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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자네가 전문가이니 자네 말이 맞겠지”
“자네가 전문가이니 자네 말이 맞겠지”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3.2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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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무총리나 청와대 수석 등 고위공직자 내정자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문제는 과거 그들의 발언이나 글 혹은 논문들에 대한 사전 검증 과정이 철저하지 못하다 보니 여론을 등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문제가 커지게 된 이유는 ‘국가 CEO’의 결단이 느려진 데 있다. 
지명을 철회하든지 혹은 본인이 스스로 사퇴하게 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도를 내놓든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시간이 흘러갈수록 정부에 대한 민심의 향배가 더욱 악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CEO들은 모름지기 민심, 여론, 소비자의 반응 등을 항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가감없이 제대로 전달함으로써 CEO가 신속하고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 이른바 홍보맨들의 책무이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1980년대 말, 필자가 모 기업그룹의 해외광고 실무자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홍보, 광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본부장으로부터 급한 호출을 받았다. 연유 인즉, “내년도 미국 신문과 잡지에 게재할 광고 시안을 CEO에게 최종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시는 것이다. 결국, 부회장님 결재를 받는 일에 상무님이 말단 대리에 불과한 필자를 대동하시는 것이다.  평소에는 전혀 없던 일이라 자못 긴장한 채 A상무님 뒤를 졸졸(?) 따라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A상무가 필자를 배석시킨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문에 따르면 금융기관 출신인 B부회장은 매사 철두철미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결재 받기가 결코 녹녹치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윽고, A상무가 미국 언론에 게재할 광고 시안에 대해 브리핑을 끝마쳤다. B부회장의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다. 
“이 시안들은 너무 비약적인 광고라 생각해요. 잘 이해도 안 되고… 과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 일순 당혹스런 A상무는 필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나보고 다시 설득하는 설명을 드리라는 무언의 지시다. 
필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실무자인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며, 미국 현지의 광고대행사와 함께 현지 시장 및 소비자 조사,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 시안 사전 평가 등 수개월 동안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과정을 간략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나서 배에 잔뜩 힘을 준 다음 마지막 발언을 했다. “이 광고의 대상은 미국의 소비자입니다. 그래서 애당초 많은 비용을 감수하며 세계적 명성이 있는 미국 광고대행사로 하여금 제작을 맡긴 것입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광고를 한국인(B부회장을 지칭)의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사료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승리

이후 필자는 B부회장으로부터 ‘이놈! 젊은 친구가 매우 건방지군. 까마득한 대리 직급인 주제에 감히 하늘 같은 부회장의 판단을 무시하다니~’라는 식의 호통이 있을까 봐 조마조마 했다. 심지어 ‘까짓거. 만일 이 일 때문에 질책을 받으면 과감히 사표를 내고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지’ 등등 오만가지 잡생각이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호통은커녕 B부회장의 껄껄 웃음을 들었다. “실무자인 자네가 전문가이니 자네 말이 맞겠지”… 결국 그 광고시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었고 이듬해 미국 전역에 배포되는 신문과 잡지에 대대적으로 실리게 되었다. 
B부회장이 필자의 당당하게 보고하는 자세나 진지한 태도를 보고 신뢰를 한 것도 있겠지만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인의 손으로 만들었으며, 미국인을 상대로 사전 평가를 시행했다”라는 보고 내용이 설득의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즉, CEO가 본인의 생각보다는 실무자와 광고수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치에 비유하자면, 지도자가 자신의 최초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민심과 여론의 향배를 지지한 것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 이지만, 세월호 참사 사태 직후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서울에서 내려간 고위 공직자들이 현장에서 여러 차례 말과 행동을 실수해 언론을 통해 엄청 비난을 받았던 광경이 여러 번 있었다. 그것을 보고 홍보전문가 입장에서 느낀 점은, ‘만일, 그때 공직자들의 수행 업무를 의전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아니라 대외홍보를 하는 이들에게 맡겼더라면 그런 일들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참사 현장에서 공직자들을 모시는 행동보다는 공직자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올바를 지를 먼저 생각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여론이나 민심을 먼저 생각한 이후, 공직자들로 하여금 그런 판단 하에서 행동하고 말하도록 보고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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