일일 동원 인력이 1만 8300명에 달했고, 연인원은 모두 950만 명을 투입하는 등 이란 경제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당시 이란 하타미 대통령은 사우스파 전체가 완공될 때까지 현대건설은 절대 이란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이곳에 남아 나머지 공사도 모두 수행해 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주요 현지 업체들과 협력 관계 구축에 공들이고 있으며, 주요 발주처 인사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과거 신뢰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이란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지하철・철도・수력발전 등에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민간투자사업(BLT)등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대형 건축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초기인 만큼 이란 시장 재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향후 비중이 더 커지는 금융주선형 사업을 적극 발굴해 이란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이란시장 재진출을 위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관련 사업본부를 비롯한 통합시장조사단을 파견해 10월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조사 및 향후 재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이란 시장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1984년 반다르아바스~바프 철도 6공구 건설공사를 시작으로 2008년 이란지사가 폐쇄될 때까지 총 6개 공사 5억6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험준한 산악지형과 호수 등 난공사구간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발주처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 2월 테헤란에서 이란의 민간종합건설 1위 기업인 자한파스 그룹과 업무협력합의각서(HOA)를 체결하고 향후 이란 및 해외에서 발주되는 토목, 건축, 플랜트 등 전 건설 분야에 걸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란 투자에 대한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달러결제가 아직 금지돼 있어 원화 또는 유로화를 활용해야 하는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 시킨 예정”이라며 “앞으로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철저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공사를 선별해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가가치 높은 이란 자동차시장

세계은행은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로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했다. 이란의 자동차시장은 기존 생산량 160만대에서 경제 제재가 시작된 직후 70만대로 급감했다. 앞으로 2년 내에 예년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한국과 이란의 자동차 산업은 이전부터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011년까지 한국의 대이란 10대 수출품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였고, 이란 제2의 국영자동차기업 사이파는 1993년 기아차의 프라이드 생산라인을 인수해 지금도 ‘사바’라는 이름을 달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된 2012년부터 우리기업들의 자동차 수출은 급락했다. 쌍용자동차가 매년 1000여대를 이란에 수출했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의 경제 제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수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했다. 
다행히 2014년부터 수출이 조금씩 재개돼 3400대를 시작으로 2015년 1만9795대를 수출했다. 수출길이 다시 열렸다고는 하지만 제제직전 2010년 4만9734대, 2011년 3만6321대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란시장의 문이 열린 지금 정부의 정책과 함께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시장에 진출해 선점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자동차 시장은 다른 신흥국 시장과 달리 중형차 이상의 부가가치가 높은 차종이 인기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 형성돼 있어 기업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시장은 다른 신흥시장들과 다르게 소형차 중심이 아닌 고급차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라며 “이란 진출에 있어 고급차 시장에 대한 수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기아자동차다. 정부의 소극적인 입장에 별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물밑에서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란 사이파와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올해 초 이란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힌바 있으며 마흐디 자말리 사이파 대표이사도 이란 현지 언론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상대는 프랑스 시트로앵, 르노, 한국의 기아차”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이란의 경제가 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시장의 부진을 이란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1000여대를 수출해온 쌍용자동차도 이란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의 자동차수입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딜러를 통해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활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LG전자,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 선점

시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 가전제품은 이란에서 70~8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제재 해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이미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 휴대전화 시장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제2의 중동 붐을 노리는 기업들이 현지에 몰려들면서 향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중동시장 가운데서도 높은 구매력을 지니고 있고,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이다. 때문에 국내 주요업체들은 이란의 경제 제재가 해제됨과 동시에 시장공략을 위해 현지채용을 확대하고 중동 특화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문화와 생활환경을 감안한 제품을 선보이며 이란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990년 2월 이란지점을 설립하면서 이란과 첫 연을 맺은 삼성전자는 이란 현지 전자・AV・가전 제조유통 파트너인 ‘HACO’와 20년째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란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이를 유지 강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Family 2.0’은 중동 특화 제품의 대표적인 예다. 영화・드라마 시청은 좋아하지만 인터넷 보급률이 높지 않은 현지 상황(2012년 기준 53.3%)에 맞는 기능으로 5초에 한 번 영상을 캡처하고 음향은 전부를 녹음해 시청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슬라이드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양고기 및 강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중동・아라비아 식습관을 반영한 ‘트윈쿨링(Twin Cooling)’기술을 반영한 냉장고는 물론, 대가족 문화를 고려한 세탁기도 중동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에는 이란의 불안정한 전력 사정을 감안해 큰 전압 변동을 견뎌 낼 수 있는 볼트 컨트롤(Volt Control) 기능을 추가해 제품의 안정성을 강화했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외적인 측면에도 이란의 현지 문화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란 시장은 좋은 제품이외에도 현지인들과 소통한다는 분위기가 있을 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체계적인 현지 사회공헌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이란 복지 갱생센터(Blind Association, Khazaneh)’와 협력해 12개 도시에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12개의 오디오 도서관을 운영 중에 있고, 이란 교육부와 협력해 테헤란 내 13개 빈민층 학교에 미래형 교실을 열었으며 여름방학을 이용한 ‘Coding school’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1989년 이란에 첫 발을 디딘 LG전자도 지역문화에 철저히 동화된 ‘현지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 형국이다. 
LG전자는 성장잠재력과 구매력이 높은 이란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지역특화 에어컨 타이탄 빅2를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본 LG전자는 중동지역에서 선호하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전자레인지와 오븐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프리미엄 TV수요가 높은 이란에 울트라HD TV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중동시장 최초의 LTE스마트폰을 출시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지 유통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테헤란 중심가에 이란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브랜드샵도 문을 열었다. 최근 이란 내에서 가족단위로 쇼핑할 수 있는 공간, 모든 제품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현재 이란 내 12개 프리미엄 브랜드샵을 연 LG전자는 올해 20개 브랜드샵을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성이 혼자 있을 때 남성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 여성 서비스 엔지니어를 모집 교육하고 있다. 고객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핑크색이 섞인 유니폼도 마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핑크서비스는 현재 이란 외에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등 이슬람국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추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일관제철소 건립 추진

장기불황으로 수년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도 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맞아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지만 기술 기반이 빈약해 국내 철강업계가 선점할 경우 무한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지난 2012년 이후 계속된 경제 제재로 철강 업계는 군침을 삼켜야만 했다.
그러나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 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철강업계는 현지에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포스코를 선두로 투자를 집중하는 등 불황을 타개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란은 설비와 인프라 문제 및 철근생산 부족으로 약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주요 10대국으로부터 철강을 수입한 양은 약 9억99백만 달러에 이르며, 그중 한국은 1억5000만 달러로 2위다.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의 자동차제조업체는 물론, 건설・항만・공항프로젝트가 이뤄질 경우 관련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점은 우리 철강 기업들이 이란의 자동차용 강판 점유율은 50%를 상회한다는 점인데, 우리철강업계는 이를 토대로 다른 산업에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이란 측과 이미 2014년부터 독자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과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CEM)공정을 앞세워 10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협의해 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경제 제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포스코는 이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장가능성을 지닌 나라라 판단하고 관계를 지속해 왔다. 현재 연간 3000만 톤에 미치지 못하는 이란의 철강재 수요는 2020~2025년에는 4000만~50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란 철강사인 PKP(Pars Kohan Diarparsian Steel)와 연간 160만 톤, 투자금 16억 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의각서(MOA)를 교환했다. 지난 1년여 동안 포스코가 진행해오던 이란 일관제철소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해외 선진 철강기업을 패스트팔로우(Fast-Follow)해 제철소를 운영했으나 이번 파이넥스 기술 수출 협약으로 1968년 창립이래 처음으로 제철기술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그동안 철강재 생산, 판매라는 사업영역에서 기술사용료를 받고 기술을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는 2017년 3월 파이넥스 공법을 저용한 일관제철소 착공에 들어간 뒤 이듬해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는 연 60만 톤 규모의 냉연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현지와 중동지역 수요시장 확보에 나설 전망”이라며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 매장량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가격도 저렴한 저품위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해 생산원가도 절감할 수 있어 이란 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수출길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이란과 강관 분야 교역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이란 강관협의회를 매년 열기로 결정했다.
이란 측의 자세도 적극적이다. 이란강관협회측은 내년부터 중동 각지에 가스관 및 수도관 사업을 벌이는 만큼 한국 강관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관 분야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자동차강판 및 특수강 분야에서도 올해부터 이란과 협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아베스틸도 불황타개 전략으로 수출확대를 모색 중인 만큼 이란 진출 가능성 및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출입은행, 이란 상업은행과 50억유로 기본대출약정 체결

국내 금융업계도 이란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란 진출이 급증하게 될 경우 신규고객 유치 및 환 관련 수수료 증가, 대금결제 들 은행업무가 활발해지는 만큼 금융업계도 이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기회가 될 수 있고, 외화증권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 이란 양국 정부도 금융협력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금융・재정・관세・세제 분야에서 결제시스템을 운영, 금융지원, 이중과세방지 및 관세 협력, 금융, 보험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기존의 결제 보조수단인 원화결제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 유로화, 엔화 등 여타 통화에 대한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중에는 수출입은행과 이란 상업은행 간 50억 유로 규모로 기본대출약정도 체결한다. 이와 별도로 수출입은행과 이란 2개 현지은행간 2억 달러 규모 전대라인(Credit Line)을 개설하고 올해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재개해 지원 대상 사업을 상호 발굴키로 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역시 이란시장 개방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란 현지 은행인 파사르가드 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에 대한 구두 합의를 이뤘다. 코리아데스크는 이란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과 한국과 교역하려는 이란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금융업계가 이처럼 빠른 대응에 나선 이유는 이란 시장의 성장잠재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GDP규모는 2014년 기준 약 4040억 달러로 중동지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약 7530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인구규모도 파키스탄(약 1억8630만명), 이집트(약 8670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풍부한 원유 매장량에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gency)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1580억 배럴로, 베네수엘라(2980억 배럴), 사우디아라비아(2660억 배럴), 캐나다(1720억 배럴)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이란과 무역 및 투자가 활성화 될 경우 수출 확대 및 수입 다변화 등 국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기업 협력체계 구축해야

이란은 분명 ‘중동의 거상’이다. 불이 우리에게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가져다 준 것처럼 이란에 진출하고자하는 기업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과 이란의 협의사항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 제재는 해제 됐지만 향후 이란이 협의사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를 복원한다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있어 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다. 이 두 국가는 과거부터 첨예한 대립을 계속해 왔는데 경제 제재가 해제되기 직전인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해 47명을 동시에 처형하고, 이란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갈등이 다시 촉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서서히 그 힘을 행사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와 함께 이란의 협의사항 이행여부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 제재가 해제 됐지만 이란이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또다시 제재가 이뤄진다. 만에 하나 이란이 다시 경제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범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기업들도 이에 정부에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란이 수출 부진과 성장 정체에 부딪힌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하지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입체적인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각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정부와 기업이 일치단결해 ‘소문난 잔치’에서 먹을거리를 본격적으로 발굴해야 할 때다. 마침내 테헤란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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