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어디로...구조조정·매각 ‘난항’
현대증권 어디로...구조조정·매각 ‘난항’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2.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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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대증권(사장 윤경은)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목표에 훨씬 미달한데다 구조조정을 놓고 사내 반발도 거세다. 현대증권 매각을 앞두고 기업의 가치를 높여 제값을 받겠다는 전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상오

현대증권은 8월 6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지만 약 200명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자 수는 정규직 2378명 중의 10% 정도다. 이는 현대증권이 당초 목표로 설정한 600명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현대증권은 외부 컨설팅회사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은 결과, 매년 1113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해야 하며 최소 500명 이상 규모의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대그룹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은 희망퇴직 신청을 앞두고 “생존을 위해 현 사원 급여의 34%를 줄여야 하며 급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628명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의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희망퇴직 위로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증권은 희망퇴직금으로 25년 이상 근속자에게 12개월 치 급여를 제공하고, 15년 미만 근속자에게 10개월 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10개월에서 최대 35개월 치 월급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최근 구조조정을 실시한 HMC투자증권과 비교할 때도 3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HMC의 경우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쳐 부장급 이상인 경우 2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증권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안은 역대 최악”이라며 “구조조정안을 백지화하고 다시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희망퇴직도 노사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이미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목표에 미달할 경우 경영상 해고를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강제로 인력감축을 할 경우 법적 투쟁과 함께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 적고 내부 반발도 거세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의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은 최근 실적이 악화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적자 245억7600만원을 냈다. 올 들어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7억4800만원으로 흑자로 전환됐지만 2012년부터 계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뒤 몸값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지난해 자구안으로 현대증권 매각을 약속했고 당초 8월 말 매각입찰이 진행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매각 가치를 높여 더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하고 매각입찰은 구조조정이 끝나는 오는 10월 말로 미뤘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구조조정 효과를 매각가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매각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자 그 인수전에 오릭스 등이 참여해 실사를 벌이고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이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은 이미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증권 인수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또 현대증권이 방만한 경영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이는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많은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4%로 증권업계 평균(0~1%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노사 간 입장이 엇갈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대증권 노조는 희망퇴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희망퇴직 위로금 액수가 적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희망퇴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인력감축을 실시할 방침도 세워놓았다. 윤 사장은 “희망퇴직만으로 경영혁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의 경영상 해고를 실시하겠다”면서 “해고 대상자는 인사고과, 근속년수, 근태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성패, 현대증권 매각에 달려

 
현대그룹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3조3400억원 자구안이 어느 정도 이행됐을까?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4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았다. 금융권과 현대그룹은 그 자구안 이행률이 성실히 이행되는 수준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현대로지스틱스를 6천억원에 매각한 것을 포함해 현대상선 LNG전용선 사업부문 매각(9613억원),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 자산매각(3503억원), 외자유치(1140억원), 부산신항만터미널 투자자 변경(5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803억원),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2천억원) 등을 통해 자구안의 74%(2조4559억원) 정도를 이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오릭스와 신설 SPC 설립에 공동투자한 자금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재매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자구안 이행률을 66%(2조2079억원) 가량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의 성패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현대증권,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3사 매각을 확정하면서 2천억원의 자금을 우선 수혈 받았다. 현대그룹은 금융 3사 매각가격을 모두 7천억~1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그룹 뜻대로 매각이 완료될 경우 최소 5천억원의 추가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증권 패키지 매각은 지난 5월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 3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매각일정을 8월말에서 10월 말로 연기신청한 상태다.
현대그룹은 7월 17일 현대로지스틱스를 6천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서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 성실히 이행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남은 숙제가 현대증권의 매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의 내막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도 유지하고 자금의 유동성도 마련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이행률은 순조

현대그룹은 지난달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와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이 SPC에 현대로지스틱스를 6천억원 상당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계약서를 체결했다. 매각대상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8%로 현대상선(47.67%), 현대글로벌(24.36%), 현대증권(3.34%) 등 현대그룹 계열사와 현정은(13.43%)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포함됐다.
인수 주체가 되는 신설 SPC는 오릭스가 자본금의 70% 상당인 24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상선이 나머지 30% 상당인 1천억원을 공동출자하면서 설립됐다. 신설 SPC가 향후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해 차익을 남길 경우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그 차익을 나누게 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순환출자 고리의 한 축이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정은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향후 일어날 지배력 약화를 우려해 이 지분을 다시 사들여야 한다. 이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1500억원 정도다.
때문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대금은 6천억원이지만 현대그룹에 실제로 들어오는 자금은 그에 못 미치게 된다. 신설 SPC 출자금 1천억원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재매입 비용 1500억원 등을 고려하면 3500억원 정도가 들어오게 된다. 만일 신설 SPC가 현대로지스틱스를 다시 매각할 때 6천억원 이상을 받지 못할 경우 그 금액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에 앞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가격으로 제시했던 금액은 3500억원 상당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현대그룹이 부채비용 등을 포함해 1조원을 요구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현대그룹이 신설 SPC에 6천억원으로 낮춰 팔았고 자본금 1천억원도 출자하면서 확보하게 된 자금은 3500억원으로 비슷하지만 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과정에서 SPC 설립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도 유지하는 비법인 셈이다.
앞으로 현대증권 매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반얀트리호텔의 매각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한영회계법인이 반얀트리호텔 매각을 주관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의향서를 받지 못한 상태이고 현재 시장에 대형 호텔 매물이 넘쳐나 매각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이 금융 3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할 경우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반얀트리호텔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전…현대車의 진심은?
 ‘현대’ 상징성 변수…현대건설 등 두 차례 번복 사례도
 
 

 현대증권 매각 일정이 10월 말로 연기되면서 범 현대가가 막판에 인수전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凡)현대가는 공식적으로 현대증권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이 차지하는 상징성 때문에 뒤늦게라도 나서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을 함께 묶어 패키지로 진행된다. 현대증권에 대한 예비입찰을 지난 5월 마감한 결과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와 자베즈파트너즈, 일본계 금융기업 오릭스코퍼레이션 등이다.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오릭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에도 현대그룹과 신설 SPC를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매각연기를 받아들이면서 여전히 범 현대가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에도 범 현대가의 참여를 놓고 가능성이 닫지 않는 것은 현대증권이 고 정주영 회장이 일군 사업으로 ‘현대’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금융계는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는데 현대증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여력이 충분한데다가 현대차그룹에 HMC증권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회사들이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인수전에서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막판에 참여한 경우가 두 번이나 있던 것도 작용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 때도 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 참여해 인수에 성공했다. 2011년 현대라이프로 이름이 바뀐 녹십자생명 인수 때도 현대차그룹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하다 2개월 뒤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 등을 통해 녹십자생명 지분 93.6%를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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