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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7:44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롯데와 월마트, 뭐가 다른가
롯데와 월마트, 뭐가 다른가
  • 박찬희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자문역
  • 승인 2015.08.3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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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의 PR 인사이트]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잦아진 국내 기업 경영진들의 갈등과 추태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는 와중에 불거진 롯데그룹 오너가의 다툼은 외신을 타고 한국 재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신뢰도는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중요한 자산임을, 그리고 수십년간 쌓아올린 신뢰도라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기업이나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재난 중 하나가 불신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롯데 사태를 보며 미국의 국민 기업이자 필자가 한때 몸 담았었던 월마트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두 기업 모두 창업주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성장 신화를 써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1921~ )과 월마트의 샘 월튼 회장(1918~1992)은 식민지 시대와 대공황이라는 각자 조국의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남다른 선견지명과 열정으로 코리안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어 냈다. 

철저한 고객중심주의·투명경영

1962년 미중남부 아칸소주 소도시 로저스의 작은 소매점 체인으로 출발한 월마트는 고가 정책과 바겐세일이 반복되는 소매 유통 시장에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상시 저가제, 즉 ‘Every day low price’를 고안해 냄으로써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유통 시장을 석권했다. EDLP는 필연적으로 상시 저비용, 즉 EDLC(Every day low cost)를 수반했고, 이는 월마트를 검약 경영, 윤리 경영, 투명 경영의 선도 기업으로 부상시켰다.

중요한 것은 EDLP/EDLC의 과정에서 직원 및 공급 업체와의 자발적 협업과 자발적 소통을 가장 중시했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달리 제조업체가 유통을 지배하던 시대에 샘 월튼의 고객 중심주의가 콧대 높은 공급 업체들의 공감대와 협조를 끌어낸 것이다. 

샘 월튼의 고객중심주의는 많은 어록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월마트 직원이면 누구나 다 알고 실천하는 2가지의 고객 규칙이다. 즉, 규칙#1은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2는 고객이 틀리면 규칙#1로 넘어가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샘 월튼의 말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있음을 업무 현장에서 늘 절감했었다. 월마트를 떠난 지금도 다음과 같은 그의 어록이 씌여진 머그는 여전히 나의 애장품이다. ‘Have Fun, Show Enthusiasm, Smile and Be Happy(즐겨라, 열정을 보여라, 미소짓고, 행복하라)’

샘 윌튼 생전 후계작업 완료…전문경영인 적극 양성

월마트 역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저임금 정책은 각국 노조 단체의 공격대상이 되게 하고, 저가 중국산에 밀려 미국업체가 도산한다는 비난에 많은 소비자 단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미 단체, 노조 단체, 그리고 국수주의적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때마다 월마트는 개인존중과 고객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핵심 가치에 더욱 집중했다. 외부의 공격은 내부의 결속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임을 그때 배웠다. 자부심과 열정으로 뭉친 직원들의 자발성만이 외부의 역풍을 차단시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월마트 성공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에게 자부심과 열정을 심어주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PR 활동에 최선을 다했었다. 

사실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성장하면서도 창업자 사후 고객 중심 기업의 핵심 가치를 잃지 않은 교과서적 사례로 알려진 기업이다. 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샘 월튼 생전에 시작되었던 후계작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꼽는다. 샘 월튼은 자신과 동고동락한 창업 동료들중 월마트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을 발탁해 수년간 육성시켰다. 그 과정에 주주는 물론이고 직원과 이사회에 노출시키며 스킨십과 동질감을 다졌다.

동시에 이사회 회장은 자신의 장남인 롭 월튼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준다. 롭 월튼 회장은 1992년부터 20년이 넘게 선친의 유지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철저히 수행하다 금년에 이르러 그의 사위인 그렉 페니에게 회장직을 물려준다. 포춘지에 의하면 월튼 가족의 주식 지분은 지금도 50%가 넘는다. 가장 큰 이유는 월마트의 고유한 전통과 기업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함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대 기업’ 보단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입사직후 참석했던 2003년 월마트 추주 총회는 바로 이러한 월마트의 직원들의 자발성 충만한 기업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새벽 6시부터 운집한 아칸소주 파얏트 빌의 버드 월튼 스태디엄에는 주주와 경영진, 그리고 전세계 월마트에서 참석한 2만여명의 직원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필자는 이날, 그 유명한  Wal-Mart cheer를 외치며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전세계 200여만 월마트 직원이 지금도 외치고 있는 월마트 구호는 바로  1977년 샘 월튼 회장이 한국에서 배워간 구호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또한 회사가 성장할수록 오만의 늪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월마트는 2002년 포춘지 500대 기업 리스트에 1위로 선정되었으나 더욱 자랑스러워 했던 것은 2003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었다. 이렇듯 월마트는 최대가 되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회사가 클수록 작게 생각해야 하며, 늘 예외로 판단 받음을 명시하라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 실수 바로잡기(Correction of Errors), 회장님이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What Will Mr. Sam will say?)는 월마트 직원들의 일상 용어였다. 
샘 월튼은 타계 3개월 전에 미국 국민의 최고의 영예인 Freedom of  Medal(자유 훈장)을 받았다. 이를 위해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부부가 월마트 본사가 있는 벤톤빌을 직접 방문했으며 그는 그가 사랑하는 직원들에 쌓여 감격과 영광을 함께 누렸다. 그가 사망하자 미국의 언론은 그의 애칭인 Mr. Sam을 기리며 국민적인 애도를 표했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에 긍정의 DNA를 심어준 한 작은 거인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찬사였다.

“실패했을 때도 유머를 잃지 말라”

심리학 용어 중에 회복 탄력성 resilience라는 것이 있다.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라고 한다. 회복 탄력성 지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성이다. 오늘도 월마트 직원들은 샘 월튼 회장으로부터 이를 배운다. 

전 세계 월마트 직원의 신분증에는 ‘Our People Make the Differenc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내게 있어 삶은 멋진 것이었다’로 시작되는 그의 자서전이 주어진다. 샘 월튼은 실패에서도 유머를 잃지 말라는 명언을 남겼다. 바로 이것이 월마트를 여전히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1위 자리를 지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외 PR에 앞서 중요한 것은 내부의 진정한 변화이다. 진정성이란 남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변하겠다는 의지이다. 롯데는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인 만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거듭나길 많은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롯데가 수십년간 다져놓은 내부 역량에 있을 것이다.

좋은 기업은 창업주만의 생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열정 DNA를 자발적으로 나누어 가지며 혁신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있어야 한다. 월마트가 한국을 떠났어도, 이들이 남긴 교훈은 지금 우리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박찬희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자문역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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