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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4:4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생활우울-Ⅰ’
‘생활우울-Ⅰ’
  • 김혜영 전문위원
  • 승인 2016.03.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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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0세를 맞은 선미씨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그녀는 서울의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속한 부장이다. 선미씨는 공부를 제법 하는 2명의 자녀와 탄탄한 직장을 가진 남편과 더불어 매우 행복하다. 자신의 삶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결혼생활도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강남은 아니지만 한강이 바라보이는 위치의 4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중형차를 보유하고 있다. 공부도 잘 하고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딸은 내년에 유명 사립대 의대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작은 딸은 영재스쿨에 다니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뉴욕대에 입학 제의를 받은 상황이다.

여기까지 선미씨의 삶을 보면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다 잘 되는지 선미씨의 삶이 부럽기 그지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망하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필자는 바라보면서 내심 부럽고 배가 아팠다) 이런 선미씨와 필자는 몇 년 동안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녀의 어투는 고급스러웠고 행동은 우아했으며 성품은 늘 베풂을 주저하지 않았다. 나눠주면서 더욱 기뻐하는 성품이었다. 선미씨의 웃음은 항상 해맑았으며 대화를 끝내고 나면 다른 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평안함의 느낌, 매끄러운 감동이 내 안에 남았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 횟수가 지난 후, 선미씨는 솔직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토로하는 그녀의 깊숙한 삶의 이야기는 상당한 반전이었다. 내용인 즉, “자신의 삶은 매우 우울하고 의미가 없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부럽고 행복해 보였던 그녀가…

의외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미씨는 마냥 행복한 줄 알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기에 주위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삶의 의미를 모르겠고 살아가야할 방법을 모르겠으며 너무나도 우울하다고 하니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차근차근히 그녀와 좀 더 깊이 인생의 심연으로 들어가 보았다. 선미씨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했다. 우선 그녀는 어릴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성장한 그녀에게 부모는 늘 든든한 울타리였고 지원군이었다. 그런 부모님 덕분에 그녀는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 순간순간마다 동료들, 상사들과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그녀에게 심한 고역이었다. 아무도 자기에게 맞춰주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또한 업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그녀를 늘 옥죄어 왔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은 강박증까지 갖게 했다. 또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수시로 남자직원, 남자상사의 성차별적인 행동과 발언들을 견뎌내야 했다. 
그런 상황은 그녀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다. 경제적인 여유로 인해 육아에 투자하는 비용은 걱정이 없었으나 두 자녀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안고 자랐다. 그런 자녀들의 아픔을 마주하게 되면, 늘 선미씨는 마음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팠다고 한다. 성공한 남편은 결혼 초부터 자신의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때문에 육아와 자녀의 정서를 돌보는 것은 오직 선미씨의 몫이었다. 너무나 힘겹고 우울했던 선미씨는 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굳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기에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전업주부였던 주위의 친구들과 부모님, 심지어 남편까지 모두 그녀가 사직하는 것을 만류했다. 그녀는 내적으로 갈등하며,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의 짐을 부둥켜안고 하루하루 직장에서 남자직원들과 경쟁을 줄다리기를 계속해 왔다. 더불어 시부모님은 딸만 둘을 낳은 며느리가 못마땅해 항상 손자를 낳아주길 바라셨다. 명절 때나 집안행사가 있을 때면 시부모님의 눈치를 보느라 선미씨는 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공원이나 TV 프로그램에서 남자아기를 안고 있는 가족의 모습만 봐도 선미씨는 주눅이 들고 마음 한 켠이 쓰리고 아팠다. 그렇게 20년의 시간이 흘러 선미씨는 직장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자녀들도 건실히 잘 자라서 공부도 잘하고 남편도 성공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짐들을 다 내려놓고 평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선미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더 우울하고 더 불안하고 더 괴롭다고 했다.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부하직원들과의 소통은 업무적인 재촉과 결과에 대한 평가에 집중되어 있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부하직원들은 상사인 선미씨를 업무적으로는 신뢰하지만 늘 불편해 하고 부담스러워 했다. 


누구나 찾아오는 고통

선미씨는 부장으로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다보니 부하직원들의 업무지도까지 책임지려고 했다. 그녀는 큰 돌멩이가 얹어 있는 것처럼 늘 가슴 한 구석이 무겁고 불편했다. 부하직원에게 무조건 닦달할 수도 없으니 불안하고 답답해 이래저래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가정에서 그녀는 자녀들에게 이미 돈 주는 엄마의 위치 뿐이었다.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바쁜 부모님의 생활에 맞추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자녀들은 그녀와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에 선미씨가 개입하는 것을 못견디게 싫어한다고 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편도 외로움을 느끼지만 부부가 함께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여전히 직장에서 숨 쉴 틈 없이 바빠졌다. 이렇게 남편이 더욱 바쁘게 일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명예퇴직을 당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라고 했다. 대기업에서는 50대 초반의 임원들을 명예퇴직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심지어 요즘에는 40대 초반에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선미씨도 남편도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자녀들을 위해서는 10년은 더 버텨야 할 상황이기에 한시라도 맘을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선미씨에게 불안감은 아침마다 찾아왔고, 밤이 되면 하루를 무사히 보낸 안도감과 동시에 서글픔과 우울함이 엄습해 그녀는 견디기가 무척 힘들다고 했다. 10년 전에 매매한 고층의 40평대 아파트 대출금, 자녀들의 과외비와 학비는 매월 선미씨의 어깨에 큰 무게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선미씨에게 매일 엄습하는 우울함과 불안감을 스스로 어떻게 없앨지 그리고 어떤 조취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선미씨는 자신의 이런 속마음이 들키기를 너무나도 꺼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냥 참고 살면 또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 늘 자신의 우울하고 불안하며 막막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이렇게 살다 보니, 선미씨의 삶의 질은 바닥일 수 밖에 없다. 겉으로 행복하게 포장된 그녀의 삶은 평안해 보이고 문제없이 보이지만 내면은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선미씨 뿐 아니라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본인의 삶에서 늘 우울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이 병적인 문제나 심각하게 해결해야할 당면 과제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버티고 참기만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인은 생활 속에서 동행하는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몸에 통증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것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한다. 신체화의 정의는 욕동, 방어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갈등과 같은 다양한 자극에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즉, 정신 에너지가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을 일컫는다.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가지면 신체에 병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신체화’가 진행되면 몸에 고통이 수반되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큰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해 지속되는 우울감을 필자는 ‘생활우울’이라고 명명한다. ‘생활우울’은 비단 선미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고통이다. ‘생활우울’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잠재적으로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우울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이 심각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에만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동행하는 ‘생활우울’에 대해 심각성을 갖지 않고 묵과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활우울’이 평소에 관리되어져야만 진정한 의미 있는 삶, 질 높은 삶,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에너지 있는 삶, 자기 성찰을 잘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생활우울’을 평소에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에서 ‘생활우울’의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민감하게 체크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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