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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1:0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글로벌 기업의 롤모델,‘발렌베리 가문’
글로벌 기업의 롤모델,‘발렌베리 가문’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3.2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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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지난 5월 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30)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29)은 샌프란시스코 저소득 밀집 지역의 공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1억2000만 달러, 한화로 1224억원을 기부했다. 주커버그는 “공립교육이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기부했다”고 말했고 부인 챈은 “학생들이 평등한 여건 속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이런 움직임,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해외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초기 로마시대에서부터 공공봉사와 기부 헌납의 형태로 존재했는데, 계층 간 대립을 해소하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특히 전쟁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더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국민을 통합하고 국난을 극복해 나가는데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는 14세기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시민들을 지키려 한 ‘칼레’ 시민들로부터 발생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후에도 고위층 인사 혹은 그 자녀들이 앞장서서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현대에 이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다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였다.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보다 금전적인 기부나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는 형태로 계층 간 대립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예가 듀폰의 기술 라이센싱이다.
화학제품 전문 업체 듀폰은 지난 1970년대부터 자신들의 전략사업에 부합하지 않는 기술을 다른 기업에 라이센싱 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기술을 획득할 수 있고, 듀폰은 라이센스를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한다. 이외에도 자신들의 특허를 1990년대부터 병원, 대학 등 비영리기관에 기부하고 있다. 듀폰이 이 같은 특허기부를 하는 주된 목적은 세제 혜택이라는 측면과 공공의 관계 개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죄악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워렌 버핏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85%에 이르는 375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버핏은 311억 달러를 빌 게이츠 재단에 내놓기로 했다.
버핏은 “아내의 죽음 이후 재산을 기부해야 겠다는 확신이 섰으며 빌 게이츠에 대한 믿음 때문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일로 게이츠재단은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빌 게이츠의 열성적인 자선 활동도 조명을 받았다.
‘포브스’가 조사한 2012년 미국 기부순위에서 빌게이츠는 한 해에만 19억 달러를 기부했다. 기부한 누적금액만 280억 달러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빌게이츠는 저개발국의 의료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굴지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꺼리는 말라리아, 결핵 등 ‘제 3세계’의 질병치료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게이츠재단의 자산은 대략 6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자선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듀폰과 워렌 버핏, 빌게이츠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듀폰은 화학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으로 생산과정에서 각종 공해 유발 물질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의 경우에도 독점적 제품의 생산과 부의 쏠림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기부로 갚는다. 이들은 사회구성원들과 암묵적인 동의하에 일종의 ‘죄악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158년 전통의 국민 가문

이에 반해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막대한 부를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탄이 아닌 존경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발렌베리 가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발렌베리는 어떤 가문일까?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최초로 근대적인 상업은행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 건설, 통신, 제약, 항공, 가전 등의 분야에서 현재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이자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대기업 14개를 거느린 발렌베리 가문은 158년간 스웨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원칙을 중요시 한다. 5대에 걸쳐 이어진 발렌베리 가문의 명맥은 독특한 후계구도를 지니고 있다. ‘반드시 가족기업이라는 규칙은 이어가되 경영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규칙이 있다. 가문을 처음 일으켜 세운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후계프로그램은 발렌베리 가문의 훌륭한 거름이 됐다. 본인 스스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금융 중심지에서 성공을 맛봐야 하는 등 능력을 입증한 사람 2 명을 선정해 견제하면서 가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정된 후계자들이 지켜야할 또 다른 원칙은 발렌베리 가문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수많은 경영자를 길러낸 ‘스톨홀름경제대학’은 ‘발렌베리대학’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북유럽 최초의 경제대학교인 스톡홀름경제대학의 설립을 발렌베리 가문이 주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의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스웨덴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발렌베리 가문의 후원을 받아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제 스웨덴 경제를 이야기할 때 발렌베리 가문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에릭슨, 사브, ABB, 일렉트로룩스 등 굵직한 기업의 실소유주인 발렌베리 가문은 예상과 다르게 스웨덴의 부자명단에 그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가문의 부는 대부분 공익재단으로 넘어가 재산은 빈약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런 발렌베리 가문의 또 다른 원칙은 노동자를 경영파트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조대표를 이사회에서 선출해 중용하며, 기업의 생존 토대는 사회라는 생각으로 이익의 85%를 세금과 후원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한다.

특권 대신 책임 중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소득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스위스는 외국인에게 낮은 세금을 부과하기로 유명하다. IKEA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웨덴의 많은 기업들도 자국의 막대한 세금을 이기지 못하고 해외로 이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일은 내수시장이 큰 인근 국가에서 하고 생활만 스위스에서 하는 부유층의 이중적인 생활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스웨덴을 떠나 스위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인구 900만명의 내수시장을 견디며 창출한 부를 스웨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특권 대신 책임을 선택한 발렌베리 가문은 ‘죄악세’ 성격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그것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에는 발렌베리 가문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리딩그룹이 존재할까?
지난해 6월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을 강조한 삼성그룹은 발렌베리 가문을 롤모델로 삼듯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삼성은 발렌베리 가문이 그러하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의도치 않게 반기업 정서의 1차 표적이 되곤 한다.
삼성은 사회 전반에 걸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한 공헌활동은 물론 지난 5월에는 7년간 논란을 일으켰던 백혈병 사망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과거보단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 2위 현대기아차그룹도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교통문화를 심어주기 위한 행보를 보이는 한편,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H-온드림 오디션’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과거 화학분야에 치중돼 있던 사업구조와 기업이미지를 전자통신 분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이에 걸맞게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SK그룹 계열 MRO기업 ‘행복나래’는 지난해 말, 2년 치 순이익 50억 원을 사회에 전액 기부했다. 또, 현재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보수 300억 원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지체 없이 전액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워렌 버핏과 빌게이츠 같은 유형의 사회공헌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발렌베리 가문 같이 국민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는 기업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하루빨리 한국판 발렌베리그룹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발렌베리 가문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발렌베리 가문의 전설은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1816~1886)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퇴역 해군 출신이다. 15세 때 갑판 선원이 돼 혼자 배를 타고 미국 여행에 나설 만큼 바다에 대한 그의 애착은 유별났다. 그는 “선원으로서 얻은 경험은 집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한 곳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은 마음이 좁아지기 쉽다”는 말을 남겼다.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는 이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스웨덴 최초의 상업은행인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 Stockholm Enskilda Bank, 현재 스칸디나비스카엔실다 은행)을 세워 큰 돈을 번다. 이를 통해 스웨덴 ‘제 2의 군주’라는 칭송을 받기도 한 그는 젊은 시절 바다에서의 거친 항해 경험이 강인한 정신과 넓은 시야를 길러 준다고 믿었다. 그 이후 아들들은 물론 해군사관학교 졸업은 발렌베리 후계자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발렌베리는 어린 자녀들에게 특권보다는 의무에 대해 가르쳤다. 검소한 가풍 탓에 플레이보이는 용납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형이나 언니 옷을 물려받아 입었고, 여름에는 정원 잡초를 뽑고 갈퀴질을 해야 했다. 매주 최소한의 용돈만 주어졌고, 또 그 중 일부는 저축을 하도록 했다. 특히 가문의 2세대 경영자였던 마르쿠스 시니어 발렌베리의 검소함은 전설적이었다.
그의 딸 안드레아는 아버지의 정장이 헤지면 안과 밖을 뒤집어 재단사가 다시 꿰밀 수 있도록 뜯어내는 일을 했다. 발렌베리는 흥미를 쫓는 미디어로부터 자신들을 엄격하게 차단했다. 신문의 가십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 금기사항이었다.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라는 가문의 유명한 모토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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