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화두로 꺼낸 ‘이우위직 이환위리’에 담긴 뜻은?

SK CEO들에 기업 가치 극대화하는 ‘경영시스템 2.0’ 구축 주문 CFO 역할 강조…커지는 불확실성에 안정적 재무관리 중요

2022-10-24     장진혁 기자
최태원

[인사이트코리아=장진혁 기자]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을 새로운 경영화두로 던졌다. 이 고사성어는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팬데믹 충격과 지정학적 현안, 인플레이션 등 복합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136조원으로, 지난해 말 211조원에서 35%(75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5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주력 회사인 SK하이닉스의 위기감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 CEO들에게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시스템을 재구축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경영시스템 2.0’이다. 앞서 최 회장이 지난 6월 확대 경영회의에서 경제·사회적 가치와 유·무형 자산, 고객 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SK CEO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SK CEO들은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향후 경영전략 방향에 인식을 같이 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각 사가 추진해온 경영시스템 혁신 작업을 가속화해 기업 가치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데이터 다루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임무 막중

최 회장은 이번 SK CEO 세미나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각 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들어 국내 500대 기업에서는 재무·회계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 수가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업황이 저성장 국면에 본격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신사업 등 성장에 초점을 맞춘 분야보다는 안정적 재무관리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SK그룹에서 재무를 총괄하는 CFO는 최고경영자(CEO)의 분신(分身)으로 통한다. 최 회장의 부재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던 2013년 초부터 2015년 8월까지 각 계열사 CFO는 CEO를 도와 위기 돌파를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SK 최고경영진 가운데는 CFO 출신이 상당수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지난해 말 SK그룹에서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승진한 1975년생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CFO 출신이다.

SK그룹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CEO 세미나를 마치면서 재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12월 정기 인사로 향하고 있다. 최 회장이 CFO의 역할을 강조한 만큼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재무통 출신 CEO가 얼마나 탄생할지 관심사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15개 계열사에 205명을 승진시키면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