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하지 말고 도전하라
회피 하지 말고 도전하라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5.03.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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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퍼스트무버 전략

삼성전자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세계 전자업계 퍼스트 무버로서의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4’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전방위 3차원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 시제품을 공개한 것이 좋은 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카메라는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완벽하게 영상으로 담을 수 있는 첨단기능을 갖췄다. 

‘갤럭시 기어VR’과 연동할 경우 프로젝트 비욘드가 보내는 360도 전방위 영상을 확인할 수도 있다. 프라나프 미스트리 삼성전자 싱크탱크 팀장은 “이 제품은 진짜 제품”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출시일과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경우 향후 군사와 산업분야는 물론 각종 연구 분야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단말기 분야에서도 퍼스트 무버의 지위를 차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버리면서 패블릿(Phone+Tablet) 시장에 뛰어든 까닭이기도 하다.

“과감한 결단, 문제해결 위한 간절함, 주인의식…”

애플은 기존에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언을 기업 가치로 고수하던 애플은 하지만 삼성전자에 시장 선두자리를 내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애플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작은 디스플레이를 고수하던 애플과 달리 5인치 이상 대화면 시장에 주력했고 그 결과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노트’ 시리즈를 앞세워 시장 변화를 선도해 나갔고, 한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의 1/3에 육박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에 자극받은 애플 경영진은 기존의 경영철학을 버리기에 이르렀다. 최근 삼성전자가 이끌어온 대화면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패블릿 시장을 키워온 퍼스트 무버가 삼성전자라는데 이견은 없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가 시장에서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낸 것에 삼성전자가 또 어떤 회심의 카드를 가지고 응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또 다른 복병으로 ‘패스트 팔로워’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퍼스트 무버’ 삼성전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신생업체도 눈부신 성장을 거두고 있지만 진정한 도전자는 중국 업체. 화웨이, ZTE, 레노버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도전자들에 이어 샤오미, 오포가 가세한 2세대 도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친 결과이지만, 중국내에서 삼성전자의 마켓 셰어를 뛰어 넘었다.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로 중무장한 이들 외국 기업들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이 지체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타이젠이 구글의 반발에 막혀버린 지금이 다시 한번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는 프로세서(AP), 메모리, 디스플레이 같은 스마트폰 부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해결하고 있다는 점. 다른 경쟁기업들보다 우위에 서서 하드웨어(Hardware) 요소의 불안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Software)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개소식을 연 ‘소프트웨어 융합혁신센터’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지난달 9일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는 두바이에서 열린 ‘거버먼트 서밋 2015’에 참가해 “혁신을 하려면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과감한 결단과 문제해결을 위한 간절함,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의 혁신 DNA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MS에 뺏긴 IBM 꼴 돼선 안 돼”

자동차시장은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중이다. 특히 미래차 시장에서 조금씩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닛산,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독일, 한국 등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일본의 아성은 대단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과도기’라 부른다. 과거 TV시장이 브라운관에서 LED로 넘어가기 전 잠시 시대를 풍미했던 PDP TV같은 단계라 보고 있다. 그들은 하이브리드차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시장이 ‘왕중왕’을 가리는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인프라와 안전성, 국제표준 등과 같은 막대한 이익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FCEV시장은 오는 2030년경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패권을 두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두를 이끌고 일본 기업과 독일 기업이 맹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FCEV시장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2월 세계 최초의 FCEV인 ‘투싼ix35 Fuel Cell’ 모델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기존 전기차가 지니고 있던 단점인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를 모두 개선했다. 3분 충전으로 415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인데 환경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도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이에 힘입어 2013년 미국 민관 합동 FCEV기관인 ‘H₂ USA’의 파트너로 선정됐다. 향후 미국의 친환경차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유럽으로는 이미 수출까지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나 다임러 등이 올해 이후에나 FCEV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경쟁업체보다 2년이나 앞서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많은 없다. 바로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의 자동차명가 도요타(Toyota)가 있기 때문. 친환경 차량의 명가, 도요타가 자사의 FCEV ‘미라이’ 양산시기를 1년 이상 앞당겨 지난해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도요타는 생산과 보급 모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연내에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를 개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현대차는 가격인하를 내세워 맞불을 당겼다. 현대차는 지난달 투싼ix35의 가격을 1억5000만원에서 40% 내린 8500만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FCEV시장에서 현대차가 퍼스트 무버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지위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현대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임직원 대상 내부회의에서 “컴퓨터 산업의 단물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뺏긴 IBM의 꼴이 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현대차가 FCEV시장을 이끌어가며 향후 미래자동차시장을 주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공했으니 됐다” 경계해야

사실상 한국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각자의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두 기업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패스트 팔로워로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측면의 혁신으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키아와 소니, 닌텐도의 사례는 이들 기업에 좋은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모두 한때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던 기업이자 업계의 퍼스트 무버였다. 그럼에도 현재 이 기업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성공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성공을 거둬온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했다. 
이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퍼스트 무버로 성공한 기업의 가장 큰 위험은 기존 상품과 전략에 안주하려는 ‘승자의 저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코드 등을 설명하며, 과거의 기업문화로는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지속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략은 흐르는 물처럼 시대와 사회 변화에 맞게 유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몽고메리 교수의 인사이트와 같은 맥락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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