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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영양실조 vs 악액질
영양실조 vs 악액질
  • 강민주
  • 승인 2013.08.0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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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피골이 상접하다’는 말이 있다. 즉 너무 말라 뼈만 보인다는 의미인데 이를 영어로는 ‘bone&skin’이라고 한다. 암에 걸리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를 암성 악액질(cancer cachexia)이라고 한다. 이름도 참 어렵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악액질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악액질을 자세히 파헤쳐 보기로 한다.

‘악액질’은 사실 암에서만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영양실조상태를 악액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양실조(malnutrition)와 악액질(cachexia)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영양실조는 자의든 타의든 음식섭취를 못해 체중도 감소하고 영양소도 감소하는 상태이지만 악액질은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나 식욕 감퇴, 영양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암성 악액질은 암의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지속적인 체중 감소와 식욕 부진, 지방 조직 및 근육의 쇠퇴, 영양학적 대사 불균형 등을 초래하는 증후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악액질은 사실 암 환자들에게 흔히 보는 현상으로, 진행된 암 환자의 50~80%에서 경험하게 되며 특히 위암이나 식도암 등 소화기암 환자에게서 두드러진다.
암 환자의 체중 감소는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기대 여명의 단축을 초래하고 전체 암환자의 10~20%에서 체중 감소로 인한 악액질로 사망하기도 한다. 또한 악액질이 나타난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 대해 낮은 반응을 보이고 좀 더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다는 보고들도 적지 않다.

12개월간 5kg 이상 체중 줄면 암 의심

암 환자에게 보이는 증상을 알아보자. 암 환자에서 식욕 부진은 전체 암 환자의 50%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이는 식이를 조절하는 뇌의 중추성 신호전달체계와 말초성 신호전달체계의 불일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뇌하수체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펩타이드인 neuropeptide Y(NPY)와 식이억제를 하는 POMC/CART가 서로 길항작용을 하며 말초에서는 그렐린(ghrelin)이 식이 촉진 작용을, 렙틴(leptin)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서로 상호작용해 인간의 식이를 조절한다. 이러한 식이조절 메커니즘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싸이토카인이다. 암세포들이 이런 싸이토카인들을 분비해 식욕 부진상태를 만든다.
싸이토카인은 미각의 감각을 변화시켜 음식 맛을 정상과 다르게 느끼게 만들거나 특정음식에만 미각이 작동하도록 만들며 위나 장의 운동이나 기능을 변화시켜 울렁거림이나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암 환자들에게는 다양한 대사변화가 관찰된다. 우선 대부분의 암에서 휴식기 열량 소비량(REE: Resting Energy Expenditure)이 증가한다. 즉 가만히 쉬고 있어도 열량이 소비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방의 대사도 달라지는데 지방의 생성이 감소하고 지방의 분해가 증가하며 고지혈증, 혈중 지방산 농도 증가 등의 변화가 발생해 결국은 다량의 지방조직 손실로 이어진다.
간에서는 탄수화물의 대사가 증가해 포도당을 이용할 때 필요한 열량의 증가로 악액질 과정을 계속 악화시킨다. 악성 악액질의 경우 아미노산 보존율이 떨어져 특히 지방을 제외한 체성분의 감소가 심해지고 결국은 단백질 합성의 감소와 골격근 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전체적인 문제를 가진 암성 악액질은 어떻게 진단할까? 어찌 보면 악액질은 상당히 주관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진단 기준을 누가 정해도 논란이 많다.
그래도 비교적 객관적인 진단 기준은 2008년 Evans가 제시한 기준이 있는데 그가 제시한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암이라는 기저 질환이 있으면서 최근 12개월 동안 5kg 이상 체중 감소가 있고, 다음 중 3개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1. 근육 강도 감소, 피로, 식욕 부진. 2. 염증성 표지자인 CRP가 5.0 이상이거나 인터루킨-6가 4.0 이상, 헤모글로빈 12.0 미만, 그리고 알부민이 3.2 미만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피로나 식욕부진 같은 증상들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이를 객관화하는 도구 개발이 필요하고 단순히 체중감소인지 아니면 지방 감소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암환자의 어려움을 줄이는 지름길

암성 악액질 치료는 쉬운가? 악액질 치료는 매우 어렵다. 아니 쉽지 않다. 기전이야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아직 이에 대한 시급성이나 관심이 그동안 무시돼 온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환자가 가진 암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방법이 시도됐다. 우선 비약물적 요법으로는 저지방식을 권장한다. 지방식은 대체로 위의 음식 배출시간을 지연시켜 조기에 포만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식욕부진이나 체중감소가 촉진된다. 따라서 고열량의 저지방식을 소량 자주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 약물 요법이 있는데 그 동안 여러 약물이 임상 연구에서 시도됐지만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은 몇 가지가 안 된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이 메게이스(Megace, Megesterol acetate)라는 약물이다. 이 제제는 호르몬치료제로 프로게스페론 제제인데 이약을 투여 받은 환자들에게서 식욕 증가와 체중 증가의 부작용이 발견돼 이를 악액질 치료에 시도했더니 식욕도 개선되고 체중(특히 지방조직 증가)이 증가했다는 명백한 결과가 대단위 임상연구에서 확인됐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표준치료처럼 쓰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스테로이드도 단기요법으로(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비교적 효율적이다. 다만 스테로이드가 식욕 증가는 보이지만 암성 악액질에서 체중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는 보고는 없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제제가 멜라토닌인데 멜라토닌은 원래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일반인들이 항공여행으로 발생하는 시차 적응문제 때문에 심심치 않게 복용하는 제제로 암 환자에서 싸이토카인의 농도를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어 일부 연구에서 암성 악액질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멜라토닌 투여군이 체중 감소가 적었다는 보고들이 있어 앞으로 기대되는 약물이지만 한국에서는 유통되지 않고 있다.
이런 주 치료들 말고도 간호사나 영양사들의 간접지지요법이나 가족과 사회의 지지요법 등 다양한 노력들이 실제 암 환자들의 악액질을 개선시켰다는 보고들이 있다. 암성 악액질, 아니 피골 상접은 참 쉽지 않은 문제이고 대개는 암의 말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암 환자가 암으로 죽는 게 아니고 영양결핍으로 죽는다고 한 어느 의사도 있지만, 그만큼 영양결핍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황폐화시키는 주된 증후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여러 방법을 시도해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한다면 환자나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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