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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맑은 눈동자’의 그 시민단체가…
‘맑은 눈동자’의 그 시민단체가…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3.06.0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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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감시활동 한다더니 유착?
1998년 외화위기 당시 전국에서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지난달 계절의 여왕 5월, 때를 맞춘 듯 3년여 만에 코로나 통제가 완전히 해제되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일제히 거리에 쏟아져 나와 극장가, 쇼핑몰, 놀이공원, 공항 터미널, 기차역 등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와중에 한 겨울을 맞은 듯 얼어붙은 곳이 있다. 바로 여의도 정치 마당이다. 여야간의 대립은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어느 진영이 더 유리한지, 아니 더 불리한지 그야말로 난형난제 ‘도토리 키 재기’ 식이다.

이 시점에 여당에는 호재이고 야당에게는 절대 불리한 악재 하나가 터졌다. 평소 청빈하다고 주장해온 한 젊은 국회의원의 엄청난 재산 증식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 행위는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어느 종교 사제의 “욕망 없는 사람만이 이 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말처럼 혹여 불법이 아닐지는 모른다. 그러나 공적 인물의 도의상, 국민 정서상 이른바 국회의원의 뱃지를 단 사람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기, 뇌물 수수 등 소위 돈 관련 추문은 주로 보수 여당의 단골 이슈였다. 그러나 요즘엔 진보 야당 측의 자살골 연속이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진보의 맨 얼굴, 민 낯이 드러났다고 까지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해 왔다고 인식되는 한 시민단체까지 권력과 유착해 왔다고 도마 위에 올려졌다. 진보 언론에 이어 진보 시민단체도 예외는 아닌 가 보여 씁쓸한 기분이다. 다음은 정치, 경제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견제하고 고발하는 권력 감시활동 등을 한다고 기치를 내건 그 시민단체가 설립된 지 4년여 쯤 된 때에 필자가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 한 편이다.

IMF ‘금 모으기 운동’과 시민단체의 제보 
 
일반적으로 홍보실 업무가 주로 방송, 신문, 잡지 등 언론사를 상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업의 대외홍보를 하다 보면 간혹 정부기관이나 각종 사회단체도 중요한 대상이 되곤 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 초부터 시작된 ‘금 모으기 운동’에 349만명이 참가, 225톤(21억7000만달러 상당)에 이르는 금이 수집됐다.” 1998년 3월15일자 어느 조간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바야흐로 때는 1997년 세밑. 우리나라는 달러화 보유 부족과 이에 따른 외채 상환 스케줄의 불일치로 야기된 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라 불리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 보관 중인 소위 ‘장롱 속 금반지’를 수출해 외화를 획득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 언론사로부터 제기됐다.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A방송사는 얼마 전 한 시민으로부터 금반지 수출 아이디어를 제보 받고, 실제 가능성 여부를 한 종합상사에 타진한다. 처음 접촉한 B종합상사로부터 “취지는 좋으나 실제적으로는 매우 힘들지 않겠느냐”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받는다. 두 번째로 전화를 한 곳이 바로 필자가 근무하던 ㈜대우. 홍보팀장인 필자의 주선으로 기자와 금수출팀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그로부터 “금은 현금과 마찬가지이므로 물량만 충분하면 100% 수출이 가능하다”는 응답을 받는다. 원하던 답변을 들은 기자는 곧바로 여의도에서 서울역으로 달려와 정식 인터뷰 화면을 확보했고, 그날(크리스마스 이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저녁 9시 메인 뉴스에 방송됐다.

방송의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뉴스를 시청한 국민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이어졌고, 불과 열흘 만에 ‘나라사랑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됐다. 5개의 민간 조직이 주체가 됐다. 대국민 캠페인 홍보는 A방송사가, 금 접수 및 대금 지급은 B은행이, 감정은 귀금속협회, 제련은 국내 대표적 제련회사가 맡았다. 그리고 해외 금 시장에 1센트라도 비싸게 팔아야 할 수출 업무는 금반지 수출 가능성을 확인해 준 종합상사 ㈜대우가 맡게 됐다.

1998년 1월 초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의 결과는 앞서 인용된 뉴스 기사와 같다. 금 모으기 운동의 각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국난 극복의 사명감으로 그야말로 거의 매일 야근까지 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실제로 금 접수, 감정, 제련, 이송 및 수출 과정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제외한 시간외 수당은 물론 일체의 수익이나 수수료를 취득하지 않고 오직 자긍심과 애국심을 갖고 각자의 소임을 다했다.

㈜대우 홍보팀도 금 수출 현황 등을 수시로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내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1차분 금 수출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할 때의 짜릿한 성취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덧 금 모으기 운동도 마무리되고 해서 뿌듯하면서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지내던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오전 10시경 홍보팀으로 한 통의 외부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민단체의 전화라며 긴장된 모습으로 전하는 직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대우가 금 수출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남겼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금까지 1원의 수수료도 챙기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정말인가? 관련 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 자체를 시기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루머가 돌고 있다고 일부 언론에서 문의를 해왔고, 그 때마다 일체의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한 덕분인지 일부 사이비 언론을 제외하고 중앙 언론에서는 관련 의혹이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사가 아닌 시민단체로부터의 문의는 상황이 다르다. 만에 하나 사전 확인 과정 없이 “의혹이 있다는 일부 루머가 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코멘트 한 마디가 발표되고 보도될 경우, 나중에 밝혀질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이 엄청나게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절대로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즉시 금수출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상황을 설명한 후 업무를 일체 중단하고 당장 관련 서류 일체를 챙겨  시민단체로 함께 가자고 했다. 우리 둘은 대우센터가 있는 서울역 앞에서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오전 11시 쯤 안국동 근처에 있는 그 유명한 시민단체를 방문했다. 그리고 전화 문의를 해온 담당자와 그의 상사인 책임자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필자와 금수출팀장은 금 수집과 수출, 그리고 접수자, 즉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국민들에게 원화로 지급되는 과정을 관련 서류를 일일이 보여주며 하나도 빠짐없이 투명하게 설명해 줬다. 그러면서 ㈜대우가 수출과정에서 국민을 속이고 수익을 취했다는 악성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재삼재사 강조했다.

한 시간 남짓 진지한 모습으로 설명을 듣고 난 책임자의 답변은 명쾌했다. “루머는 다행히 사실이 아니군요. 우리 단체는 향후 이 사안을 전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설명을 명확히, 그리고 신속히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오며 시계를 보았다. 12시가 훌쩍 넘었다. 돌아서서 그들에게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권했으나 그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근처에서 우리끼리 설렁탕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했지만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니면 눈동자가 맑아 보인 시민단체 직원들 덕분인지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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