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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협상은 약점으로 승부하는 것!
협상은 약점으로 승부하는 것!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2.1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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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의 GNS] 驕兵之計(교병지계), 將計就計(장계취계), 草船借箭(초선차전)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속 가장 스펙타클한 전쟁 장면은 아마도 적벽대전일 것이다. 동오의 손권과 결탁한 유비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격퇴함으로써 삼국지란 책 이름처럼 삼국이 정립하게 된다. 실제 역사가 어떻든 적벽대전은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전략과 전술로 가장 소설적 판타지가 절정을 이루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적벽대전 : 최후의 결전’이란 영화 속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협상전략을 살펴 보고자 한다. 자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적벽에서의 최후의 결전을 앞둔 조조의 80만 대군 진영. 급속도로 번져가는 열병에 숱한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간다. 조조의 가슴 속 역시 새까맣게 타 들어 간다. 전설적인 의술로 이름 높은 화타마저 조조에게 철군을 종용하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신들을 화장하려고 한다.  

화타: 시신들을 태울 준비를 하겠습니다.
조조: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잠깐.

조조의 지시에 따라 전염병에 걸려 죽은 송장들을 배에 실어 동오로 떠내려 보내고, 결국 가뜩이나 병력의 열세로 전전긍긍하던 동오의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 진영에도 열병이 창궐한다. 결국 2만 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병력을 보전키 위해 유비는 자신이 먼저 손을 내민 손권과의 동맹을 파하고 동오를 황급히 떠나간다.          

적벽대전이란 결전을 앞두고 병영에 창궐한 전염병에 휘둘려 절치부심해 온 강남 정벌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을 도리어 손권과 유비의 동맹을 와해시키는 문자 그대로 借屍還魂(차시환혼)전략으로 탈바꿈시킨 자신의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에 자못 뿌듯해 하는 조조. 적벽대전 이전까지 18전 전승의 혁혁한 전공이 허명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이 것은 제갈량과 주유의 조조에 대한 激奬之計(격장지계)로서 동맹와해를 거짓 연출하여 조조의 경계를 허물고 본 전투에서 유비군의 급습효과를 위한 將計就計(장계취계)임을 조조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조조의 협상 전략-약점을 노출시켜 상대를 위기에 빠트려라-轉禍爲福

누구나 협상에서 자신의 약점은 감추려 한다. 가뜩이나 버거운 상대에게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 알려지면 그야말로 대책이 안 서기 때문이다. 흔히들 협상의 SWOT분석을 한다. 그래서 나의 장점은 드러내어 이용하고, 약점은 어떻게든 은폐하거나 아니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일반적인 협상전략 수립 논리이다. 

그러나, 나의 약점이 언제나 나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간혹 나의 약점이 상대에게도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어려운 상황이 상대에게도 해가 되거나 최소한 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어지간한 장점 보다 단점이 오히려 협상전략상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약점을 적절히 노출하거나 넌지시 상대에게 알려줌으로써 轉禍爲福(전화위복)의 상황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필자가 국내 모 영화사의 의뢰를 받아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던 미국의 어느 메이저 영화사와의 클레임 배상협상 건이 떠오른다. 상대는 자신의 막강한 세계 굴지의 메이저 업체로서의 파워와 자금력 그리고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자신들의 귀책사유는 전혀 인정치 않은 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우리 측 책임으로 밀어 붙이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요구한 피해보상액수를 건드리기라도 했다간 곧장 미국 법정으로 끌고 가서 요절을 내 버리겠다는 식의 강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단단히 잘 못 걸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몇 달간의 노력 끝에 당초 요구보상액의 1/4선이란 놀라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때 필자가 채택한 여러 협상전략중 하나가 바로 ‘나의 약점을 선별적으로 적절히 노출하여 상대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상대의 당초 요구를 축소하거나 철회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첫째, 재정상황상 거액 외환지불 불가, 둘째, 관련 법률제도상 외환 지불승인 불가 해석 등을 집요하게 제시했던 기억이 난다. 한마디로 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긍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당신의 턱없이 모자라는 예산이란 약점은 가격인하 압박전략으로, 부족한 생산설비로 인해 이미 꽉 찬 생산일정은 긴급 제작에 따른 불가피한 공급 단가 상승의 이유로, 당신의 촉박한 납기시기는 오히려 상대에 대한 즉각적인 계약체결 압박전술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 않은가? 협상은 억지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상대가 우리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설 만큼 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협력적인 공감대를 형성 할 때 가장 성공적인 협상 결과로 이끌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는 경험이었다. 물론 그렇게 상대를 절묘하게 유도하는 세세한 협상전략의 수립과 집행은 필자와 같은 협상전문가와 의뢰 고객과의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밀접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염병을 이용한 손권과 유비의 동맹 와해로 증명된 뛰어난 군사지략, 전대미문의 막강한 수륙 80만 대군, 그리고 황제를 능멸할 정도의 막강한 세도를 떨치며 기고만장한 한 승상, 조조.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동오의 대도독 주유의 죽마고우인 장간으로 하여금 주유를 찾아가 항복을 제안토록 지시한다. 주유는 죽마고우인 장간을 환대하며 밤늦도록 질펀하게 술잔을 기울인다. 대취한 주유가 칼춤을 추기 위해 칼을 빼자 칼 집 속에 있던 밀서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지고… 얼른 다시 주워 드는 주유. 장간이 놓칠 리 없다. 그 때 다급하게 주유를 찾는 주유의 무관.

무관: 도독 급보입니다. 
주유: (호통치듯) 손님 계신 게 안 보이나 

그리고선 장간을 피해 복도 한 켠으로 자리를 옮겨 숨죽여 밀담을 나는 두 사람. 장간 살금살금 다가가 기둥 뒤에 숨어 쫑긋 귀를 기울인다.
 
무관: 채모와 장윤 장군 말로는 지금 조조의 목을 칠 수 없답니다.
주유: (소매자락에서 밀서를 꺼내 보이며) 얕보지 말게. 그들의 전갈이야
무관: (밀서를 다 읽고 나서) 잘 됐군요.

그 날 밤 대취하여 잠든 주유의 소맷자락에서 밀서를 살며시 꺼내 읽는 장간. 내용인즉, 손권의 휘하에 있다 얼마 전 조조에게 투항해와 수군을 총책임지고 채모와 장윤이 며칠 내로 조조의 수급을 배어 주유에게 바치겠다는 게 아닌가?  밤을 급히 달려 조조에게 비밀전문과 함께 자신이 엿들은 얘길 들려준다. 격노한 조조, 가차 없이 두 장수의 목을 치게 하는 데.  다 잡았던 적벽대전의 승리는 조조에게서 이 순간 날아간 것을 조조는 짐작이나 했을까?    

주유의 협상전략-강한 상대는 역정보로 호도하라-連環計

장간을 이용 채모와 장윤을 제거한 離間計(이간계) 그리고 군선들이 쇠줄로 줄줄이 엮인 상태에서 화공을 가해 조조의 대함대를 순식간에 섬멸시킨 주유의 복합 전략을 흔히들 連環計(연환계) 라고 부른다.  
그 연환계의 첫 번째 전술인 이간계의 세부전술이 바로 ①의도적 실수(Deliberate mistake)와 ②역정보(Planted information) 전술이다. 즉, 상대를 교란시키기 위한 거짓 정보(Bogus information)를 마치 대단히 중요한 비밀 정보인양 관심을 유도한 다음에 나의 사소한 실언이나 관리소홀로 상대가 해당 정보나 자료를 절취하도록(Surreptitiously steal) 유도, 실제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적 기만술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전술은 상호 궁합이 잘 맞아 복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911사건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첫 번째 타깃으로 떠 오른 이라크 후세인은 미군은 결국 막강한 공군력과 지상군을 앞세워 남쪽으로부터 조만간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할 것을 예상하고 대부분의 정예병력과 장비를 남쪽 방어선으로 집결시키고 철통 같은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각종 서방언론 보도를 통해 입수된 미군 동향정보에 따르면, 예상했던 남쪽 지상 루트의 정반대인 북쪽에 위치한 터키에 대규모 병참기지와 공군기지를 건설 등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임박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군의 공세는 적어도 두세 달 안에는 없을 것으로 판단, 전선을 재배치 하는 한편 비상경계태세를 해제한다. 그러나 불과 1주일도 안 돼 미군은 당초의 예상대로 남쪽으로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 전광석화와도 같이 이라크를 점령해 버렸을 뿐 아니라, 은신처에 숨어 있던 후세인 마저 체포하는 등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린다. 이 역시 미국의 의도된 역정보 교란 전술이었던 것이다.
요즘 세계적 금융경제 붕괴 여파에 이어 다시 붐이 일고 있는 대규모 국제 M&A 협상에선, 이처럼 주요 언론과 기관, 심지어 관계 정부까지 가세한 역정보 교란 전술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미국 등 선진국의 체계적이고 국수적인 공조 체제 앞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너무 무방비 상태로 헐값 거래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IMF 사태 때 국내 주요기업의 Big Deal 상황에서 자행된 미국 등 일부 금융선진국들의 이 같은 파렴치한 비윤리적 M&A 작태가 끼친 영향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경제에 다 아물지 않은 체 깊은 상흔을 남기도 있음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안전망 구축과 실전 역량을 제대로 갖춘 국제협상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적벽대전에서 보여준 제갈량과 주유의 다양한 협상전략을 정리한다면 
첫째, 득의양양한 조조의 자만심을 이용한 驕兵之計(교병지계),
둘째, 전략전술이 능란한 조조의 술책을 역이용하는 將計就計(장계취계),
그리고, 내게 없으면 외부의 도움을 이끌어 내어 보완하는 草船借箭(초선차전)으로 크게 나누어 보아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랏일이든 사업이든 큰 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와 심지어 적과도 경우에 따라선 협력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상대로 하여금 적어도 당장은 전격 협력하는 것처럼 믿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춘다는 게 그리 말처럼 수월한게 아닌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로선 경제력, 국방력, 외교력이 부족하며, 기업으로선 자본과 기술 그리고 브랜드가 아직까진 불비한 현실을 감안할 때 필요하면 자연의 바람까지도 빌려다 쓰는 제갈량의 草船借箭(초선차전) 협상전략이 필자의 가슴에 더 깊이 와 닿는다.

▲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이코노미조선 전문위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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