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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8:5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 이기동
  • 승인 2015.11.0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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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 

미국 여류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 나오는 이 대목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한 빌딩의 대형 글판으로 걸려 눈길을 끈다. 올 가을 교보문고가 선택한 생각의 키워드로 그 만큼 ‘우주(Universe)’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듯 싶다. 
실제로 이제 우주는 인류의 태양계 탐사가 본격화하면서 결코 멀지 않은 가까운 친구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도 우주탐사를 공공연히 부르짖을 정도이며,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열강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여행과 함께 ‘영토 확장’ 차원(?)에서의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반인들에게 ‘우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인류는 아득한 옛날부터 밤 하늘을 바라보며 이같은 질문을 던져 왔다. 천문학의 발달로 우주의 신비가 많이 파헤쳐 지긴 했지만 심지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세 암흑시대에는 천체(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이른바 ‘천동설’이 정설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지구는 여러 개의 행성을 거느린 태양계의 일원일 뿐이고, 그런 태양계가 지름 10만 광년(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달리는 빛의 속도로 10만년 가야 하는 거리)인 우리 은하계에 자그마치 3000억개나 있으며, 또 이같은 은하계가 과학기술적으로 측정 가능한 우리 우주에만도 3000억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말 우주는 그 실상을 알면 알수록 까마득하고 황홀할 뿐이다. 나사(NASA)에서 발사 후 36년이 걸려 최근에서야 우리 태양계를 막 벗어난 보이저 1호는 앞으로 7만년 정도는 더 달려야 우리와 바로 이웃한 태양계에 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주에서 가장 작은 단위일지 모르는 태양계와 태양계 사이 거리가 가장 빠르고 진보한 보이저 우주선 속도로 7만년은 족히 가야할 정도인데다 그런 태양계가 현재까지 파악된 137억 광년 규모의 우주에 3000억X(곱하기)3000억개 만큼 있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광속 137억년 규모를 훌쩍 넘어서 어쩌면 “우주는 끝이 없을지 모른다”는 ‘무한(無限/Infinity) 우주론’이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우주는 아예 한계(limit)가 없다는 얘기다. 이른바 ‘다중우주(multi-universe)’니 ‘평행우주’니 하는 이론들이 그것으로 현재 주류이자 ‘유한(有限) 우주론’인 ‘빅뱅’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과학의 급속한 진보와 맞물려 우주의 유한성과 무한성에 대한 대논쟁이 일 조짐이다.
사실 ‘우주가 끝이 없다’는 관점은 철학적으로 보면 동서양을 통틀어 새삼스러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원 전 6세기경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낙시만드로스는 우주만물의 실상은 ‘무한’하다며 그것을 ‘아페이론(apeiron)’이라 불렀다. 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의 본질을 ‘로고스(logos)’라 부르며 “만물은 시작도 끝도 없는 이 ‘로고스’를 따라 영원히 순환(변화)한다”고 봤다. 
동양에서도 석가모니 붓다는 “만물은 시작도 끝도 없이 ‘연기(緣起)’되어 공간적으로 무량방(無量方 : 無限)이요, 시간적으로 무량겁(無量劫 : 영원)”이라 설파했으며, 노자도 ‘道德經’에서 “만물은 승승불가명(繩繩不可名 :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음)이므로 그 실체인 道(도)는 결국 끝이 없는 ‘무극(無極)’에 귀결된다”고 못 박았다. 공자와 주자를 비롯한 유학, 성리학자들도 사실상 ‘무한’의 개념을 지칭하는 ‘태극(太極 : 無極)’ ‘태허(太虛)’ ‘태일(太一)’ 등의 용어를 앞다퉈 구사했다. 바야흐로 현대과학계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무한우주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옛 현인들의 혜안과 통찰이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이러한 우주의 무한성을 생각한다면, 무수히 많은 반짝이는 별들 가운데 끝없이 펼쳐져 있는 대우주 앞에 그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주는 결코 신비나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으로 함께 가꿔 나가야 할 상생의 대상이요, 우리들 자신임을…. 물들어 가고 있는 이 가을, 메리 올리버가 일깨워준 ‘인사이트(Insight)’처럼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말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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