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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Noble Leadership
Noble Leadership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5.10.0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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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공헌은 있어도 기업인의 공헌은 없다…고귀하게 행동해야 ‘고귀한 사람’”

롯데그룹 오너들간 경영권 분란 사태는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던 반(反)기업정서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안하무인’ 재벌 3세를 그린 영화 ‘베테랑’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을 엿 볼 수 있는 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재산을 가진 이른바 ‘고귀한 사람(Noble Man)’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이 말은, 특히 반기업정서를 진화시키기 위해 애 쓰고 있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꼭 유념해야 할 ‘명심보감’이 되고 있다.

박흥순

팍스 로마나 이끈 노블레스 오블리주

황금기를 구가했던 고대 로마 당시 귀족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봉사활동과 기부?헌납 등을 통해 명예로움과 자부심을 한껏 만끽했다. 개인 재산을 들여 공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 한 경우에는 그 귀족의 이름을 따서 건물이름을 지었는데 당시 이는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졌다. 아피아가도(Via Appia)가 대표적인 예다. 로마의 감찰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가 기원전 312년 건설을 시작한 이 도로는 로마와 그리스, 이집트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 역할을 했다.

아피아 가도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마 귀족들은 전쟁에 참여하는 확고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 건국 이후 500여 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참여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줄어든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귀족들이 전쟁에서 희생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귀족들의 솔선수범에 힘입어 로마는 확고한 세계의 맹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지만, 황제에 의한 정치가 시행되고, 도덕적해이가 만연하면서 급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귀족의 ‘놀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의 기원은 중세 프랑스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 중 가장 특권의식이 강했던 프랑스 귀족들은 고아원?양로원 같은 공공시설물을 건립하고 과시하는 것을 즐겼다. 이 공공시설물 건립비용은 그들이 운영하는 사창가에서 조달했다.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사람들은 귀족들에게 빚을 진 가난한 농민이나 노동자계급이 대부분이었다.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그것을 갚지 못하면 몸을 팔도록 강요했다. 이중적인 자세를 취했던 그들에게 자선사업은 ‘놀이’이자 ‘취미생활’에 지나지 않았다.

18세기 들어 프랑스 귀족들은 계몽주의에 심취해 현실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스스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던 그들은 자신들의 이중성과 과시욕에 사로잡힌 모습을 경계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쳤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서양문화 특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유럽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인 뿌리로 자리매김했다.

‘고귀함’ 없는 귀족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이 생기기 전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대 로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당연함이 지속됐던 시기의 사회는 번영을 누렸다. 영토 확장은 물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은 어떤지 생각해 보자. 고위공직자의 청문회가 있는 날이면 그들의 위법행위가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소위 ‘가진 자’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이익에 마비돼 있다. 윤리의식이 결여된 시장에선 중세 프랑스 귀족의 ‘취미생활’과 다름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異狀)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지도층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 귀족들 속에서는 ‘고귀함’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어느 사회나 부유층이나 빈곤층은 존재한다. 다만 빈곤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좋은 사회 혹은 일류 국가를 논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닥친 위기를 돌파하고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절실한 ‘고귀함’을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 전재산 털어 제주도민 먹여 살린 ‘거상 김만덕’

恩光衍世(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넘친다). 추사 김정희가 거상(巨商) 김만덕을 칭송하면서 남긴 글이다.
김만덕은 조선 정조시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었다. 특히 한양에는 김만덕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대부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추사 김정희와 형조판서 이가환은 그녀에게 시를 지어 헌정했고 영의정 채제공은 ‘만덕전’이라는 전기를 지어 바쳤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김만덕은 생계를 위해 기안(妓案)에 들어간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때를 기다린 김만덕은 스무 살이 넘어 양인으로 환원된다. 이후 객주와 제주도와 육지의 물품을 교역하는 일을 하면서 뛰어난 장사수완을 발휘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1795년(정조 18년) 제주도에 기근이 들었다. 조정에서 보낸 구휼미를 실은 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고, 제주도의 백성들이 굶어죽을 아사의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식량을 구입했다. 쌀 500섬을 마련한 김만덕은 이를 모두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줬고, 제주도는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김만덕의 행동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녀가 활동했던 조선시대는 엄중한 유교규범이 여성을 옥죄고 있던 시기여서 더욱 빛난다. 불우한 가정사와 전직 기생, 독신녀라는 당시에는 용납하기 어려웠던 처지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일을 해낸 그녀에게 사대부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 ‘고귀한’ 富의 전형 ‘경주 최 부잣집’

400년간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의 내력을 전해온 경주 최 부잣집의 사례는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을 무색케 한다.
경주 최 부잣집에는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는 철칙이 전해진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며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또한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며 흉년에는 곳간의 양식을 풀었다.
만석 이상 소작료를 걷지 않았기 때문에 소작인들에게 적은 양의 소작료만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소작인들도 최 부잣집의 땅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작료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 부자가 땅 사는 것을 배 아파하기는 커녕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만석꾼으로 세간의 모범이 되었던 최 부잣집은 1950년 전(全) 재산을 영남대학교 전신인 대구대학에 기증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 최 부잣집의 가훈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휘말려 집안이 화를 당할 수 있다. 
2.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하라.
3.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돌려보내라.
4. 흉년에는 남의 논밭은 사지 말라.
-흉년에 먹을 것이 없어 남들이 싼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5. 가문의 며느리들이 시집 오면 3년 동안 비단 옷을 입히지 말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남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6.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특히 흉년에는 곳간의 양식을 풀어라.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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