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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1:0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DNA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DNA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6.03.0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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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죄…고객은 언제나 정직하다!”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지난해 해외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 해외수출 주력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었던 지난해 157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51% 증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1964년 국내 화장품 기업으로는 최초로 ‘오스카’를 해외에 수출한 이래 반세기만에 아시아 정상급 뷰티기업으로 뜀박질했다. 

지난 2009년 1월 29일 롯데백화점 7개 지점에서 세계적인 브랜드인 샤넬화장품이 철수했다. 매장 개편을 앞두고 롯데 측이 샤넬에 매장위치 변경과 크기 축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9차례나 보내자 자존심이 상한 샤넬이 철수해 버린 것이다. 
몇 년 후 다시 돌아오기는 했지만, 샤넬이 있던 자리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버티고 있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중 설화수, 라네즈, 헤라, 아모레퍼시픽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상태였는데 4개 브랜드를 모두 합산한 것이 아니라 설화수 한 브랜드만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 앞에서는 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항의하지 못했다.
설화수는 2003년 롯데백화점 매출 1위로 올라선 뒤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당시 매출은 2위의 두 배 가량 앞서 있었다. 2003년은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창립한 서성환 회장이 세상을 떠난 해이자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시장에 진출한 첫 해다. 이때를 기점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화장품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개성상인의 지조와 신의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DNA를 거슬러 올라가면 ‘개성상인’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세운 장원(粧源) 서성환 선대회장과 그 어머니이자 아모레퍼시픽의 뿌리가 된 창성상점을 세운 윤독정 여사는 개성상인이었다.
조선조 건국에 반대해 한양 천도를 따르지 않고 벼슬길에도 오르지 않은 개성상인들은 고향에 남아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며 후대를 양성해 왔다. 그들은 지조를 지키며, 신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는데, 이들의 정신은 윤독정 여사와 서 선대회장을 거쳐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생전의 윤독정 여사

서성환 선대회장이 화장품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서 선대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는 1932년 창성상점을 열어 개성에서 동백기름과 미안수 크림 등을 제조해 판매했다. 늘 좋은 원료를 고집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후한 인심을 베푼 어머니를 통해 서 선대회장은 상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익힐 수 있었다.
해방 직후 상호를 창성상점에서 태평양으로 바꾼 서 선대회장은 그간 보고 배운 시장의 법칙을 실현하고자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다. 당시 화장품 시장은 호황이었다. 1950년 민족의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보건사회부가 집계한 전국의 화장품 회사는 100개가 넘었다. 신고하지 않은 가내수공업 사업자들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수였다. 게다가 관청의 비호를 받지 않은 한국 사람들 간의 자율경쟁으로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였다. 

▲ 서성환 선대회장

싸구려 원료로 저질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서 선대회장은 ‘좋은 원료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하에 좋은 원료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만든 화장품은 비싼 값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가격이 아무리 싸도 결국 소비자들은 품질을 따진 다는 것을 깨달은 서 선대회장은 상거래에서 소비자의 믿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소비자를 속이지 말고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라’는 그의 경영철학은 이런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살기 위해 소비자를 보호하자”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B2C기업이다. 소비자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략을 시행한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전략을 펼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일례로 지난 1964년 3월 일본 시세이도와 기술제휴를 맺은 당시 태평양은 브랜드명을 공모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었는데, 당시 브랜드를 공모한다는 것은 오늘날과 다르게 꽤 참신한 발상이었다.
100여 편의 공모 작품 가운데 다수의 사람들이 ‘아모레’를 제안했다. 1959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형사’에 삽입된 ‘시모네 모로’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미오~’로 시작되는 노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아리따움’에 존재하는 ‘아리엘’도 아모레퍼시픽과 소비자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리엘은 입사부터 철저한 교육 프로그램과 자격증 인증 제도를 수료한 직원을 지칭한다. 이들 아리엘은 각 매장에 배치돼 제품판매 목적이외에도 소비자들의 피부고민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가 살기 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자. 정확한 것은 정직한 것이다. 고객은 언제나 정직하다. 무관심이 죄다. 관심을 갖고 자기 업무에 종사하라’는 서 선대회장의 메모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영이념처럼 자리 잡았고 오늘날과 같은 성공신화를 이룩하는 밑거름이 됐다.


“좋은 원료와 연구만이 살 길”

불경기 속에서 홀로 뛰어난 경영성적표를 받은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원동력을 꼽자면 과감한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 1954년 한국최초의 화장품연구실

국내 화장품 개발이 없던 1954년 서성환 선대회장은 장업계 최초의 연구실을 개발했다. 좋은 원료와 연구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파악한 그는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작은 규모의 연구실에서 외국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를 계속했다. 1957년에는 연구원을 독일로 유학 보내 선진국의 원료와 설비, 유행조류와 시장 동향 등을 꼼꼼히 보고 받았다.

▲ 코티분

그 결과 1959년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의 코티사와 기술제휴를 맺었고, 이듬해에는 서 선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코티사의 초청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40일간 이뤄진 유럽방문을 통해 앞선 기술과 선진문화를 접하면서 그룹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연구개발에 더 매진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소위 대박브랜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중 으뜸은 아모레퍼시픽 최고의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설화수’다.
1966년 출시한 ‘ABC인삼크림’에서 시작된 ‘설화수’는 50년 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모레퍼시픽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설화수는 국내 패션뷰티업계를 통틀어 단일브랜드로는 유일하게 1조 원을 돌파했고, 한 해 무려 40%의 급성장은 물론 10년 연속 국내백화점 판매부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설화수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2015년 110%의 성장률을 보이며 독보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명품백화점 신광천지를 비롯해 72개 매장이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판매보다 기술 개발에 더 힘을 쏟아 소비자가 제품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돈이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덕 있는 사람으로 정직하게, 부지런히 일한다면 성공 안 할 수가 있겠어요?”라는 서 선대회장의 말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속성장의 산파 ‘아모레 아줌마’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한 것도 아모레퍼시픽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특히 ‘방문판매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고속성장에 불을 당겼다. 
1960년 당시 화장품업계는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로 고심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태평양화장품판매주식회사’를 설립하며, 지정판매제도를 도입했다. 화장품회사가 설립한 최초의 판매회사였다. 약국, 양품점, 일반 소매상을 대상으로 지정업소를 선정했지만 겸업일 뿐이라 제품관리에 신경 쓰지 않았고,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했다.
이에 서 선대회장은 ‘방문판매제도’를 떠올렸다. 조선시대에 등장해 일제 강점기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방문판매제도는 1964년 ‘성미 쥬리아’라는 회사에서 시행해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미국의 에이본과 일본의 폴라도 일찍이 방문판매제도를 도입해 크게 성공한 바 있었다.
방문판매제도 성공의 핵심을 제품, 조직, 인력이라 결론 내린 아모레퍼시픽은 유통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과 고학력 여성들을 대거 고용해 교육했다.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아모레 아줌마’는 다른 방문판매원들과 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지역주민들은 아모레 아줌마에게 기꺼이 대문을 열어줬고,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모레 아줌마로부터 화장품을 구입했다. 방문판매가 절정에 달하던 1980년에는 특약점과 영업소가 664곳, 활동하던 판매원은 1만6571명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아모레 아줌마들은 1960년대 화장품 유통구조를 완전히 바꿔놓는 결과를 가져왔고, 아모레퍼시픽이 업계 선두를 공고히 하는 반석이 됐다.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에 집중’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서경배 회장도 선친의 뜻을 받들어 화장품 한 우물만을 파고 있다. 오직 1위를 지키기 위해 좌우명 ‘정진(精進)’을 경영에 접목하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이 뚝심은 수많은 화장품회사가 명멸해 가던 혼란한 시기에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길잡이가 됐다.
서 회장은 “모든 일을 다 잘 하려 하면 어느 한 가지도 잘 할 수 없는 법이다. 세계의 위대한 기업들은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임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한다. 업계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에는 서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서 체질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1991년 전후, 증권·건설·의류·전자·스포츠부문에 까지 당시 태평양그룹은 그 몸집을 무제한 부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오기 몇 해 전부터 그룹 내 수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1994년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취임한 서경배 회장은 불길한 움직임을 알아채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5년 돌핀스 프로야구단을 현대 유니콘스에 매각했고, 전자사업 부문인 한국써보를 청산했다. 
이어 1996년 태평양패션을 거평에 매각했으며 1997년에는 여자농구단을 신세계에 팔았다.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1998년에는 전자부문 계열사 태양잉크를 일본 다이요잉크에 매각하고, 1999년에는 금융계열사 동방상호신용금고, IT업체 태평양정보기술과 태평양시스템을 청산했다. 종횡무진 사업을 확대해 24곳에 이르던 계열사는 현재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9개인 절반 이하로 줄였다. 오직 화장품에 승부를 걸겠다는 서 회장의 의지에서 였다.
이제 아모레퍼시픽은 각국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해외 유명 패션잡지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소개할 만큼 급성장했다. 랑콤은 아모레퍼시픽과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고, 크리스챤디올은 아모레퍼시픽에 기술제휴를 요청했다. ‘부란 물질이며 에너지의 축적이다. 그러나 가장 귀중한 부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걸으며 쌓아온 인간의 정신이며 지식이다. 물질과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으나, 정신과 지식은 영원히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말처럼 아모레퍼시픽에 숨어 있는 개성상인 정신의 한계는 끝이 없을 듯 싶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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