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만 보고 오르면 지쳐, 한발씩 천천히 걷다 보면…
정상만 보고 오르면 지쳐, 한발씩 천천히 걷다 보면…
  • 강민주
  • 승인 2013.07.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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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행원에서 회장에까지 오른 입지적 뱅커다. 1977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과 부행장, 수석 부행장, 은행장 등 요직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승승장구했다. 37년간 뱅커 한 우물만 파온 그의 리더십 행적을 좇아가 봤다.

1950년 생/ 대구고/ 성균관대 법학과/ 상업은행 홍보실장/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경영지원본부장·개인고객본부장/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이순우 회장은 관료출신 인사가 잇따르는 금융권 내 유일한 자수성가형 CEO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그는 말단 행원에서 국내 금융지주 ‘4대 천왕’에 오른 첫 번째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KB금융, 농협금융 등에 관료 출신 인사가 잇따라 회장에 내정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굵고 짧은 행보는 많은 금융계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은행원이 된 그의 금융생활은 한마디로 ‘정도(正道)’였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이 회장은 “한번도 은행원 또는 회장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산에 오를 때 꼭대기를 보고 가는 것보다 한 발짝 한 발짝 앞을 보고 정상을 가는 게 낫다는 신조를 피력했다. 정상만 바라보고 가면 지쳐서 오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금융계 정상에 올랐다. 차근차근 걸어왔기에 지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재 우리은행의 최대 과제인 민영화에 대해서도 1년 반 임기 중 끝낼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비쳤다.

 ‘계열사 책임경영체제’ 민영화 1년 반 안에 마무리 할 것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와 산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룹의 가치를 높여 우리금융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

이순우 회장은 먼저 지난달 있었던 취임식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자신감을 펼쳐 보였다. 이 회장의 민영화 원칙에 대한 로드맵은 ▲빠른 시일 내 매각 ▲투입된 공적자금 최대한 회수 ▲금융산업 기여이다. 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계열사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며 선진화된 그룹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에 계열사 인사를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조직은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특히 취임사에서 “지주사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최소화 해 계열사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지주사와 본부 조직은 축소해 소수정예의 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송웅순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금융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았으며, 소탈한 성품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내부조직 장악력을 갖췄다”며 “가장 큰 현안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평했다.

 친화력 기반, 쓴소리도 마다 않아 ‘노조와 말 통했던 유일한 은행장’

 “직원들이 민영화 내용을 잘 모르고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고객과 직원들이 슬퍼하지 않는 민영화가 돼야 한다. 임직원들은 민영화와 관련한 외부의 뜬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해 달라.”

이 회장은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평소에도 소통을 강조해온 그는 은행장 시절 쓰던 차와 집무실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 회장이 됐어도 직원들과의 거리를 똑같이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그가 금융계를 비롯한 정?재계 마당발로 불릴 만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회장은 처음 만난 사람도 마치 수십년을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며 자신의 몸을 바짝 낮춘다. 그는 소탈하고 격의 없는 농담도 자주 즐겨 주변에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 회식자리마다 참석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것은 물론 늘 웃는 얼굴로 직원들의 등을 토닥이는 그의 모습은 이미 이 회장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을 정도다.
그는 우리은행 명사클럽을 만들어 VIP 고객 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냈는가 하면 부하 직원 모친상까지 챙길 정도로 사람 관리를 잘해 대내외 신망도 두텁다. 노조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이 회장에 대해 “행장 시절 노조와 대화가 통하는 거의 유일한 행장”고 입을 모은다. 정부 또한 이 회장이 36년간 우리은행에 근무하며 누구보다 내부사정에 밝기 때문에 민영화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우리금융 조직을 포용하는 데 적격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만사를 좋게만 넘기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상황에 따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은행원 시절에는 충언을 망설이지 않아 간부들로부터 질책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 덕분에 신임을 받아 행장 비서실로 발령을 받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서류를 낸 직후에도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이덕훈 키스톤PE 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혹시나 붉어질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발 빠른 소통으로 바로 잡을 만큼 신의가 있다는 평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  우직하게? 성실하게? 꾸준하게

 “현명한 사람이 바보스럽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 리더가 되고 싶으면 하인이 돼라.”

이 회장은 은행장 시절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한 강연에서 “많이 웃고 욕도 잘 하고 약간 모자란 놈처럼 보인 것”이 오랜 직장 생활의 비결이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처음 은행에 입행했을 때 선배가 당부해준 “침묵은 금이 아니다”란 조언을 줄곧 지켜온 것이다.
짧게 보면 요령을 부리는 이들이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길게 본다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바보스럽게 성실한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덕분에 그는 웃는 얼굴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아 활발한 영업성과를 거둬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영업을 모르면 경영을 할 수 없다며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행원 시절부터 이 회장을 봐온 측근들은 그의 사교성과 배려심을 높이 산다. 고객을 만날 때나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 항상 90도로 인사하고, 권위의식 없이 몸을 낮춰 다가가는 사려 깊은 태도가 몸에 베어 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연륜도 그의 겸손 리더십에 한몫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학교 입시에서 떨어지고 대학 입시에도 낙방해 2차로 대학(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하는 등 일찍이 실패를 경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마부작침(磨斧作針 : 이태백이 입산해 공부하던 중 공부를 포기하고 내려오다가 도끼를 돌로 갈아서 바늘을 만들려는 사람을 보고 다시 산속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새기며 끊임없이 정진했다고 자부한다.
“바람이 불어왔을 때 척박한 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깊게 뿌리를 내려서 많이 안 뽑혔지만 터가 좋은 수목원의 나무들은 쉽게 뽑히게 된다”고 말한 이 회장은 이같은 경험이 자신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리더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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